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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패션과 백화점 업계를 거쳐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이끌어온 이효완 대표의 집은 파리 아파트의 인상에서 출발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전승찬과 함께 완성한 이 집은 부부와 두 마리의 웰시코기가 함께 살아가는 안식처다.

까시나의 마라룽가 소파,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사이드 테이블, 플로스 펜던트 조명 등 디자인 가구들이 중심을 이루는 거실 겸 주방. 무라노 벽등과 빈티지 부식 거울, 주방 가구는 이노홈에서 맞춤 제작한 것이다.
이효완 대표와 남편, 그리고 이 집 마스코트인 반려견 장남이와 도리스.

한남동 유엔빌리지의 한 빌라. 문을 열고 들어서면 높은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거실을 밝히고, 그 중심에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이 집의 주인은 패션과 유통 업계를 오래 거쳐온 이효완 대표다. 샤넬과 지방시에서 경력을 쌓았고,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이수만이 설립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A2O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 사람을 연결해온 그의 커리어처럼 이 집 역시 여러 취향과 이야기가 함께 놓여 있다. 남편은 또 다른 분야에서 일한다. 3대째 건설 회사를 운영하다 뉴욕대에서 공부한 영화 전공을 살려 지금은 시나리오를 쓰며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두 사람의 취향은 집 안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만난다. 음악, 영화, 디자인, 그리고 웰시코기 장남이와 도리스까지. 이 집 풍경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디자인 가구를 비롯해 고가구 장식장과 달항아리 작품 등 세월이 느껴지는 아이템들이 집 안 곳곳에 놓여 있다.
에메랄드빛 컬러로 마감한 주방. 자그마한 식물들을 함께.

이 집은 약 132㎡(40평) 규모의 빌라이지만 체감되는 공간감은 훨씬 넓다. 기존보다 천장을 높이며 구조를 정리한 덕분이다. “처음 이 집을 꾸밀 때 파리의 아파트를 많이 떠올렸어요. 지방시에서 일할 때 제 보스 집이 센강 바로 앞에 있었는데, 그 공간의 분위기가 오래 기억에 남았거든요.” 실제로 집 곳곳에는 프렌치 아파트에서 볼 법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벽 몰딩과 루버 도어, 클래식한 조명 같은 디테일이 그렇다. 이번 리모델링은 인테리어 스튜디오 이노홈의 전승찬 대표와 함께 진행했다.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실제로 집을 함께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가 해외 브랜드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이런 느낌, 저런 무드로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승찬 대표는 바로 알아듣더라고요. 이른바 티키타카가 잘 맞은 거죠.” 전승찬 대표가 가장 먼저 집중한 부분은 수납과 공간 조직이었다. 집 안에는 이미 좋은 가구와 오브제가 많았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흩어져 있었다. “좋은 물건도 공간 안에서 제 위치를 찾지 못하면 오히려 산만해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는 단순히 스타일을 바꾸기보다 보이지 않는 수납 구조를 정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주방 상부장과 하부장은 물론이고 벤치 아래 공간, 코너 벽까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곳마다 수납을 숨기듯 넣었다.

남편의 취미 생활을 위한 리스닝 룸.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한창 몰두하고 있는 그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오랜 시간 수집해온 LP와 음악 소품들이 빼곡히 차 있다

집의 중심은 거실과 주방이다. 사람을 초대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은 이효완 대표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두 공간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거실에는 까시나의 마라룽가 소파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커피 테이블이 놓여 있다. 바닥에는 반려견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스웨덴 친환경 바닥재 브랜드 볼론을 깔았다. “소파 색도 사실 강아지들이랑 어울리는 걸로 골랐어요.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하는 친구들이니까요.” 고개를 살짝 돌려 바라본 주방은 길게 뻗은 아일랜드와 대리석 패턴의 세라믹 상판, 그리고 차분한 그레이 톤 가구가 공간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잡아준다. 대리석 질감을 살리면서도 관리가 쉬운 세라믹 소재를 선택한 것도 실용적인 판단이었다. 다이닝 공간의 벽에는 빈티지 무라노 글라스 조명과 부식 거울을 걸어 클래식한 깊이를 더했다. 그 덕분에 이곳은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되기도 한다.

때에 따라 벽장에 숨길 수 있도록 설계한 침대는 초대한 게스트에게 펼친다.
화사한 화이트 대리석으로 마감한 안방 욕실.

이 집의 숨겨진 하이라이트는 남편의 작업 공간이자 취미 공간인 리스닝 룸이다. 빽빽하게 꽂힌 레코드와 턴테이블, 스피커 사이에는 장남이와 도리스의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부부의 취향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또 필요할 때는 침대가 내려오는 숨겨진 게 스트 룸으로 바뀐다. 부부 침실은 상대적으로 단정한 모습. 옅은 올리브 톤의 벽과 부드러운 패브릭 침대가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 집에는 작품도 많다. 컬렉팅을 즐기는 이효완 대표는 최근 작품 고르는 기준을 조금 더 명확히 했다. “예전에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모았다면 지금은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것들을 더 가까이 두게 돼요. 거실에 걸린 작품과 침대 머리맡에 걸린 부채 그림은 아버지가 직접 그린 그림이에요. 거실에 둔 김태균 작가의 하늘 사진도 제가 오래 좋아해온 작품이에요. 저는 작품에도 기운이 있다고 생각해요. 보고 있으면 영감이 생기고 마음이 환기되는 것들을 두려고 해요.” 집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효완 대표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 집은 보호받는 느낌이 드는 공간이에요. 비행기에서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옆자리가 비어 있을 때 있잖아요. 그때처럼 편안한 느낌이요. 그래서 이 집의 키워드는 생추어리 Sanctuary, 그러니까 ‘안식처’라고 말하고 싶어요. 샤넬의 클래식 백처럼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집이면 좋겠어요.” 화려하게 드러내기보다 오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집. 이효완 대표에겐 이 집이 바깥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르는 안식처인 것이다. 

EDITOR | 원지은
PHOTOGRAPHER |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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