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Vienna 1

Modern Vienna 1

Modern Vienna 1

전통적인 유럽의 매력을 지닌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클래식한 면모를 넘어 현대적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최근 오픈하거나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마친 호텔 4곳은 비엔나의 역사적 정수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간을 초월한 아이콘,
임페리얼 라이딩 스쿨 Imperial Riding School

문화재 보호 대상 건물로 지정된 임페리얼 라이딩 스쿨. 기존 건물의 로비에 있던 기둥은 보존했으며, 화려한 적갈색의 외관 역시 문화재 보호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 Cathrine Stukhard

화사한 베이지 톤 벽과 창 너머로 들어오는 채광이 좋은 수영장. © Cathrine Stukhard

가죽 소재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객실 내부.  © Cathrine Stukhard

비엔나 3구 중심에 자리한 임페리얼 라이딩 스쿨 호텔은 건축의 웅장함 속에 역사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지난 5월, 오스트리아 최초의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로 새롭게 문을 연 이 호텔은 1727년 지어진 하라흐 궁전 Palais Harrach이었다. 19세기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 시절 군사 승마 학교로 사용되었고, 이후 비엔나에서 가장 큰 영화관 중 하나로 변모했다. 이제 이 역사적인 건물은 과거를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을 더해 객실 342개를 갖춘 호텔로 재탄생했다. 아치형 천장이 드리운 로비는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바닥은 한때 이곳에 있던 마구간을 연상시키며, 승마에서 영감을 받은 조명과 현대미술 작품이 공간에 생동감을 더한다. 객실 역시 고전적인 승마 테마와 현대적 세련미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공간이다. 가죽 디테일과 말갈기 패널, 따뜻한 나무 소재들이 어우러져 우아하면서도 창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심은 사과 나무들이 이곳에 여전히 남아 있으며,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평온함과 과거의 흔적이 어우러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WEB www.imperialridingschool.com

뉴 아르데코 스타일,
호텔 아스토리아 Hotel Astoria

클래식한 미감의 호텔 로비. 이곳에 문을 연 아스토리아 바에서는 호텔의 유서 깊은 시그니처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조식을 제공하는 그랜드 살롱.

아르누보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객실 내부.

케른트너 거리 중심에 위치한 호텔 아스토리아.

성 슈테판 대성당과 국립 오페라 극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비엔나의 대표적인 관광 거리 케른트너에 위치한 호텔 아스토리아는, 1912년 개관한 이후 100여 년 동안 운영되어온 역사적인 호텔이다.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Waldorf Astoria를 모델로 해 지은 이 호텔은 당시 비엔나에서 가장 현대적인 호텔로 여겨졌다. 비엔나 제국 시대 최고의 문화 중심지 중 하나로 많은 여행객이 찾았다. 호텔은 다가올 100년을 맞이하기 위해 최근 1년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진행해, 지난 5월 문을 다시 열었다. 고전적인 아르누보 스타일과 클래식한 비엔나의 미감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 새롭게 디자인된 125개의 우아한 객실과 넓은 로비, 클래식 바가 손님들을 다시 맞이한다. 객실의 프렌치 발코니에서는 케른트너 거리의 멋진 전망도 감상할 수 있다. 로비에 새롭게 문을 연 아스토리아 바는 호텔의 유서 깊은 오리지널 레시피를 바탕으로 시그니처 음료를 선보이며, 111년 전부터 호텔 아스토리아에서 선보인 홈메이드 메뉴도 맛볼 수 있다. WEB www.astoria-wi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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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ical Symphony 2

Electrical Symphon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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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정밀함과 자연의 우연성이 만났다. 기하학적 정렬 속 파동과 빛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김준수, 자연 현상을 재해석해 시각적 시를 그려내는 서문섭.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예술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디자이너 카타리나와 협업한 프로젝트 ‘쉐이프 오브 워터’와 ‘드리프팅 클라우드’.  © Sofialambrou_draaimolen

© Sofialambrou_draaimolen 

© Sofialambrou_draaimolen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문섭 작가.

파동의 시詩, 서문섭

네덜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문섭 작가는 공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연 현상과 물리적 원리를 예술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최신작에서는 파동의 원리를 구름 현상으로 구현하며 자연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시도를 했다. 그는 인공적 소재와 자연적 요소를 결합해 이를 따뜻한 디자인이라는 툴로 녹여내어 자신만의 예술적 철학을 구축해 나아간다. 그리고 이를 일종의 ‘시각적 시’로 여긴다. INSTAGRAM @moonseopseo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서 전공한 공학을 배경으로 이를 예술로 전환한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한국에서 공부할 때는 공학 전공을 준비하며 이 분야에서의 꿈을 키웠습니다. 사실 예술이나 디자인은 제 관심사 밖에 있었습니다. 전역 이후 네덜란드 유학길에 올랐고, 이곳에서 예술적인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 전까지 쌓아왔던 공학 지식이 예술에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공학적 배경이 오히려 나만의 강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디자이너의 감성과 공학도의 논리를 함께 이해하는 것이 저에게 특별한 선상에 위치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독특한 배경적 지식이 현재 작업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나요? 저는 움직임과 변화하는 경험을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항상 변화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공학적 지식을 활용하되, 이를 따뜻한 디자인이라는 툴로 녹여내고자 합니다. 공학 지식 덕분에 디자인이 단지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작 ‘드리프팅 클라우드 Drifting Clouds’ 프로젝트는 자연 현상의 물리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요. 이 프로젝트는 디자이너 카타리나 숙 윌팅 Katharina Sook Wilting과 협업한 작업입니다. 파도를 지켜보다가, 멈추지 않는 움직임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물결파가 진행할 때, 매질은 제자리에서 진동만 할 뿐 파동과 함께 이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리서치 과정에서 발견한 샤이브 웨이브 모델 Shive Wave Model(웨이브 머신)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도 거치면서 작품 형태를 구체화했습니다. 파동의 원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그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연상시켰고, 최종적으로 구름의 형상과 결합하여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웅덩이에 떨어지는 물방울의 과정을 통해 작가만의 작은 호수를 만든 ‘파사주 투 더 레이크’.

구름처럼 흩어져 있는 6개 조각의 길이가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의도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 모양과 크기가 모두 다르잖아요. 그래서 3가지 사이즈 설치물을 각각 2개씩 제작해, 총 6개 설치물을 유기적으로 숲 속에 배치했습니다. 이 조각들은 각기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었고, 그 덕분에 항상 같은 모습이 아니라, 매 순간 다른 구름처럼 다양한 형태를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숲 속에서 돌아가는 설치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자연과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하늘과 나무, 주변 풍경을 잘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죠. 그래서 광을 낸 알루미늄 튜브를 45도 각도로 배치해 주변 환경을 반사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알루미늄과 인공적인 움직임들이 자연과 잘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것이 도전이었어요. 함께 디자인한 카타리나는 컨셉트와 공간 구성, 그리고 배치에 더 신경을 더 쓰고, 저는 더 기술적이고 현실화하는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파사주 투 더 레이크 Passage to the Lake’에서 물방울이 웅덩이에 떨어져 다시 생명을 얻는 장면이 시적으로 다가옵니다. 물이 가진 생명력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물방울은 생명력이 넘치지만, 도시로 들어오면 마법 같은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가 샤워할 때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당연하게 여기고, 그 안에서 어떤 경이로움도 느끼지 않죠. 같은 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일상 속에서 물방울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걸까요? 멀리 떠나야만 경이로운 호수의 물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호수를 직접 가져올 수는 없지만, 각자 자신만의 호수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 작업은 일종의 ‘시각적 시 Visual Poetry’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물방울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할 뿐입니다. 그 무대를 채워 완성시키는 것은 관객의 몫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 유리, 금속 등의 재료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유기적인 재료보다는 계산 가능하고 구조적으로 명확한 재료들을 선호합니다. 이는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제 디자인 접근 방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제 작업은 자연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준비하고, 거기에 자연의 조각을 초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자연물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각적으로 방해되는 것을 없애려고 합니다. 차갑고 인공적인 움직임을 기대한 관객에게 물방울이 점프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하거나, 빛이 물을 통과해 그리는 유기적인 패턴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습니다. 첫인상은 차가울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자연과 연결된 내면의 경험은 따뜻하고 깊이 있게 느껴지기 바랍니다.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그곳의 자연환경이나 디자인 철학이 작업에도 녹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사는 아인트호벤은 작은 도시입니다. 유명한 것이라면 PSV 축구팀과 필립스, 그리고 ASML 정도가 있죠. 하지만 디자인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어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 같습니다. 트렌드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심사와 신념을 깊이 파고드는 작가와 디자이너들이 네덜란드 전체에 깔려 있고, 저 역시 이런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로산나 오를란디 갤러리와도 협업했다고요. 한 오프닝 이벤트에서 로산나 갤러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디자이너가 제 작업을 보고, 로산나에게 직접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며칠 후 로산나로부터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함께 준비하자는 연락을 받았고, 그때부터 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매년 함께 작업하며,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Passage to the Lake 시리즈와 Bitscape 도자 시리즈를 선보였고,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계속해서 선보일 계획입니다.

국제적인 예술 시장에서 활동하며 느낀 차이점이나 배움이 있다면요? 전 세계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디자이너, 클라이언트, 그리고 프로젝트가 존재합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보다,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딘가에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들과 연결되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물리적 현상을 다루는 작업이 많은데, 작가님께 ‘시간’이란 무엇인가요? 시간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1년도 금세 지나가버리죠. 어린 시절에는 하루가 길고, 한 학년 올라가는 시간도 참 길게 느껴졌던 것 같은데, 그땐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이제는 익숙함에 무뎌져서 그런 걸까요? 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더 많은 ‘느낌표’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작업 역시 관객들에게 하나의 느낌표 혹은 물음표로 남아, 그들의 시간 속에서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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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정밀함과 자연의 우연성이 만났다. 기하학적 정렬 속 파동과 빛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김준수, 자연 현상을 재해석해 시각적 시를 그려내는 서문섭.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예술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모터, 기어, 베어링 같은 기계 메커니즘을 통해 빛의 굴절과 산란을 표현한 <49 Seconds, 11 Seconds>, 2024.

기계적 정밀함과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김준수 작가.

정밀한 감각의 세계, 김준수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준수 작가는 금속, 유리, 레진 같은 소재를 활용해 기계적 정밀함과 메커니즘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빛과 파동을 통해 공간의 변화를 탐구하며 ‘모든 오브젝트는 구성 요소다’라는 개념 아래, 작품의 부품들을 끊임없이 탐구한다. 수평과 수직의 기하학적 정렬에 집착하면서도 자연 속 우연적 요소를 통합하는 그의 작업은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흐리며 감각적 경험과 철저한 기술적 완성도 사이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INSTAGRAM @urlook_kr

움직이면서 영롱한 빛을 만들어내는 작품.

금속과 빛, 그리고 기계적 움직임을 중심으로 작업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금속을 다루다 보니 기계적 설계와 메커니즘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메커니즘을 더 배우고  싶어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친구에게 과외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수치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 예술과 다르게 느껴졌어요. 그 후로 모델링을 깊이 있게 공부하며 작업을 발전시켰습니다.

주로 금속, 유리, 레진과 같은 소재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재료가 작품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빛, 그리고 투명한 은빛 물성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러한 물성이 영원할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물체는 빛을 완전히 튕겨내지 않고 어느 정도 흡수하죠. 그래서 그런 색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거고요. 그런데 투명한 은빛 물성은 어느 정도 빛이 흡수되는 것들이 주변 환경에 의해 변화되니까 굉장히 이질적인 물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원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실제로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알루미늄 같은 것은 부식되지 않잖아요. 이러한 물성이 저에게는 영원함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 이질적이면서도 동시에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의료용으로 개발된 이 로봇 핸드는 사람의 손을 본따 제작되었다.

 

 

 

 

 

포르쉐 스코프 서울에서 선보인 작품.

작품에서 모터나 기계 부품들의 정밀한 움직임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0.01mm의 정밀도가 주는 감각적 경험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저는 키네틱 작업을 하면서 작업의 원동력을 얻는 부분이 부품의 공차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떠한 원형부품의 결합 방식에 있어 암놈과 수놈이 동일하게 30mm면 결합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조립 공차라고 보통 부품 간에 100분의 2에서 100분의 3 정도 공차를 준다고 하는데, 이게 0.02~0.03mm 정도 돼요. 사람의 머리카락(0.1mm 정도)보다 얇은 두께의 단위까지 정밀하게 가공해 그 부품을 다 결합했을 때, 작품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원동력입니다.

컴퓨터 모델링과 실제 가공 결과물 사이에 차이가 있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 하시나요? 그리고 그런 차이에서 오는 도전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컴퓨터 모델링과 실제 가공 결과물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합니다. 사실 0.02mm라는 단위는 눈으로 구별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이걸 가공하는 모터인 엔코더라는 부품은 1도를 몇천 개 단위로도 쪼갤 수 있어요. 그만큼 정확하게 가공하는데, 이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계속해서 정밀한 조정과 테스트를 반복하는 것이죠. 가공의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17비트 엔코더 같은 고성능 부품을 사용해서 360도를 13만1072단계로 나눌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합니다. 또한, 작품이 실제로 완성된 후에는 예상한 것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개선해나가는 과정도 중요해요. 그 차이에서 오는 도전은 작업의 정교함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마치 신체의 장기를 조립하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작업이 단순한 기계적 조작을 넘어서 더 큰 생명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빛의 굴절과 파동을 실험하며 관람객에게 어떠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나요?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있다면요? 오브젝트에 파동 데이터를 투영함으로써 공간상의 ‘장의 분포’를 더욱 확장시키고자 합니다. 공간상의 ‘장의 분포’는 모든 힘의 근원이며, 그 힘은 공간을 척도로 하는 인체의 감각을 확장시킨다고 생각해요. 빛은 객관화된 도구이자 주관적인 경험의 대상으로, 작품이 설치된 공간은 관객의 존재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돼요. 더불어 빛은 공간을 밝히는 에너지의 장이기도 합니다. 공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장의 분포’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은 경계 없이 연결된 파동의 흐름 안에서 작품을 사유할 수 있습니다.

특정 방정식을 통해 약 100개의 무작위 솔레노이드 움직임과 레이저의 밝기 변화를 구현하는 로봇 핸드.

공학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작업에서 가장 큰 도전과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불쾌한 골짜기 Uncanny Valley’를 넘어서 기계 생명체를 창조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구상한 후 3D 모델링을 하고, CNC 부품을 가공해 바로 조립합니다. 3D 모델링 과정에서 아주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모든 결합성과 움직임을 체크합니다. 그 때문에 프로토타입 없이 바로 조립 가능한 경우가 많아요. 작품 외부의 조명 세팅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공간의 형태나 분위기는 제 스스로 남겨두는 마지막 변수이기 때문이에요. 구상부터 전시까지는 보통 3개월이 걸립니다.

포르쉐 스코프 서울에서 협동 로봇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였는데, 로봇과 함께 작업하며 얻은 새로움이 있었나요? 저는 ‘마운팅’의 개념을 확장하고 싶어요. 자동차 헤드라이트, 로봇암 끝, 건축물 등 다양한 오브젝트에 작품을 결합하면서, ‘모든 오브젝트는 구성 요소 All objects are components’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즉, 작품의 부품들이 다음 작품의 구성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작업에서는 수평과 수직이 중요해서 수평계를 자주 사용하는데, 한 번은 수평이 맞지 않아 무인도에서 주워온 수석을 끼워넣어 해결한 적이 있어요. 그때 모든 오브젝트가 결국 구성 요소라는 깨달음을 얻었죠. 저는 기계 장치가 완벽하게 결합될 때 희열을 느끼고, 그 과정이 작업의 원동력이 됩니다. 기계를 많이 다루다 보니, 모든 것은 ‘전기적 신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뉴런 간의 소통이 전기적 신호로 이루어지듯이, 작품을 만드는 저의 손가락 움직임도 뇌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가 원인이 되는 거죠. 이 경로를 상상하면서 기계에 대한 깊은 생각이, 제 몸에 대해서도 더 깊은 통찰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실험이 있나요? 최근에 반려견 ‘치보’와 함께 산책을 많이 하고 있어요. 태양이 떠 있는 낮에 활동하는 시간이 많이 는 덕분에 태양의 빛이 도시 건축물, 자연물의 그림자나 반사를 통해 만들어내는 패턴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작품의 LED, 거울, 프리즘, 부품 안에서 빛이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하곤 합니다. 그래서 대자연, 도시 안에서 걷고 있는 제가 작품 안에 들어와 있다는 상상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앞으로는 자연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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