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동차 디자이너의 집

어느 자동차 디자이너의 집

어느 자동차 디자이너의 집

자동차를 사랑하는 디자이너가 용인 동백지구에 자신의 집을 지었다.
디자인부터 설계, 시공까지 도맡은 여진협·박재선 부부의 첫 번째 단독주택이다.

↑ 부부가 만든 집 모형. 실제 자재와 가까운 색깔을 사용하는 등 실물에 근접하게 만든 추억의 모형이다.

집을 짓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구조의 아파트에서 산다는 것이 불편했어요. 많은 돈을 주고 그런 아파트를 구입하고 싶지도 않았죠. 외국에 머물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그때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동네 선정은 어떻게 했나요? 조용하고 예쁜 동네인 것 같아요.
판교 쪽도 알아봤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맞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용인 동백지구에 나온 땅을 보게 됐어요. 대지 면적은 211m² 정도인데 동네가 조용하고 앞에 놀이터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직장에서도 멀지 않고요.

↑ 코티지 하우스처럼 아늑한 느낌으로 꾸민 1층 거실. 천장 높이에 차이를 주고 사선 방향으로 설계한 거실이 이국적인 분위기다.

직업이 자동차 디자이너인데 집을 설계했다니 의아해요.
자동차 디자이너 겸 예전에는 레이서이기도 했어요. 자동차를 참 좋아하는데 결국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과 집을 설계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워낙 건축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자동차는 움직임을 위한 수단이고 집은 고정된 건물으로 전혀 다르지 않나요?
저는 집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해에 따라서, 바람에 따라서 내부가 수시로 바뀌잖아요. 자동차 디자인에서 중요한 단열, 방수, 비례 등이 집을 디자인할 때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자신 있었어요.

1 재봉틀로 패브릭 제품을 만드는 아내의 작업실. 코스터부터 작은 인형까지 아내의 작품이 집 안 곳곳에 놓여 있다. 2 아내의 작업대 옆에 있는 남편의 서재. 조만간 서재 가구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 계획이다.

그래도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아요.
집을 짓는 데만 1년이 걸렸어요. 스케치를 한 후 자재를 정하고 모형도 만들어서 해의 방향에 따라 어디에 그림자가 생기는지도 확인했죠.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건축설계사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설계사에게 스케치를 기본으로 한 캐드 작업 등을 부탁드렸고 감리는 우리 부부가 직접 했어요. 외관의 나무 패널에 오일을 섞어서 발라 색을 내기도 하고 문 높이, 창호와 천장의 비례 등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 집 안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위치한 휴식 공간이 보인다. 그곳에서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한다.

완공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들었어요.
완공 후 바뀐 부분이 꽤 많아요. 지금도 진행 중이고요. 일례로 1층 거실 벽도 중간 부분은 벽돌이 없었던 것을 재시공했고 부엌에서 거실로 내려가는 계단의 방향도 잘 맞지 않아서 다시 시공했어요.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죠.

그럼 시공사 결정은 어떻게 했나요?
인터넷을 통해 타일이나 바닥 벽 등 각 분야의 시공팀을 알아보고 따로 불렀어요. 보통 일은 아니었어요. 이직을 위한 휴직 기간 동안 제가 현장 감독을 했거든요. 아내도 현장에 매일 나와 있었고요. 도면과 다른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다시 시공했어요. 그래서 1년이나 걸렸던 것 같아요. 스위치나 경첩, 호스 같은 하드웨어는 외국 출장이 잦은 제가 나갈 때마다 좋은 것으로 사왔어요.

↑ 1층 거실이 음악을 듣는 공간이라면 2층 거실은 TV도 보고 부부가 쉴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다.

정말 공을 들인 집이네요. 어떤 부분을 신경 써서 지었나요?
아내가 걱정했던 난방 문제는 단열과 방수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서인지 겨울에도 추운지 모르고 지냅니다. 1층에 있는 벽난로도 난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요. 스튜디오처럼 여유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또 식탁이나 오디오 랙, 주방 가구도 직접 제작해서 볼 때마다 집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뿌듯함도 느껴요.

그러고 보니 부부가 사는 집인데 다양한 부실이 있네요.
1층에는 거실과 주방 그리고 휴식 공간이 있어요. 휴식 공간은 마당을 마주 보고 있는데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하는 공간이죠. 한여름에는 방충망만 내리고 자기도 했는데 정말 시원하더라고요. 1층 거실은 음악을 듣기 위한 공간으로 벽난로가 있어서 겨울에 한층 운치가 있어요. 뒤쪽으로 지하실과 차고로 연결되는 부엌이 있고요. 2층에는 아내와 저의 서재 겸 작업실, 침실, 세탁실이 있어요.

↑ 프랑스에서 구입한 심플한 나무 침대가 놓인 부부 침실.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이 신기해할 것 같아요. 비전문가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했으니까요.
인테리어 업체부터 동네 주민 등 집을 보고 싶다며 벨을 누르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 집이 예쁘다며 칭찬하지만 둘이 사는데 집이 너무 크지 않느냐, 방은 왜 침실 하나만 있는가에 대해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우리 부부는 집에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남편이 지하실에 공방을 만들었다면 저는 2층 작업 공간에서 재봉틀로 이런저런 패브릭 제품을 만들거든요.

예전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있었나요?
어떤 공간이든 호기심을 유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 안으로 들어와도 마당이 바로 보이지 않아요. 공간마다 높이에 차이를 줘서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고요. 그 작은 차이가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거든요. 또 아내가 아파트 생활을 할 때 이불을 털거나 빨래를 너는 것을 힘들어했어요. 건조대는 늘 거실에 나와 있기 일쑤였고요. 그래서 다림질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세탁실을 만들었어요. 파리에서 살 았던 집은 변기가 놓인 공간과 세면 공간, 욕실이 완전히 분리돼 있었는데 편하고 쾌적하더라고요. 그런 부분도 반영했죠.

↑ 만드는 걸 즐기는 남편을 위한 지하실. 차고와 이어지는 공간으로 남편의 취미를 위한 놀이터나 다름없다.

집 안을 채운 가구나 소품들은 이전에 사용하던 것들인가요?
거의 대부분 쓰던 것들이에요. 갖고 있는 것에 맞게 아내가 인테리어를 했어요. 저는 주로 구조나 동선, 외관을 신경 썼고요. 둘 다 빈티지한 느낌을 좋아하고 색깔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외관도 자연에 가까운 색깔과 소재를 썼고 내부도 오래 살아도 지루하지 않도록 중성적인 색깔의 아이템이 많아요.

마당이 적당한 크기여서 참 좋네요.
근처에 집 짓는 현장이 있으면 궁금해서 가보거든요. 정말 말도 안 되게 시공하는 현장도 많아요. 단독주택의 묘미는 마당에 있는데 현관을 너무 크게 만들거나 면적 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마당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걸 보면 좀 아쉽더라고요. 마당이 있으니까 자주 다녔던 캠핑도 뜸해질 정도예요. 마당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화초도 가꾸고 소일거리도 생기니 캠핑 못지않은 즐거움이 있네요.

↑ 마당에서 본 휴식 공간. 차곡차곡 쌓은 장작과 아웃도어 가구가 운치 있다.

공방처럼 사용하고 있는 지하실과 차고도 인상적이에요.
미국에서는 개러지, 즉 차고랑 부엌이 그 집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만드는 걸 좋아해서 공방처럼 꾸민 지하 작업실과 차고가 이어지도록 설계했어요. 차고에서는 부엌으로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장을 본 것을 차에서 꺼내서 바로 부엌으로 올라갈 수 있어서 참 좋아요. 2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넉넉한 차고와 지하실이 저에겐 놀이터예요.

실제로 집을 지어보니 소감이 어떤가요? 아쉬운 점은 없나요?
아쉬운 점은 살면서 계속 생겨요. 1층 거실에 장작을 보관하는 공간을 사선 방향으로 만들었으면 더 아늑했겠다 싶기도 하고 복도 같은 공간은 넓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국 무의미한 데드 스페이스가 생기거든요. 또 집을 너무 크게 짓는 것보다는 가족에게 꼭 필요한 공간만큼 짓는 것이 좋고요.

1 실제 집을 지을 때 사용한 외관 패널과 망치. 부부에겐 소중한 추억의 물건이다. 2 할로윈데이를 기다리며 직접 속을 파서 만든 호박 랜턴. 3 친정아버지가 사용하다 물려주신 빈티지 카메라. 4 차를 좋아하는 남편의 소장품인 빈티지 플라모델 자동차.

앞으로 공간에 변화가 있을까요? 계획이 있는지요?
도예를 배우고 있는 아내가 지하실에 가마도 놓고 물레질도 할 수 있는 코너를 꾸미고 싶어해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집을 지어본 경험을 살려서 게스트하우스나 작은 부티크 리조트 같은 걸 지어보고 싶어요. 사는 사람을 배려한 디자인의 리조트요. 아내가 만든 패브릭 제품부터 도자기나 그릇 등도 함께 전시하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집을 지으려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저희 집은 화려하거나 최고급 자재만을 사용한 것은 아니에요. 가구나 조명 중에는 이케아 제품도 있고 직접 만든 가구도 많아요. 중요한 것은 비용을 얼마를 들였는지가 아니라 그 비용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가에 있는 것 같아요. 또 일생에 한 번도 짓기 어려운 것이 집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 조용하고 평온한 용인 동백지구에 위치한 여진협·박재선 부부의 집. 2 마당이 생기면서 아내가 정성스럽게 가꾸는 크고 작은 식물들.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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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옵아트

매력적인 옵아트

매력적인 옵아트

점과 선을 교묘하게 배열해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옵티컬 아트.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효과가 있어 공간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점선으로부터
배경에 바른 벽지 ‘12129’는 포르쉐 디자인 제품. 53×100cm, 53.90유로. 강철로 제작한 플로어 스탠드 ‘스트라입스’는 마가장 M1에서 판매. 2135유로. 대리석을 이어 붙인 낮은 탁자는 루 몽쉬르 파리 제품. 110×110×40cm, 8504유로. 베니어합판과 크롬, 멜라민 소재로 제작한 의자 ‘빌마르’는 이케아 제품. 34.95유로. 의자 앞에 놓인 검정 대리석 타일은 라보니 제품. 60×60cm, 140유로. 검정색 유리컵과 와인잔은 롭메예르 제품으로 107 리볼리에서 판매, 유리컵 130유로, 와인잔 155유로. 붉은색 크리스털 캔들 홀더는 프렝탕 백화점에서 판매.

규칙적인 원형
옵아트 벽지 ‘유포리 Euphorie’는 세놀리아 제품. 3×2.7m, 89유로. 번쩍이는 금속 재질의 식기장은 로쉐보보아 제품. 108.5×51×121cm, 4168유로. 철재로 제작한 티테이블 ‘G3’은 로쉐보보아 제품. 70×35cm, 451유로. 양모와 실크 소재로 제작한 러그는 타이-핑 제품. 1평방미터당 2210유로. 폭신한 스툴 ‘서커스’는 노만코펜하겐 제품으로 플뢰에서 판매. 65×35cm, 535유로. 알루미늄에 흰색 래커를 칠한 벽 등 ‘크왁 Kwark’은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것으로 아스테리에서 판매. 1644유로. 도자기 볼과 쟁반은 자네스 쿠진이 디자인한 것으로 탤런트 오페라에서 판매. 260유로부터. 초록색 암소가죽 핸드백 ‘맥시박스’는 에르메스 제품.

도드라지는 선
배경으로 사용한 벽지 ‘첨탑’은 오스본&리틀 제품. 68.5×100cm, 124유로. 입안의 혀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패브릭 소재의 라운지 체어 ‘모멘텀’은 아티포트 제품으로 실베라에서 판매. 2165유로. 타일을 이어 붙인 스툴은 릴라 스피릿에서 판매. 43×43×43cm, 330유로. 검정색 줄무늬로 장식한 세라믹 화병은 107 리볼리에서 판매. 47cm 765유로, 45cm 615유로. 알루미늄 재질의 램프 ‘어니언’은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것으로 B.H.V. 마렐에서 판매. 45×80cm, 1164유로. 천장에 매단 종이 스툴은 리멤버에서 판매. 32.5×44.4cm, 18.90유로. 강렬한 파란색 가죽 구두는 카르멘 스테판 제품.

바둑판 무늬
배경에 사용한 벽지 ‘누벨레스 파티’는 세놀리아 제품. 3×2.7m, 89유로. 수작업으로 만든 멜라민 소재의 의자 ‘바인’은 사와야&모로니의 한정판 제품으로 마이 디자인에서 판매. 14440유로. 원목에 검정과 흰색으로 래커를 칠한 테이블 ‘체스’는 모오이 제품으로 실베라 바스티유에서 판매. 40×42×80cm, 796유로. 실리콘과 유리를 붙여 만든 화병은 애즈아트 As’Art에서 판매. 30cm 125유로, 40cm 155유로. 바닥에 깐 양모 러그는 카르빙 제품으로 아무르 드 타피스에서 판매. 140×200cm, 525유로. 철제 프레임에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유리 전구를 결합한 조명 ‘스퀘어’는 아틀리에 아레티 제품으로 블로 Blou에서 판매. 100×125cm, 6400유로. 앞코가 뾰족한 노란색 하이힐은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에디터 샬럿 바이리 Charlotte Bailly│포토그래퍼 뱅상 티베르 Vincent Thibert│연출 브뤼노 베레키아 Bruno Verrecchia· 크리스티안 마르탕 Christian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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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특별한 집

조금 더 특별한 집

조금 더 특별한 집

파리 16구에 위치한 마리 앙주의 집은 전형적인 고급 주택의 클래식한 분위기와 팝적인 요소 그리고 재치를 더했다. 그 결과, 이질적인 요소들이 더해져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집이 완성되었다.

↑ 비트라에서 구입한 임스 라운지 의자 위에 도트 무늬 쿠션을 매치했다. 소파는 카라반 제품이고 쿠션은 두밀위트에서 구입. 파란색 스탠드는 바스크 지방에서 열리는 아에츠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 흰색 사이드 보드 위에 걸어놓은 웨딩드레스는 벽면에 있는 텔레비전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왼쪽 바닥에는 경매에서 낙찰 받은 투우사의 케이프가 놓여 있다.

이 집에서는 고급 저택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몰딩 장식이 있는 벽, 왁스를 칠한 나무 바닥을 찾아볼 수 없다. 황동 거울과 산뜻한 색상이 돋보이는 장식품, 예술적인 감각이 가미된 아이템이 이 저택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마리 앙주 드 샤리 Mary Ange de Cherry는 고급저택의 중개인으로 살다 보니 자신의 집은 좀 더 색다른 특색이 있기를 바랐다.

↑ 마리 앙주는 기존에 있던 책장 네 개를 새롭게 리폼해서 식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기 위해 에메리 앤 시 Emery & Cie의 파란색 페인트를 칠했다. 노란 은행잎 색깔로 칠한 커다란 식탁에는 이에로 사리넨이 디자인한 의자를 배치했다. 식탁 위에 있는 작품은 이브 가스투 갤러리에서 구입한 장-클로드 파리 Jean-Claude Farhi 작가의 작품으로 주문 제작한 펜던트 조명과 잘 어우러진다.

그녀의 집은 파리 16구 중심지인 트로카데로 근처에 있는 210㎡ 규모의 복층 저택으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천장의 높이는 무려 4m 20cm. 덕분에 집 안 곳곳에 햇살이 가득 쏟아진다. 여기까지는 클래식한 저택의 전형적인 요소에 가깝다. 하지만 마리 앙주는 귀족풍의 고급스러움을 중화시키고자 개인적인 취향으로 고른 골동품으로 집 안을 장식했다.

↑ 건물 현관에서 집 안 전체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마리 앙주는 지그재그 패턴의 나무 바닥을 환하고 현대적인 느낌으로 연출했다. 천장의 샹들리에와 왼쪽 벽면의 거울과 콘솔은 모두 생투앙 Saint-Ouen에 위치한 세르페트 Serpette 시장에서 구입한 중고품이다. 계단 위에 놓인 홍학은 디자인 에 네이처 갤러리에서 구입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홍색으로 실내 곳곳을 꾸몄어요. 제 딸 이름을 ‘로즈(프랑스어로 분홍색)’로 지은 것 역시 우연이 아니랍니다.” 그녀는 식탁에서 방까지 분홍색 오브제를 곳곳에 배치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분홍색 홍학이 마치 불침번이라도 서듯 복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꼿꼿이 서 있다. 그리고 소파 옆쪽으로는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유명한 투우사 엘 코르도베가 입었던 케이프를 전시해 놓았다. 분홍색을 남용함으로써 질릴 수도 있으니 복도와 주방에는 그래픽적인 요소로 세심하게 장식해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마무리를 잊지 않았다.

↑ 2층에 있는 아이들 방과 이어지는 복도는 패로우&볼의 파란색 페인트로 칠했다. 벽에는 오래된 뻐꾸기시계, 프랑스 중부 베르나이종 Vernaizon에서 구입한 등나무 거울 2개와 플뤼에서 구입한 사슴 오브제로 장식했다. 큰 새장 모양의 펜던트 조명은 마티유 샤이에르 제품. 오른쪽으로 보이는 욕실에는 KRD 부티크에서 구입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빈티지 펜던트 조명을 매달았다.

주방에 있는 식기장은 오래된 책장을 짙은 파란색으로 칠해 리폼했다. 마리 앙주는 주말마다 생투앙에서 열리는 폴 베르, 세르페트 벼룩시장부터 바스크 지방에서 열리는 아에츠 벼룩시장까지 샅샅이 뒤지고 다녔고 그 덕분에 자신의 저택을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물건으로 장식할 수 있었다.

↑ 벽면에는 박람회장에서 구입한 일본 작가의 그림을 걸었다. 침대를 장식하고 있는 덮개는 수자니(우즈베키스탄의 특산물)로 바스크 지방에서 구입. 리넨 이불은 소사이어티 제품. 스탠드 램프는 조각가 필립 히킬리 Philippe Hiquily의 작품으로 이브 가스투 갤러리에서 구입했다.

마리 빅투아르 폴야코프 갤러리에서 구입한 웨딩드레스는 거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걸어두었고, 침실 벽과 서재 공간으로 꾸며놓은 작은 거실에는 플렉시 글라스 소재의 현대 작품을 배치해 매력적인 공간으로 연출했다. 금박 장식과 대리석으로 뒤덮일 뻔했던 귀족풍 저택이 현대적이고 기발한 오브제들과 강렬한 색이 더해져 매력 넘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 거실 바닥에는 빈티지 러그를 깔았다. 온 가족이 즐겨 사용하는 소파 위에 카라반과 두밀위트에서 구입한 여러 개의 패브릭 쿠션이 놓여 있다. 스탠드는 카라반 제품. 작은 테이블 ‘비숏’은 인디아 마다비 제품.

에디터 버지니 뒤보스크 Virginie Duboscq│ 카린 키방 Carine Keyvan│포토그래퍼 디디에 델마스 Didier Del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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