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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에서 도자 작가 몰리 해치를 만났다. 국내에서는 테이블웨어 작업으로 잘 알려진 그녀는 직접 빚고, 핸드 페인트한 접시를 한데 모아 벽면에 설치, 전혀 다른 오브제를 탄생시키는 독특한 시선을 지닌 작가다.


전시는 작가의 성정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와 같다. 오랜 시간 자신의 길을 조응해온 작가의 세계가 전시장이라는 한 공간에 응축되며 수많은 이들에게 다층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도자 작가로 잘 알려진 몰리 해치 Molly Hatch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가졌다. 지난 8월 9일,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에서 개최된 그룹전 전에 참여했으며, 건축재로써의 타일이 아니라 타일에 내재된 다양한 속성이 오늘날 작가들에 의해 어떻게 구현되는지 천착해보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녀는 개성 있는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사실 몰리 해치는 국내에서 테이블웨어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테이블웨어 브랜드 트위그 뉴욕과의 협업을 통해 꽃과 새 등 손맛이 느껴지는 그림이 담긴 식기 시리즈를 선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순수미술을 전공했어요. 여름방학 때 우연히 도자 수업을 수강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도자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게 있어 도자와 페인팅은 어떤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창작 도구예요. 아름다운 모양으로 도자를 빚고, 그 위에 갖가지 무늬로 핸드 페인트를 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죠. 페인팅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요즘은 빈티지 패브릭의 문양에서 영감을 얻곤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몰리 해치는 핸드 페인트한 접시를 여러 개 모아 벽에 걸어 하나의 오브제를 만드는 독특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다층적인 작업 세계를 과감하게 펼쳐 보였다. 붉은색의 안료로 화려하게 그린 꽃무늬 접시 여러 개를 벽면에 일정한 배열을 따라 붙여놓으니 서로 연결감을 띠면서 하나의 거대한 꽃밭으로 변하는 ‘리사이트 Recite’, 각기 다른 문양의 접시를 동그랗게 한데 모으면 신화적인 풍경이 되는 ‘프라고나르 콴드 온 에임 Fragonard Quand on Aime’ 등 그녀의 작업은 독특하고 흥미롭다.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 넣은 접시들을 그룹 지어 모아놓았을 뿐인데 멀리서 보면 거대한 회화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났다. “도자와 회화를 접목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도자 접시를 캔버스로 활용해보자는 것이었죠. 무늬가 없는 흰색 도자 접시를 원하는 크기로 늘어놓으면 딱 제가 원하는 크기의 캔버스가 됐어요.” 하나씩 분리하면 각기 문양이 있는 일반 접시가 되고, 한데 모으면 벽면을 장식하는 거대한 오브제가 되는 이중적인 매력을 지닌 몰리 해치의 설치 작업은 일찌감치 미술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등 유명 미술관에서 협업을 요청해왔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의 유명 미술관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2,3 물레를 돌려 접시를 만든 다음 접시를 벽에 캔버스처럼 펼친다. 그리고 그 위에 페인팅을 하는 것이 작업 순서. 4 접시를 모으니 말을 타고 사냥을 가는 풍경이 그려졌다. 5 도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를 개최하는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전경. 6 전시 오프닝 현장에서 몰리 해치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7 몰리 해치의 유명작인 ‘리사이트’. 접시 뒤쪽으로 진한 핑크색을 칠해 흰 벽에 붙여놓으면 붉은빛이 반사된다. 8 접시에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안료들. 9 뉴욕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에 몰리 해치가 가구 작가인 남편, 7살  딸과 함께 사는 집이 있다.

 

몰리 해치는 언제나 남들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결과를 작품에 담고자 노력해왔다. 똑같은 풍경을 봐도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내고, 이것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 그녀는 작업의 즐거움을 느낀다. 얼마 전부터 몰리 해치는 벽지와 패브릭을 디자인하며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경, 마음을 흔드는 무늬의 패브릭, 앤티크 식기 등 일상에서 찾아낸 소박한 것들을 작업의 주된 소재로 삼는 그녀는 이것들에서 느낀 감흥을 접시 등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재에 담아낸다. “저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드라마틱한 작품보다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벽지와 패브릭 등 리빙과 관련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눈을 뜨게 됐어요.” 몰리 해치는 뉴욕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가구 작가인 남편과 일곱 살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손수 만든 식기와 직접 디자인한 벽지 등을 활용해 아늑한 분위기로 연출한 공간에서 요리하고 정원을 가꾸는 등 일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보다 다양하게 펼쳐질 그녀의 작품과 앞으로 적극적으로 작업하게 될 리빙 제품에 고스란히 담길 것이다.

 

 


10,13 가마와 각종 미술 도구가 놓인 작업실 전경. 이곳에서는 갖가지 샘플 작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11 손맛 나는 그림으로 가득한 몰리 해치의 식기 시리즈. 국내에서는 트위그 뉴욕과의 협업 제품을 만날 수 있다. 12 몰리 해치의 아늑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집. 몰리 해치는 집에서 닭을 키우고 가드닝을 하며 종종 요리하는 하루하루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