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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기교보다 진심 어린 손길을 믿는 쿠킹 스튜디오 어연.

집밥 한 끼로도 삶이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담백한 공간 속, 이민주 대표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취향의 결.

정갈한 우드 톤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어연의 공간. 벽 한쪽을 장식한 의자는 염동훈 작가 작품.
넓은 창을 통해 환한 자연광이 들어오는 어연의 새로운 공간.
이곳에서 따뜻한 밥 한 끼의 가치를 전하는 이민주 대표.

소박하면서 친근하되, 결코 가볍지 않다. 어연에서 다루는 요리가 그렇고, 이곳의 공간이 풍기는 분위기가 그렇다. ‘임금이 머무는 자리’를 뜻하는 어연은 이민주 대표가 운영하는 프라이빗 쿠킹 스튜디오로, 그 이름엔 ‘모든 사람에게 수라상 같은 음식을 드리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얼핏 들으면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어연이 추구하는 가치는 화려함보다는 진정성에 있다. “누구든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직접 차려낸 한 끼를 먹었으면 해요. ‘어떻게 사느냐’를 논하려면 결국 ‘어떻게 먹느냐’는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연은 식탁에서 다같이 마주 앉아 먹는 따뜻한 밥 한 끼, 그리고 이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곳이에요.”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일반 주부로서의 삶을 살던 그는,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르꼬르동 블루 과정에 등록하며 ‘하고 싶은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현장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결국 가장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집밥’으로 회귀하며 문을 연 것이 지금의 어연이다. 1인 가구나 결혼을 앞둔 부부가 주로 방문하리라 생각하고 만든 공간이지만, 백발의 어르신부터 모자 지간, 고부 사이 등 어연을 찾는 수강생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그 덕분에 때로는 그가 전수하는 노하우만큼이나 이를 전수받기도 한다. 세대에서 세대로, 손맛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며 밥상 너머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오랜 기간 꾸준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신인영 장인의 칼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파리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잔과 회천요 접시로 완성한 테이블 세팅.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이민주 대표의 정돈된 취향.

지난해 8월, 어연은 8년간 자리했던 기존의 오랜 빌라 1층에서 서울 상도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로 건너편엔 이민주 대표와 남편이 신혼 시절을 보낸 아파트가 있고, 동네 골목골목엔 옛날 정취가 가득하다. 이 뜻깊은 동네에서 그는 볕이 잘 들고,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우드 톤으로 이루어진 가구와 그릇장, 식물들이 어우러진 스튜디오는 단정하고 온기 가득하다. 직접 만든 음식처럼, 이곳의 모든 요소도 천천히 정성을 들여 수집해온 것들이다. 이 대표가 수집해온 기물과 도구에는 각기 다른 사연이 있다. 북유럽에서 공수한 빈티지 냄비,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잔, 일본 벳푸에서 온 130년 넘은 장식장, 박미경 작가의 작품과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온 무형문화재 신인영 장인의 칼 등. 그 사이엔 이 대표만의 확고한 취향과 애정이 배어 있다. “화려하지 않은 대신, 스토리가 있는 물건들이 좋아요. 마음이 가는 것들을 곁에 두고 싶거든요.” 실습 공간 한가운데 넓게 자리한 아일랜드 테이블 또한 어연의 지향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수강생들과 함께 둘러서서, 함께 차려내는 한 끼에 의미를 두는 것.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한 일이더라도, 저 혼자 보여주는 시연보다는 수강생들과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나누고 싶었어요.” 단순히 레시피나 조리법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빚고 다지고 담아내며 우리 식문화 속에 이어져온 공동체의 가치를 조용히 되새기는 것이다.

가족을 위한 따뜻한 밥상을 차리듯, 어연은 식재료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인다. 남해, 원주, 정선 등지의 새벽 시장을 누비며 직접 생산자를 만나고,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찾아나선다. 이민주 대표를 만난 지난 1월 초, 그는 제철인 제주 레몬을 활용한 특강을 한창 준비 중이었다. 레몬을 재배한 농부와 직접 대화하며, 환우들까지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려 한다고. 오래된 동네의 정취처럼, 가족과 함께 식사하며 일상을 공유하던 평범하지만 따뜻한 기억처럼, 어연은 소박하지만 깊은 마음을 품고 있다. “제가 거창한 걸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원대한 목표가 있다기보단 그냥 잔잔하게, 이렇게 지금처럼만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분위기에 짓눌려 어깨를 움츠리게 되는 공간보다는 언제든 부담 없이 문을 열고 찾아가고 싶은 공간. 어연은 집밥 한 끼로도 삶은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음식으로, 그리고 이민주 대표의 손때 묻은 취향으로 증명해낸다.

푸른 합은 김상인 작가, 접시는 마이스토리, 테이블 매트와 포크는 박미경 작가, 나뭇잎 모양 접시는 일본 빈티지 제품.
이민주 대표가 직접 집필한 <더 솥밥>.
130년 넘는 세월의 흔적이 멋스러운, 벳푸에서 온 장식장.
북유럽에서 공수한 빈티지 냄비 또한 그의 애정이 담긴 아이템 중 하나다.

EDITOR | 문혜준
PHOTOGRAPHER |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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