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아티스트에서 ‘뷰티 셰프’로. 진정한 이너뷰티를 다루는 박태윤의 아름다운 미식 공간, 서울리안을 찾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20년 이상 활동해온 박태윤. 웬만한 세대는 그의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메이크업 경연 프로그램 <저스트 메이크업>을 통해 다시금 전성기를 맞으며 1020세대에게도 각인됐다. 뷰티 업계에서는 이미 ‘선생님’으로 불리는 그를 요리라는 주제로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지만, 그에게 있어 요리는 어느 날 갑자기 계획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뷰티와 스타일을 다루던 손놀림이 식탁으로 이어진 시작은 소박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불러 저녁을 나누고 늦게까지 머물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서울리안이 생겼다.

코로나 이전에는 예약 문의가 늘어나며 자연스레 레스토랑처럼 운영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일반 손님도 받았어요. 테이블이 빼곡했죠. 그런데 본업이 있는 사람이 식당을 오래 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주인장이 직접 뛰는 식당은 그 사람이 없으면 손님도 안 와요. 결국 식당은 접었지만 공간은 남은 거죠. 음식은 혼자 먹을 수 없고 버릴 수도 없으니까요. 대신 지인들이 오고, 콘텐츠와 스타일링, 촬영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쓰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이어졌다. 맛은 물론 감각적인 브랜딩으로 성수동에서 한때 화제를 모았던 미트 파이 브랜드 ‘뚜르띠에르’ 역시 그의 작품이다.이어 압구정의 카페 ‘이야이야 프렌즈’에서는 브런치 메뉴를, 최근에는 청담동 ‘재즈나인’에서 비주얼 디렉팅을 맡아 프렌치 다이닝 경험까지 더했다. “뭐 하나 작심하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이죠. 그런데 F & B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정말 삼겹살이나 한식 같은 기본적인 게 아닌 이상 2~3년을 견디기 힘든 게 현실이죠. 뚜르띠에르는 아쉽게도 국내 영업은 종료했지만 일본 백화점 두 곳에서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어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서울리안은 아지트에서 미식 브랜드로 확장됐다.
그가 지인들에게 내놓는 요리는 전문적인 테크닉보다 식재료와 계절에 가깝다. 무국적 요리를 지향하지만 재패니즈 이탤리언이나 타이 스타일 등 큰 장르는 정해둔다. 또 남도 출신으로서 젓갈이나 피시 소스를 은근히 섞어 자신만의 킥을 주는 편. 서울리안의 공간 역시 예사롭지 않다. 꽃과 오브제,식기와 테이블웨어가 하나의 무드로 이어지며 붉은 컬러의 라껑슈 인덕션 레인지가 이곳의 마스코트처럼 자리한다. “전에는 가스였어요. 그런데 요즘 트렌드가 콜드 스타트라고 하더라고요. 차가운 팬에 바로 고기나 생선을 올려 익히는 방식인데 더 바삭해지죠. 유명 셰프들의 영상을 보면 인덕션을 많이 써요. 예전처럼 불로 지지고 볶고 하는 게 아니에요.” 조리도구와 식기는 오래 사용할수록 매력적인 것들로 채웠다. 지나친 로고 플레이도, 특정 브랜드가 티나는 조합도 없다. 손님들이 식기를 뒤집어보고, 소재를 만져보는 모든 장치는 결국 ‘즐거움을 주기 위한 차림’이라는 그의 말과도 닿는다.



뷰티와 요리는 멀리 떨어진 장르처럼 보이지만, 박태윤에게는 늘 같은 선상에 있다. “메이크업도 그렇지만 저는 아예 아무것도 안 하거나, 하려면 제대로 해요. 전설적인 셰프들의 영상을 보면 요리가 엄청 간단하죠. 테크닉은 이미 있으니까요. 그런 걸 보면서 공감이 돼요.” 메이크업에서 그러했듯 요리에서도 과하거나 비우거나 둘 중 하나다. 무엇이든 완급 조절의 감각이 필요하다는 말. 뷰티 시장에서 줄곧 강조되는 ‘이너뷰티’ 또한 ‘식’으로 연결된다. “먹는 게 결국 이너뷰티잖아요. 제철이 건강에 가장 좋아요. 채식이냐 육식이냐가 아니라 예쁘고 맛있는 음식, 그게 기본이죠.” 봄이 오면 서울리안에서는 ‘미식’ 클래스를 연다. 한자 ‘아름다울 미(美)’와 ‘먹을 식(食)’을 더한 개념으로 케이크, 티, 뷰티를 잇는 작은 수업이 될 예정. “제가 케이크를 잘 만들어요. 사람들이 먹으면 기절하게 맛있다고 하죠.(웃음) 또 기존 서울리안에서 판매하고 있는 ‘배간장’과 ‘생강간장소스’에 이어 ‘어간장’이 출시 확정 되었고, 샐러드 드레싱도 함께 준비 중이에요.

<저스트 메이크업>으로 다시 전성기를 맞아서 바쁘지만, 다행히도 저는 이게 서로 다른 일로 느껴지진 않아요. 늘 머릿속에 이어져 있어요.” 서울리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곳을 찾는 셀럽들만큼이나 다채롭고 흥미롭다. 주방에서 시작된 취향은 식탁을 지나 브랜드로, 그리고 언젠가는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될 것이다. 뷰티 셰프 박태윤이 앞으로 펼칠 또 다른 얼굴, 그의 세계가 올려진 새로운 도화지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