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에어비앤비가 제주 서귀포에서 비전 포럼을 성황리에 마쳤다. “대한민국 방방곡곡: 지역에 머물게 하는 공간·콘텐츠·사람”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한국관광공사 양경수 국민관광본부장과 유현준 건축가가 함께했다.

이번 포럼은 에어비앤비가 스스로의 역할을 다시 묻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난해 영업 미신고 숙소 전면 퇴출이라는 굵직한 변화를 거치며, 플랫폼으로서의 책임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가 이 자리에 담겼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는 환영사에서 “사람들이 지역에 머물기 위해서는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며, 그 이유는 머무르고 싶은 공간,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콘텐츠, 그리고 그곳을 채우는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와의 상생이 에어비앤비가 찾은 답이었다.
총 3개의 세션으로 구성된 행사는 지역 여행의 현실 진단부터 해법 모색, 실질적인 지원까지를 차례로 짚었다.

1부에서는 국내 지역 여행 유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한국인의 국내 여행은 강원·부산·제주 등 일부 지역과 미식·호텔 중심의 획일성이 두드러졌고, 높은 여행 물가와 체험 콘텐츠 부족이 주요 걸림돌로 꼽혔다. 반면 해외 수준의 공유숙박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응답자의 약 93%가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해, 공유숙박이 가성비와 로컬 경험을 동시에 잡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2부 패널 토크의 화두는 ‘지역에 머물고 싶게 만드는 것’이었다. 양경수 본부장은 “단순한 방문객 수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고 만족했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라며, 일회성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현준 건축가는 한발 더 나아가 숙소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했다. “지역 여행의 경쟁력은 서울을 따라 하는 데 있지 않고, 그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이와 정체성을 설계하는 데 있다”는 그의 말처럼, 목적지가 되는 숙소란 단순한 수면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압축해 체험하는 곳이어야 한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열린 3부에서는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을 조명했다. 올해 에어비앤비 커뮤니티 펀드 국내 지원 파트너로 선정된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기부금이 전달됐으며, 시니어 여성 호스트들의 운영을 돕는 ‘할망숙소’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30년간 수학 교사로 일하다 해녀로 새 삶을 시작한 김순희 호스트는 “할망숙소를 찾는 여행자들이 저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새로운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행자가 지역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머무는 여행’의 출발점으로서, 할망숙소가 가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에어비앤비는 이번 포럼을 기점으로 한국관광공사, 제주올레 등과 손잡고 로컬 숙소 발굴·홍보, 지역 연계 프로모션, 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방방곡곡 원정대’ 프로젝트 등을 본격 전개할 예정이다. 지역에 머물 이유를 만드는 일, 그 첫걸음이 제주 서귀포에서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