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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선물한 빛깔 고운 색감. 소박한 색채의 향연으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홍루까 천연 염색 장인을 소개한다.

↑ 쪽빛으로 물들이 조명.

쪽빛 하늘이 유난히 높아 보이는 가을의 문턱 앞에서 종묘의 서순라 길목에 들어섰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운치 있는 골목 안쪽엔 ‘하늘 물빛’이라는 손맛 나는 염색 장인의 작업 공간이 있다. 매듭 장인인 어머니 조일순 씨와 천연 염색 장인 홍루까, 조각보 작가인 여동생 홍광희, 이제 막 천연 염색의 길에 접어든 아들 홍성하. 이렇게 홍루까 장인의 가족은 한국 문화를 이어 나가는 작업으로 이어져 있다.

↑ 윤대중 전승자에게 선물 받은 바작.

작업의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햇살, 바람, 자연, 시간이 만들어내는 천연의 색은 이 가족을 이끌어주는 힘이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에게서 배운 전통 매듭을 40년 이상 만들어왔다. 조선시대 노리개부터 장신구 모양까지 그 색과 모양을 만들어 매듭을 만들고 그 매듭에 쓸 천을 찾다 보니 직접 천연 염색을 하기 시작했다.

↑ 쪽과 치자로 염색한 보자기와 자초로 염색한 조각보.

1970년대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쪽 씨를 들여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일반 염색을 하다 쪽 염색을 하게 되었고, 그 원단으로 바느질을 하여 하나의 공예품이 가족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색은 여러 번 봐야 그 깊이와 진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색을 내야 한다는 고집스런 생각을 가족의 신념처럼 지켜왔다. 홍루까 장인이 천연 염색을 하기 시작한 건 1997년. 실 염색을 하시던 어머니를 돕다가 계곡에 마련된 평상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형형색색 흩날리는 천들이 나부끼는 모습에 반해 염색 장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 위에서 내려다본 천연 염색 수세미.

“염색은 늘 편안한 친구 같아요. 나는 아직도 이 편한 친구에게 미쳐 있지요. 염색도 손맛이기 때문에 김치를 담그듯 담가야 해요.” 천연 염색은 손끝의 감각으로 물을 들이고 수십 번의 반복 끝에 최상의 색을 얻는 기다림의 결정체이며 느림의 미학으로 완성되는 친환경 염색체이다. 자연에서 추출한 색이기 때문에 처음엔 색이 약한 듯 보이지만 일반 염색보다 오래갈 뿐 아니라 훨씬 푸근한 느낌이 든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은은한 천연의 색감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의 마음을 깨우는 것만 같다.

↑ 쪽염색한 패널로 만든 수납장.

작년에 열린 <하늘 물 흐르는 한성가경>이라는 가족 전시회를 계기로 절대 염색 일을 하지 않겠다던 아들 홍성하 씨는 아버지의 대를 잇기 시작했다. 현대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이 잘 접목되어야 전통 예술이 발전할 수 있다고 깨달은 홍루까 장인과 가족들은 천연 염색 천을 재해석해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 홍루까 염색 장인의 모습.

인류가 시작되면서 자연 염색이 시작되었고 그 역사는 지금까지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인류 문명에 물리적으로 급속히 적응하는 서양 문물과는 달리 감각과 감성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천연 염색은 꾸준히 발전해왔다. 천년 빛깔의 쪽빛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열망에 부응해 과거에 비해 찾는 이가 많아졌다. 홍루까 장인 가족은 쪽 재배에서부터 염료 생산과 염색, 디자인, 바느질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작업으로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천연 염색된 천은 다양한 옷과 침구, 생활 소품으로 만들어진다. 이를 비롯해 명주에 괴황(황색), 쪽(파랑), 코치닐(분홍), 소목(붉은색), 쪽과 치자(진초록) 등으로 염색한 모시 조각보와 국화 문양 보자기, 바늘 방석꽂이, 무릎 담요 등을 비롯해 의류와 침구까지 만든다. 하늘 물빛의 가을은 쪽빛 바람을 타고 날아와 살포시 내 몸에 닿는 것만 같다.

에디터 박명주 | 글과 사진 이정민(물나무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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