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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미술가 필립 콜버트의 집은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런던의 역사적인 지역 스피탈필즈에 있으며, 그의 작품 세계를 우아하게 투영한 미술관 같은 집이다.

메종 콜버트 Maison Colbert의 게임 룸에 있는 프랑스 미술가 니키 드 생 팔의 조각(오른쪽)과 벽에 걸린 필립 콜버트의 작품 ‘랍스터 랜드 박물관의 꽃 연구’.
영국 미술가 필립 콜버트는 랍스터를 페르소나로 여기는 팝 초현실주의 작가다.

혹시 필립 콜버트 Philip Colbert라는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작품은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는 빨간 랍스타를 주인공으로 삼는 팝 초현실주의 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코엑스 마곡, 아트조선 스페이스, 갤러리 호수 등에서 세 개의 큰 전시를 열며, 서울을 여러 번 찾았다. “도시와 상호작용하는 설치 작품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갤러리나 미술관 밖에 작품이 설치되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민주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년 잠실 석촌호수 위에 설치했던 m 크기의 거대한 바닷가재를 보고 사람들이 깜짝 놀랐잖아요. 이렇게 일상 속의 초현실주의적인 정신을 추구하는데, 코엑스 마곡에 거대한 해바라기 철제 조형물을 설치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해바라기의 생동감을 참 좋아하거든요.”

런던 스피탈필즈에 위치한 필립 콜버트의 집에서는 랍스터 모티프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바라기는 얼마 전부터 그가 매료된 새로운 오브제이다.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그를 상징하는 것은 랍스터이다. 그는 초기부터 바닷가재에 매료되어 이를 작품으로 선보여왔다. 바닷가재는 그를 상징하는 페르소나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항상 바닷가재에 매혹되었어요. 랍스타는 마치 외계 생물처럼 기묘하고 초현실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킵니다. 예술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바닷가재에 대한 지식과 관심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래서 바닷가재 관련 유물과 예술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년 된 바닷가재 형상 토기를 소장하기도 했고, 앤디 워홀 스타일의 바닷가재 그림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닷가재와 관련된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더라고요. 그들은 나에게 바닷가재에 대한 여러 사실을 알려주거나, 스킨케어 제품이나 TV 과학 프로그램 제작 같은 바닷가재 관련 사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웃음)”

런던 스피탈필즈에 있는 그의 집에도 곳곳에 바닷가재가 숨어 있다. 스티탈필즈는 런던의 유서 깊은 지역이다. 런던의 옛 성벽 바로 옆인데, 로마인들이 런던에 주둔했던 곳이다. 스튜디오 건설 당시 땅속에서 로마 장군의 유해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그 유골은 런던의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그래서 그의 다음 프로젝트가 이탈리아의 고대 유적지에서 열리는 전시라는 것이 더욱 흥미진진하다. “스튜디오는 집 아래에 있어요. 집과 스튜디오 모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선사할 거예요. 스튜디오는 아주 밝은 흰색 상자 같은 공간이고, 집은 우아하면서도 키치한 영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는데 두 공간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잠수함 모양의 자동차가 정문 앞에 주차되어 있고, 차 보닛 위에 있는 바닷가재 마스코트가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아내 샬롯 콜버트가 작품에 즐겨 사용하는 ‘눈 Eyes’을 새긴 대리석 테이블이 1층 거실에 놓여 있다.

그는 새로운 집을 디자인하기 위해 크리슨 다이슨 건축사무소 Chris Dyson Architects, 인테리어 디자이너 앵거스 부캐넌 Angus Buchanan과 손을 잡았다. 필립 콜버트와 미술가인 아내 샬롯 콜버트 Charlotte Colbert는 그들의 예술 세계뿐 아니라 그동안 수집한 예술 컬렉션과 창작에 영감을 줄 실내 정원, 직접 만든 가구, 조명과 잘 어울리는 특별한 층 집을 원했다. 이 집은 사실상 새로 지어진 셈이지만, 스피탈필즈 지역에 잘 어울리는 런던의 역사와 시간을 담은 곳이기를 바랐다. 더불어 이 집은 필립 콜버트 부부를 만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친구들을 열렬하게 환영할 수 있는 역할도 수행해야 했다. 그 덕분에 설계 프로젝트는 원래 계획보다 지연되어 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결과물은 계획대로 잘 완성되어, 그의 집은 영국에서 소문난 명소가 되었다. 필립의 집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며,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몰랐던 이들도 이곳을 방문하고 나면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필립 콜버트와 아내 샬롯 콜버트.

1층은 파티에 적합한 아주 높은 천고의 거실이 있고, 층 침실은 빅토리아 시대 건물의 비례감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작게 만들었다. 층에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손님 접대를 위한 컨시어지 공간과 바를 추가했다. “벽난로 위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이 걸려 있어요. 그는 최고의 초현실주의자죠. 나는 달리가 예술가라는 역할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받아들인 방식을 정말 좋아해요. 달리 캐릭터 자체가 그의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이었던 거죠. 나에게 이것은 큰 영감을 주었어요. 한 사람의 페르소나가 예술 작품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놀라웠기에, 나 자신도 의인화된 바닷가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이렇게 팝 아트 개념과 모두를 위한 예술 정신에 공감하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팝 초현실주의 작가라고 생각해요.”

이 집은 그의 작품이며, 그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필립 콜버트는 ‘생활 속 예술’이라는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집에 놓인 꽃병, 의자, 테이블은 기능적인 동시에 예술 작품이기도 하다.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또한 존경하는 작가인 로즈 와일리 Rose Wylie, 마틴 크리드 Martin Creed,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Francesco Clemente 같은 친구들의 작품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끔은 집에서 큰 파티를 연다. 집을 공개하는 것은 예술 작품을 대중과 공유한다는 뜻일까? “네, 패션 브랜드 담당자나 음악가 등 여러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곤 합니다. 앤디 워홀이 운영했던 작업실 ‘팩토리’처럼 스튜디오 자체가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요.”

1층 거실 벽에는 입체적인 평면 작품이 걸려 있고, 식탁 의자는 눈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필립 콜버트가 즐겨 사용하는 랍스터와 선인장 모티프의 침실들.

이처럼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독특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은 모든 이들의 소망일 것이다. 그의 집처럼 멋진 공간을 갖고 싶은 독자들에게 그는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여러분도 공간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이를 풀어낼 수 있는 다양한 레이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공간에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없다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요.”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네 가지는 바닷가재, 선인장, 자궁 그리고 눈이다. 랍스터는 필립의 페르소나이고, 자궁과 눈은 샬롯의 주요 소재다. 랍스터는 모자이크로 장식된 욕실 바닥부터 집게발 모양의 책상까지 곳곳을 스코틀랜드의 풍경, 네스호 괴물 그리고 폐허가 된 성들이 있는 산과 에 등장하는 귀엽고 만화 같은 존재다. “나 자신을 랍스터라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예술가가 되었죠. 랍스터는 그림, 조각, 그리고 메타버스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랍스터를 비롯한 모든 상징은 초현실주의 정신을 담아 작품에 녹아 있습니다. 선인장도 작품에 많이 사용합니다. 선인장이 대중문화속에 상징이기도 하고, 뾰족한 겉모습이 바닷가재의 껍데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샬롯의 트레이드 마크인 자궁은 침대가 되었고, 거대한 눈은 커피 테이블이다. 그녀는 자궁과 눈을 주요 아이콘으로 삼아 대형 조각부터 의자, 도자기까지 작품 전반에 걸쳐 활용한다. 그들의 작품은 시각적으로는 매우 다르지만, 초현실주의와 팝 아트라는 철학적 사상을 공유한다. 이들은 프리드리히 니체 Frederick Nietzsche에 대한 공통된 열정으로 사랑에 빠졌다. “요즘은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내 모습과 처음으로 바닷가재를 만났던 순간을 재구성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요. 또한 십대 시절 내가 좋아했던 다양한 패션과 음악함께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만든 만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에서 조각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지요.”

그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중 하나는 에너지다. 그가 랍스터와 함께 해바라기를 좋아해서 종종 작품에 등장시키는 이유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특유의 에너지 때문이다. 고흐와 같은 여러 예술가들이 그동안 해바라기를 그리려 노력해온 것처럼 해바라기도 그에게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찬란한 에너지는 예술이 관람자에게 창의적 영감을 불어넣는 힘이며, 그가 표현하고 싶은 궁극적 주제다. 감각적면서도 활기찬 집에서 미술가로서의 예술적 상상력이 증폭되고 있음이 확실해보인다.

살롯 콜버트가 이 집을 위해 특별 제작한 ‘어머니의 젖’ 욕조가 재미있다. 모자이크 타일은 필립 콜버트의 랍스타 모티프를 사용했다.
 2층 욕실의 세면대는 앤티크 제품이며, 2층 드레스 룸은 수작업으로 빈티지 효과를 주었다.
대리석 샤워 부스가 멋진 욕실에는 이 집의 이름인 ‘메종 콜버트’가 써 있는 매트가 깔려 있다.

EDITOR | 박명주
WRITER | 이소영
PHOTOGRAPHER | 알렉스 브라몰 Alex Bram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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