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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에서 컬렉터이자 갤러리스트로 변모한 엠마 도너스버그의 파리 하우스. 직접 디자인한 가구와 예술 작품들이 한 장면처럼 놓이며, 집은 곧 그녀의 세계가 된다.

다양한 오브제와 직접 디자인한 가구가 어우러진 거실. 유려한 곡선의 커피 테이블 ‘유 앤 미’, 버섯 모양의 사이드 테이블 유닛 ‘머시룸’, 벽면에 건 스콘스 ‘클라우드’는 모두 엠마 도너스버그 디자인. 라탄 체어는 마크 뉴슨 디자인.
부드러운 화이트와 유려한 곡선형 가구, 클래식한 몰딩이 어우러지는 거실. 이곳을 위해 직접 디자인한 ‘웨이브’ 소파와 ‘유 앤 미’ 커피 테이블, ‘펜자이’ 플로어 램프를 두었다.

높은 천장, 클래식한 몰딩, 그리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채워진 공간. 파리 7구에 자리한 이 오스만 양식 아파트는 엠마 도너스버그의 미학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장소다. 뉴욕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출발해 아트 컬렉터이자 갤러리스트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녀는 이 집을 삶과 예술,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장면으로 완성했다. 코로나 시기를 계기로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이후, 파리 7구에 자신의 삶과 작업을 아우르는 중심지를 마련한 것. 지난해 10월, 인근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오픈한 것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디자이너이자 갤러리스트로 활동 중인 엠마 도너스버그.
8인용 이상의 긴 갈렛 테이블을 중앙에 배치한 다이닝 룸. 함께 배치한 ‘클라우드 체어’와 거울 모두 엠마 도너스버그 디자인.

약 180㎡ 규모의 아파트는 엠마의 사적인 보금자리인 동시에 행사와 리셉션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천장 높이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이 인상적이었고, 리셉션 공간이 매우 넓었습니다. 바로 그런 공간을 찾고 있었어요.” 공간 구성은 이러한 이중적 성격을 반영했다. 거실과 다이닝 룸의 클래식한 천장 몰딩은 세심하게 보존한 대신, 전체 평면은 현대적인 주거 방식과 접객을 고려해 새롭게 재구성했다. 아파트 한쪽에는 마스터 침실을 배치하고, 나머지 침실은 반대편에 모아 구성해 중앙부를 넉넉한 라운지 공간으로 비워두었다. 그중 핵심 역할을 하는 거실은 이곳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다이닝 룸과 주방 사이의 구조벽을 철거한 것은 공간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이었다. 자연광이 주방까지 깊숙이 스며들고, 집 전체가 하나의 연속된 장면처럼 느껴진다. 벽면의 몰딩은 밝고 뉴트럴한 컬러로 마감해 차분한 배경을 만들고, 그 위에 다채로운 색감과 개성을 지닌 현대미술 작품 컬렉션을 배치했다. 곱게 샌딩한 오크 파케 바닥은 자연광을 한층 강조하며, 공간 전반에 부드럽고 연속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거실의 클래식한 몰딩에는 연한 핑크로 채색해 디테일하게 장식했다.
주방은 높은 층고를 살려 벽면 가득 상부장과 장식장을 만들었다. 세라믹 소재의 중앙 아일랜드와 바 스툴은 엠마 도너스버그.
갤러리 같은 입구. 벽에 건 그림은 에스터 마흘랑구 Essther Mahlangu 작품.

이 집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곡선이다. 가구는 물론 공간 곳곳에 직각을 최소화하고 유려한 선을 도입했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무언가가 부드러워지기 바랐어요. 이 집에는 직각이 거의 없고 곡선으로 이루어져 마치 고치처럼 느껴지죠.” 이러한 감각은 이곳을 단순히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몸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이완되는 장소로 만든다. 집에 놓인 가구 대부분은 엠마가 직접 디자인하고 맞춤 제작한 것이다. “디자인 과정의 끝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이 공간을 위해 제 비전을 온전히 담고 싶었어요.” 그렇게 완성된 가구들은 이후 그녀의 대표 디자인 컬렉션으로 확장되었고, 현재는 스튜디오트웬티세븐 StudioTwentySeven, 메종 제라르 Maison Gerard 등의 갤러리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거실 중앙에 놓인 ‘웨이브 소파’는 이 집을 상징하는 존재다. 아파트에서 가장 중심적 공간의 메인 요소이자 편안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품은 작품으로서, 엠마의 디자인 언어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다이닝 룸에는 그녀가 디자인한 갈렛 다이닝 테이블과 클라우드 체어가 놓여 있으며, 벽면 중앙의 세라믹 거울은 공간에 깊이감을 더한다. 양옆으로 설치한 벽 선반에는 오브제와 아트북이 리듬감 있게 배치되어 있다. 천장고가 4m에 달하는 주방에는 상부장 선반 사이에 여백을 남겨 세라믹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했다.

일레아나 마고다 작품을 건 홀 라운지. 작품 앞 ‘유 앤 미’ 커피 테이블, ‘허그 어덜트 언 키즈’ 암체어는 엠마 도너스버그.

아파트 곳곳을 채운 가구, 오브제, 예술 작품은 여행과 다양한 예술가와의 만남 속에서 하나씩 모은 것들이다. 치밀한 계산보다는 순간의 감정에 따라 작품들을 배치했는데, 각각 이 집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를 고민해 결정했다. “작품들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속해 있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해요. 집이 박물관처럼 보이길 원하지 않아요. 이곳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이죠.” 최근 엠마는 멕시코 작가 일레아나 마고다를 대표하며 그녀의 국제적인 커리어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복도 벽면에 걸린 역동적인 페인팅 역시 그녀의 작품이다. 협업 이후 취리히와 LA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오는 3월에는 뉴욕 개인전도 예정되어 있다. 현재 밀라노 펜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마고다의 작품과 함께 엠마의 ‘웨이브 소파’와 ‘유 앤 미’ 커피 테이블이 전시되고 있다. 두 사람의 작업이 지닌 미학적 일관성과 조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앞으로도 이 집은 엠마의 예술적 취향과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호흡하며 진화할 것이다. “집은 하나의 감정이에요. 하루가 끝난 뒤 내쉬는 조용한 숨, 문을 닫는 순간 세상이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죠. 밖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고 시끄럽고 요구하지만, 이 안에서는 그저 존재해도 괜찮아요.”

따뜻한 옐로 톤의 오닉스 대리석으로 마감한 욕실.
잉고 마우러의 ‘우치와’ 벽 조명과 사샤 페레의 극적인 페인팅을 함께 배치한 침실.
침대 헤드보드는 이네스 루카스와 협업해 맞춤 제작했다.

EDITOR | 원하영
PHOTOGRAPHER | 알리스 메스기슈 Alice Mesgu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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