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Salone Internazionale del Mobile가 지난 4월 8일부터 13일까지 로 피에라 Rho Fiera에서 열렸다. `From Luxury to Simplicity`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박람회에서 건진 13개의 키워드와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장외 전시, 푸오리 살로네 Fuori Salone의 하이라이트를 모았다.
01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디자인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의 24개 전시관 가운데 트렌드를 점칠 수 있는 곳은 8개의 디자인관이다. 올해의 컬러 트렌드는 전년과 다르지 않게 파스텔 톤과 부드러운 색감이 대세였다. 디자인 역시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이 많았고 황동, 골드, 구리의 유행도 예감할 수 있었다.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컬래버레이션도 왕성했다. 데커레이션에 있어서는 단연 그린 데코가 화두였다. 커다란 나뭇가지를 꽂은 화병부터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화분까지 화려한 오브제 대신 식물로 포인트를 준 공간들이 대부분이었다. 격년으로 진행되는 유로 쿠치나 Euro Cucina는 ‘주방을 위한 기술 Technology for the kitchen, FTK’을 주제로 빌트인 가전제품과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패션 하우스의 활약과 자동차 브랜드의 가구 론칭은 인테리어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충분했고, 패션과 리빙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명품 브랜드가 포진해 있었던 20관에서는 스타 디자이너들의 신작들이 대거 소개됐는데, 특히 하이메 야욘과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아틀리에 오이, 스홀텐&바이잉스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들 가운데 많게는 10여 가지의 신상품을 발표한 디자이너도 있었는데 브랜드의 변별력은 사라지고 디자이너의 강렬한 정체성이 반복되는 듯한 부작용도 있었다. 코스밋의 연출하에 8명의 건축가들이 참여한 ‘Where Architects Live’는 1600 m2라는 공간에 집의 개념을 소개하는 부스를 마련했다. 장외 전시인 푸오리 살로네는 브레라, 조나 토르토나, 트리날레, 람브라떼 등의 시내 곳곳에서 개최됐는데, 이 기간 동안은 도시 전체가 불야성을 이뤘다. 짧은 일정 안에 모든 전시장을 둘러보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예술적인 감성이 깃든 전시장만을 찾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02 미래와 신기술의 동경
디자이너들은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소재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다. 그 결과물은 성격이 다른 가구 혹은 기능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가구로 탄생된다. 박람회장에서도 이 같은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브라질 출신 디자이너 엔리케 세르베나는 날갯짓을 하고 있는 새의 움직임을 포착해 테이블에 날개를 달았다. 에드라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반짝이는 의자를 선보였다. 구프람 Gufram에서는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무거운 화강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벼운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한 의자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1어 랏 오브 브라질의 버드 벤치.
2 에드라의 지나 체어.
3 구프람의 폴트라우나 체어.
03 박람회의 스타, 슈퍼 디자이너들
신뢰도가 입증된 디자이너들의 활약은 올해도 눈부셨다. ‘A New Shade of Gold’를 주제로 열린 카르텔 부스에서는 12명의 스타 디자이너들이 30여 개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2005년 탄생한 부지 램프의 탄생 10주년을 맞이해 14명의 디자이너가 새롭게 디자인한 모델을 볼 수 있었다. 하이메 아욘과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각각 마지스와 모로소의 부스를 디자인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참여했다. 스홀텐&바이잉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무스타쉬, 헤이, 가리모쿠, 루체 디 카레라, 모오이 Moooi를 통해 모두 7개의 신제품을 선보여 저력을 과시했다. 비트라에서는 새로운 알렉산더 지라드 Alexander Girard 컬렉션과 헬라 융게리우스 Hella Jongerius의 의자를 선보였다. 크바드랏 원단으로 카펫을 디자인 회사 단스키나 Danskina는 헬라 융게리우스의 감각을 빌려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모로소 Moroso, 박스터 Boxter, 디젤 리빙 Diesel Living 등 인기 브랜드의 부스에서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그룹전이 펼쳐졌다.
1 디젤 리빙의 게스크 소파
2 필립스탁이 카르텔을 위해 만든 부지 램프.
3 아르텍에서 출시한 헬라 융게리우스 컬렉션.
04 편안함은 자연 속에 있다
스웨덴의 여성 디자인 그룹 프론트 Front가 모오이 Moooi를 통해 2006년에 선보인 검은 말 조명과 돼지가 머리에 쟁반을 이고 있는 시리즈, 애니멀 싱 Animal Thing을 기억하는지? 자연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가구들은 인공적이지만 감성적인 접근법으로 공간에 하나만 두어도 충분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올해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동물과 식물이 살아 숨 쉬는 듯한 가구가 눈길을 끌었다.
1 BD바로셀로나의 Xai 테이블.
2 모오이의 네스트 소파.
3 에드라의 바스타르도 스툴.
05 Big Brand Issue
올해 명품 가구 브랜드의 전시장은 제각각 다른 모습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된 듯 일관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새롭고 낯선 트렌드가 아니라 최근 몇 년간의 유행을 따르며 조금씩 진화하는 모습이었다. 럭셔리 리빙의 개념이 우리의 감각과 환경에 얼마나 호소하느냐로 정의되면서 특히 공간에 온기를 높일 수 있는 둥근 모양의 가구들에 시선이 갔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사랑스러운 파스텔 색상의 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소파 시스템을 모로소를 통해 선보였다. 박스터에서는 바우하우스 스타일을 입은 신제품 소파 시리즈를 출시했다. 리에디션 가구도 놓치지 말아야 했던 아이템. 폴트로나 프라우는 1950년대 쟌프란코 프라티니 Gianfranco Frattini가 디자인한 원목 책장 시스템 알베로 Albero를, 카시나는 르 코르뷔지에의 LC 5 체어를 선보였다. 한편 신기술을 접목시킨 예술적인 형태의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드리아데 Driade에서는 조각상을 수납장에 접목시켜 강한 인상을 남겼고 도시 레빈 Doshi Levien은 구불구불한 판자에 색을 입혀 컬러 블록으로 만든 산티 서머 Shanty Summer 수납장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1 드라아데의 아프로디테 수납장.
2 톰 딕슨의 비트 라이트 그레이 조명.
3 박스터 스트롬볼리 세이다 체어.
4 박스터의 바우하우스 체어.
5 e15의 원목 라운지 체어.
6 모로소의 넷 테이블.
7 BD바로셀로나의 산티 서머 수납장.
8 모로소의 러브 미 텐더 소파.
9 B&B 이탈리아의 허스크 소파.
10 알플렉스의 디바 파티션.
06 황동, 구리, 골드의 전성시대
톰 딕슨 Tom Dixon의 에클레틱 Eclectic 라인의 인기를 의식한 걸까? 작년부터 불어왔던 황동, 구리 소재의 열풍은 명품 브랜드까지 번져 전시장에서 가장 많이 마주칠 만큼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소품에서 두각을 보였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가구에 접목시킨 디자인이 많이 보였다. e15는 반짝이는 구릿빛 커피 테이블을 출시했고, 클라시콘 Classicon은 가죽과 구리를 결합시킨 바 스툴을 내놓았다. 박스터는 구리와 황동을 부식시킨 독특한 티 테이블로 쇼룸을 장식했다. 골드 역시 두각을 나타냈다. 바다에 떠 있는 빙하의 일부 같았던 드리아데의 테이블과 까사마니아 Casamania의 LED 새장은 눈부신 광채로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웠다.
1 ‘Precious kartell’이라는 슬로건으로 반짝이는 부스를 선보였던 카르텔.
2 드리아데의 세레노 커피 테이블
3 박스터의 로렌 사이드 테이블 시리즈.
에디터 박명주
출처 〈MAISON〉 2014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