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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올리오와 톳을 볶아 불린 쌀을 넣어 간단하게 차린, 제철 재료의 솥밥 한 상. 킴스쿠킹 김서영 푸드 디렉터가 식탁에 올리는 단정한 요리에는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돌보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작업실이자 업무 공간, 그리고 마음을 담아 요리하는 김서영 푸드디렉터의 주방.
한국 고가구를 애정해 서장을 그릇장으로 활용했다.

부암동의 아침은 서울의 다른 동네보다 고요하다. 창을 열면 낮은 산의 능선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골목의 시간이 마치 한 박자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쿠킹 클래스 킴스쿠킹의 김서영 푸드디렉터가 이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그 고요함 때문이다. “서울인데도 마치 시골 할머니 집에 가면 느껴지는 정취가 있죠.”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비로소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동네라는 말이 뒤따른다. 지금의 부암동에 집을 지으며 한 층 전체를 주방으로 쓰기로 했다. 클래스와 메뉴 개발, 손님을 맞이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는 이 공간은 김서영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이자, 자신의 요리 철학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주방 수납장을 채운 그릇들. 이곳에 서 있으면 북악산 풍광이 창 너머로 내다보인다.
불린 쌀에 제철 재료를 넣어 완성하는 솥밥.

2층에 주방을 설계할 때, 커다란 아일랜드는 그 시작점이었다. 아일랜드의 위치와 방향을 먼저 정한 뒤, 나머지 동선과 구조를 맞춰나갔다. 요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배치, 그리고 한 층에 주방만 두겠다는 결정은 이 공간을 ‘집 안의 주방’이 아닌 ‘열린 주방 스튜디오’로 완성시켰다. 그의 요리는 늘 ‘직관성’에서 출발한다. 소스가 과하지 않고, 재료를 불필요하게 덮지 않는 음식. 이탤리언 요리와 한식을 오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따끈한 솥밥 한 상에는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모아온 솥.

김서영이 말하는 ‘이탤리언 한식’은 거창한 퓨전이 아니다. 채소를 데쳐 올리브 오일만 두르거나, 재료를 얇게 썰어 오일로 마무리하는 이탈리아식 접근은 들기름과 참기름으로 맛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식과 닮아 있다. 그는 이를 ‘기름이 맛을 세우는 비슷한 세계관’이라고 표현한다. 김서영에게 오일은 와인과 같다. 산지와 생산 과정이 분명한 재료가 맛을 뒷받침한다. 들기름과 참기름 역시 로스팅과 압착 방식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한다. “잘 쓰면 음식이 살아나고,
잘못 쓰면 한 번에 무너져요.”

파스타, 리조토, 김밥 등 활용도가 높은 ‘전복 올리오’.
한 번 손에 익으면 수제비 보다 쉬운 생면 파스타.

현재 김서영은 킴스쿠킹이라는 이름 아래, 결이 다른 두 가지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는 삼청동에 자리한 모던 분식 브랜드 스낵서울이다. 킴스쿠킹 밀키트 중 가장 사랑받던 메뉴를 기반으로, 국적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분식을 제안한다. 파스타 소스처럼 깊은 맛의 ‘리얼명란떡볶이’, ‘오징어김치전스틱’, ‘감태말이’와 ‘청어알무김치’ 등이 대표 메뉴다. 막걸리와 식혜 같은 음료 역시 이곳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또 하나는 전문 케어푸드 브랜드 클린스프. 2023년 말, 암 수술 후 회복이 필요한 친정아버지를 위해 만든 레시피가 출발점이었다. “찐 채소를 그대로 먹는 건 너무 힘들겠더라고요.” 좋은 채소를 맛있고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음식이란 결국 먹는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든 위로가 되는 음식이다.

1층에 마련한 찻자리.
때로는 위스키의 좋은 안주가 되어주는 보이차.

축하가 필요한 순간에는 더 기쁘게, 지친 날에는 조용히 힘이 되어주는 것. 그리고 음식은 기술이기 이전에 관계의 언어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빚을 지거나,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덕을 보았을 때 그 감정을 음식으로 보답한다. “좋은 음식은 비싼 재료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에게 따뜻한 의도가 전달되어야 해요. 저는 힘들 때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은 기억이 있으면, 나아졌을 때 꼭 그 사람을 불러 밥을 해줘요.” 선물이나 인사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정성껏 차린 한 끼가 자신의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요리는 늘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에서 시작된다. 남편과 가족, 가까운 친구들, 혹은 고마움을 느낀 사람들과 같이 먹는 시간이 쌓이면서, 김서영이 말하는 ‘잘 먹고 잘 사는 삶’도 비로소 완성된다.

FREELANCE EDITOR | 박민
PHOTOGRAPHER |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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