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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결에 지나간 건물 앞의 미술품, 여행차 들렀던 호텔 로비의 그림 등 내가 살고 있는 도시 곳곳에 예술은 존재한다.

↑ 에클라 호텔의 로비.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에서 볼 수 있는 가오샤오위 작품. 아래 밤이면 더욱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서울스퀘어 외관의 ‘걸어가는 사람들’. 지인을 만나기 위해 들른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멀리 높은 벽 위에 김창영의 모래 그림이, 로비에는 아르망의 조각과 가오샤오위의 인사하는 조각까지 곳곳에 미술품이 놓여 있다. 하지만 이 건물에서 7년째 일하고 있다는 지인은 “어머 저기에 저런 작품이 있었네! 저게 그때 아트 페어에서 본 작가의 작품이에요?”라는 놀라운 반응이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일상의 사물을 빠르게 지나치며 관찰의 즐거움을 즐기기에 도시인들의 삶은 너무나 바쁘니 말이다. 하지만 잠시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에 존재하는 예술품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역 앞의 서울스퀘어다. 예전에는 대우빌딩이었고 지금은 장그래 빌딩으로 불리는 곳. 전면을 모두 미디어 아트가 가능한 디지털 스크린으로 처리하여 밤이 되면 영상 작품이 빛나는 스크린으로 변신한다. 줄리앙 오피의 ‘걸어가는 사람들’ 영상이 서울역을 오가는 바쁜 도시민의 삶과 오버랩되는 즐거운 광경을 선사한다. 서울스퀘어 1층에도 건물의 내부와 외부에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걸스타인의 작품은 이곳뿐만 아니라 건대입구 스타시티 벽면에도 장식되어 있어 서울 시민에게 매우 친숙한 작가다. 한 번 공공 조각으로 선정되고 나면 곧 유명세를 타게 돼 작가의 명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로버트 인디아나의 ‘LOVE’ 조각이 대표적인 사례로, 뉴욕에 이어 아예 이스라엘어와 중국어로 번역되어 세계 곳곳에 설치 중이다. 아마도 단일 작품으로 가장 많은 도시에 설치된 미술 작품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비의 1%를 예술에 할애해야 하는 건축물미술작품 제도가 있어 대부분의 건물 외관에 미술품이 설치되어 있다. 미술관 못지않게 많은 작품을 설치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장소는 바로 호텔과 백화점이다. 특히 신라 호텔은 박선기의 숯 샹들리에 프로젝트를 10년 가까이 진행해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거두었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모두 백화점 내에 갤러리를 두었을 뿐 아니라 층마다 미술 작품을 설치하여 아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공공장소는 미술관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소재나 적나라한 표현의 작품이 아닌 무난하고 유쾌한 대중적인 작품을 선별하곤 한다. 반면 베이징의 파크뷰 쇼핑몰과 에클라 호텔은 이런 편견을 깨버리기라도 하듯 압도적인 컬렉션을 자랑한다. 건물 외관에서부터 쇼핑몰 곳곳에 작품이 즐비하고, 쇼핑몰 10층에는 황진화 회장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별도의 갤러리가 마련되어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에클라 호텔은 복도는 물론 두세 개에 달하는 대형 스위트룸 내부에도 미술품을 걸어놓았다. 특히 수억대에 달하는 펑정지에의 회화 작품이 아크릴 액자도 없이 식탁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고 수영장 바로 옆에도 가오샤오위의 조각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구색을 갖추기 위한 아트 마케팅이 아니라 미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공간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 서울 스퀘어 외부에 설치된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오늘부터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면서 우리 주변에 의외로 예술품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파리에서 살 때 한국에서 온 지인들이 “이 나무는 뭐야?” “이 건물은 여기 왜 있어?”라는 질문을 하곤 했다. 한국에서는 전혀 궁금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보이지도 않았던 나무가 보이고 수종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여행이 선사하는 또 다른 호기심이다. 바로 지금부터 이 도시를 낯선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보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그것이 예술이다.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 에디터 신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