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의 지원을 받아 제작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 · 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주관하는 ‘우수공예품 지정제도’에 선정된 올해의 작가 5인을 만났다. 전통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이들은 한국 공예의 깊이와 감각을 세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유리를 소재로 한 작품은 빛을 만나면서 완성되는 것 같아요. 빛이 비치면서 겹치는 레이어와 그림자까지 함께 작품이 된다고 느끼는데, 이는 유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자에서 출발해 유리를 매개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조승연 작가의 대표작 <조각보 접시>는 이러한 유리의 특색을 반영한 작업이다. 2025년 우수공예품 지정제도에 선정된 <조각보 접시>에서 각각의 유리 조각은 손수 색을 입히고 자른 뒤 조합되며, 그렇게 구성된 면은 가마에서 하나로 결합되어 완성된다. 작업의 시작점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였다.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면을 이루고, 빛이 지나가며 완성되는 구조가 우리 전통 조각보와 비슷하다고 느껴서 이후 작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유리 위에 스며든 색채는 다양하다. “백색에서 출발해 오방색, 그리고 오방색에 백색이 섞인 듯한 파스텔 톤까지 만들어요. 저에게 백색은 한국의 미감을 상징하는 색인데, 그 안에 담긴 다양한 결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단순한 패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르고 잇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뒀다. 작업 과정은 느리고 정성스럽다. 투명 유리에 원하는 색을 입혀 색유리판을 만들고, 이를 조각내어 크기와 색을 조합한다. 같은 조합이어도 온도나 두께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에, 유리는 그 자체로 실험의 연속이다. 이 변화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작가는 매번 새로운 동기를 얻으며, 접시 하나하나에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는다. “과거 조각보는 남은 천 조각을 이어 붙여 실용성은 물론, 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한 땀 한 땀 만드는 정서가 함께 담겨 있었잖아요. 그 마음을 제 방식으로 이어가고 싶었어요.” 그중 조승연 작가가 가장 중심에 두는 가치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다.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상태. 즉 욕심은 덜어내되 가볍지 않고, 장식은 더하되 과하지 않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조각보 접시>는 생활 도구이자, 빛과 그림자까지 포함해 완성되는 오브제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손에 닿는 물건이 조용한 아름다움과 여백을 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2025년 우수공예품 지정제도에 선정되며 조승연 작가의 작업은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았다. 출산 이후 육아와 작업을 병행하던 시기에 들려온 이 소식은 조용히 버티며 쌓아온 시간에 대한 확신이 되었다. “너무 벅찼어요. 그동안 조용히 쌓아온작업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계속해도 된다는 확신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해외 전시와 홍보를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각보 접시>를 중심으로 테이블웨어의 범위를 확장하고, 설명 없이도 빛과 색, 조각을 잇는 방식만으로 전통 정서를 전할 수 있는 마음을 담아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우수공예품 선정을 계기로 해외에 제 작업을 소개할 기회가 생긴 만큼, 조각보에 담긴 마음과 한국적인 미감을 유리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어요. 특별한 설명 없이도 빛과 색, 조각을 잇는 방식 자체로 우리 전통의 정서가 전달되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지켜온 태도를 잃지 않고, 욕심은 내지 않되 가볍지 않게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예요. 시간과 일상 속에서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작업을 차분히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우수공예품 선정 이후 새로운 일정이 더해지며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작가가 이전보다 즐겁게 작업에 임할 수 있는 것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바쁨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보다, 많은 사람의 도움 속에서 작업과 삶이 자연스럽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조승연 작가는 유리 조각을 잇듯, 매일의 시간을 정성스럽게 엮어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