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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장인들의 이야기. 이번 달은
열두 번째 이야기로 오죽의 뜻을 이어온 최선희 전승자를 소개한다.

↑ 오죽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차시와 포크&젓가락.

↑ 대나무 발과 서안.

↑ 여유와 멋이 느껴지는 전통 부채

↑ 2011년 특허를 받은 대나무를 휘는 가공 방법으로 만든 조명.

↑ 검은색 대나무 오죽의 모습.

↑ 친근한 생활 소품을 만드는 최선희 전승자.

최선희 전승자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가평으로 향하는 길. 고 임경구 시조 시인의 시구가 떠올랐다. “검은 대 속 검을까 그 속을 들여다보니 / 텅 빈 허공 창공 무심의 바람 부네 / 나도야 삶이 검어도 창공처럼 살고파 / 오죽에 서린 충절 임당 가리는 혼 / 까마귀 사랑가로 단소가 우는 날에 / 천년을 부는 바람결 눈물 송송 맺힌다.”

오죽은 사군자 가운데 충정과 절개를 나타내는 대나무 竹와 부모의 손에서 자라 평생 부모를 공양하는 까마귀 烏의 성품을 더해 오죽 烏竹이라 불린다. 줄기의 색이 거무스름한 오죽은 충절의 혼이 서린 곳에서 스스로 생기고 사라져 예로부터 신성시 여겨온 식물이다. 중국에서는 자죽 紫竹, 일본에서는 흑죽 黑竹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귀한 오죽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그것을 살려야겠다는 강한 의지 하나로 평생 오죽만을 만들어온 윤병훈 장인(서울시 무형문화재 15호)을 사사한 최선희 전승자는 스무 살이 되던 해인 1986년 오죽 공예에 입문했다.

“처음 오죽 공예를 했던 이유는 나무의 뜻에 반해서였죠. 그리고 재료의 아름다움, 오죽의 매력에 빠져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1993년 이후부터 전승공예대전에 수차례 입선했던 최선희 전승자는 2008년에는 제33회 전승공예대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예술성과 전통공예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간송미술관과 영국의 대영박물관, 국립박물관에 그의 작품이 영구 보존되고 있다. 스승에게 전수 받은 ‘편광에 의한 기하화법’으로 만든 서안, 문서함, 보석함은 농도가 다른 25가지 색의 대나무 조각을 이어붙여 만들어진다. 빛의 반사 방향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을 띠는 것이 특징인데,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꽃이 되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새가 되기도 하는 독특한 기법이다. 가평군에서 오죽 공방을 운영하며 ‘대나무를 휘는 가공 방법’으로 2011년 특허를 받아 다양한 모양과 기법으로 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나무는 그 특성상 안과 밖으로는 잘 휘지만 옆으로는 잘 휘지 않아 작가 마음대로 작품을 구사할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 고안한 것은 대나무를 0.5mm 이하로 잘게 쪼갠 다음, 꽃과 같은 모양을 만드는 기술이에요.”

죽장기법의 오죽장은 우리만의 고유 기술이며, 오죽함은 해외 국빈들에게 선물용으로도 환영받는다. 오죽은 검은색으로 보이지만 색의 농도의 따라 20여 가지의 색깔을 띤다. 표면 또한 칠이 필요 없는 뛰어난 재료이다. 최소 5년 이상 된 대나무를 베어와 5년 이상 건조시켜 대나무 장을 만들고, 통대로 쓸 수 있는 것은 10년 이상 건조시킨 것을 사용해야 오랜 시간이 지나도 터지지 않고 틀어지지 않는다. 오죽은 자연색을 그대로 표현해내는 것이 특징인데, 따뜻한 기후와 해풍을 맞아야 대나무의 빛깔이 좋고 윤기가 난다.

최선희 전승자는 최근 생활 속에서도 오죽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안경줄부터 젓가락, 부채, 접시, 조명 등으로 오죽을 보다 친근하게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묵묵히 한길만을 걸어온 그녀의 굳은 손가락 마디마디의 거침과 들꽃처럼 순박한 눈웃음이 딱딱해진 심장을 물컹하게 만든다.

글과 사진 이정민(물나무 스튜디오)ㅣ 에디터 박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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