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N.E.E.D건축 김성우 소장의
건축의 재발견

한정된 대지에서 정해진 요구 조건에 맞춰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가끔씩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때마다 계절에 따라, 유행에 맞춰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달라지는 동네 시장을 둘러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도시에서 건축가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해외 출장 중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길거리 시장을 둘러보는데 남아프리카의 해변 도시 더반 Durban에 있는 허브 시장은 내가 다녀본 곳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도심부 한복판을 높게 가로지르던 고속도로가 계획상의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허브를 팔던 가난한 상인들이 이 고속도로 위에 올라가서 물건을 팔기 시작하면서 더반에서 가장 큰 허브 시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고속도로의 중앙 분리대는 매대가 되고 도로를 비추던 가로등은 어두운 시장을 밝히는 조명으로 탈바꿈했다. 밤이 되면 도로 양 옆의 구조물에 가벼운 천막을 설치해 집까지 왕래가 어려운 가난한 상인을 위한 주거지로 변신한다. 이 허브 시장은 버려지고 방치된 구조물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접근해 활성화시킨 좋은 사례다. 이처럼 도시 속 건축물은 특정한 요구 조건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따라 성장하고 변화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에디터 최고은 | 사진 김성우 | 일러스트레이터 김종호

Updated viewCount. Affected rows: 1 Inserted new record. Affected rows: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