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권은영의 작업을 보면 별이나 꽃, 산호초나 바다 생물이 연상된다.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해석되지만 그녀는 식물의 가시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했다. “가시의 뾰족한 모양이 매우 자극적으로 느껴졌어요. 이름 모를 식물이나 생물 사이의 묘한 형태감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더라고요. 작업 초창기에는 모양도 훨씬 그로테스크하고 색감도 강렬했어요. 식물의 여리여리한 느낌보다는 강한 면모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권은영 작가는 흙을 뾰족하게 말고 붙이는 과정에서 감정을 해소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자신도 모르게 가시를 촘촘하고 날카롭게 만들고 있어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경희대 도예과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모두 마친 후 이태원에 작업실을 연 지 3년째, 그녀는 이렇게 매일 흙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도예 작업을 하다 보면 조형성이 강한 오브제와 실용적인 식기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컵, 볼, 화병 등 식기의 가시에서 모티프를 얻은 오브제를 결합한 권은영 작가의 작품들.
작가로서 그녀의 소망은 독특하지만 일상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것. 이러한 방향성 안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구축하는 중이다. 도자 외에 금속, 유리, 목공 등 다양한 소재에도 관심이 많아 다른 분야의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도자기만으로는 낼 수 없는 새로운 이미지도 만든다. 지난 10월 중순, 조은숙 갤러리에서 진행된 2인전 <콜라보×파이어 Collabo×Fire>에서는 유리공예가 이정원과 1여 년간 함께 준비한 작업물을 선보였다. “개인 작업실을 열고 나서 첫 전시였어요. 작가가 왜 정기적으로 전시를 해야 하는지 느꼈죠. 그간의 작업 방향이 정리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을 얻었거든요.” 그녀는 홀로 작업에 열중하기보다 다양한 사람과 만나면서 시야를 넓혀가는 과정을 선호한다.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 장진모 셰프 등 요리사와 함께 작업하면서 식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그녀는 내년에는 테이블에서 벗어나 스툴, 문고리 등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는 작업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내면이 단단한 이 젊은 작가는 자기 중심을 지키면서 계속해서 역량을 뻗어나가고 있다.

작업실 천장에 달아놓은 조명은, 권은영 작가가 철재로 만든 것. 그녀는 도자 외에 금속, 유리 등 다양한 소재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