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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처마에서 모티프를 얻은 벽 선반과 방석 스툴

 

이스턴 에디션을 론칭한 양태오 디자이너. 그는 균형과 본질에 집중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가구를 론칭한 계기가 있었나? 가구는 항상 하고 싶었고,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다.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늘 직접 디자인했는데, 가구가 공간의 백미라고 생각했다. 또 내게 공간을 의뢰하지 않더라도 이스턴 에디션 가구만으로도 나의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의 공간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느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 그 어느 때보다도 균형이라는 키워드가 절실한 것 같다. 나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또 동양과 서양처럼 나뉘어 있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싶었고, 그런 균형의 미학을 가구에서 느낄 수 있길 바랐다. 한국적인 선과 사상, 결과 같은 요소를 현대적인 디자인의 가구로 보여준다면 누군가의 공간에 이야기가 더해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상반된 스타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분명 어려운 일이었지만 정말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한국적이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고 싶었다. 조선시대 후기의 미학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각적인 방식은 얼마든지 현대적일 수 있지 않나. 대신 당시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했다. 전통 가구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예를 들어 어떤 가구에서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을까. 이번에 선보인 책상은 타원형과 직선이 만나 무기교의 기교를 보여준다. 분명 단순하지만 장식성도 있다. 한국의 옛 가구가 대부분 닫혀 있고 가리는 용도가 많은데 서재에서는 사방탁자나 책장처럼 오픈된 형태의 가구가 많다. 그래서 책장을 만들 때도 앞쪽은 책의 표지를 볼 수 있게 했다. 전통 가구에서 쇠의 역할은 장식성이 강했지만 이스턴 에디션에서는 공간을 반사하거나 가구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과거의 것과 비교했을 때 물성은 같지만 역할이 반대다.

 

모듈 형태의 그라운드 소파.

 

유기적인 형태의 오가닉 데스크. 책을 쉽게 뺄 수 있도록 수납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스턴 에디션을 볼 수 있는 논현동 크리에이터스 뮤지엄.

 

가구 디자인을 할 때 염두에 둔 부분이 있었나? 한옥에서 지내다 보니 이 가구가 한옥에 어울릴까 하는 자문을 계속 했던 것 같다. 한옥은 비어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건축이고, 뭐든 하나만 두었을 때는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게 되는 어려운 공간이다. 그런 한옥에 어울리는 가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무, 돌, 스틸 등 가장 기본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멋을 부리기 위한 소재보다 눈이 편안한 기본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늘어나고 있지만 어쩌면 이마저도 유행이 돼버린 것 같고 정말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인지 조심스럽게 고민했다. 이번 컬렉션에 NFT를 활용한 작품도 있지만 메타버스도 그렇고, 이 또한 모두가 제대로 알고 있는가란 생각도 든다. 결국 타임리스하고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누비 원단으로 커버링한 소파도 인상적이었다. 전통공예를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리길 바랐다. 그래픽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누비 원단으로 마감한 소파는 미니멀하지만 한국적이다. 방석 스툴도 마찬가지다. 한국식 환대 방식 중 하나가 손님이 오면 방석부터 내어주는 것이지 않나. 현대적인 공간이라면 방석 스툴을 손님에게 건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한국의 디자인 특징을 담기보다 본질이 담겨 있길 바랐다.

이스턴 에디션의 가구가 어떤 지점에 놓이길 바라나? 애초부터 예술 가구를 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디자인 홍수 시대에 결국 마음이 가는 건 대중적이고 편안하고, 지역성의 아름다움을 띠고 있으며 유행을 좆지는 않지만 트렌디한 공간과 가구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이지만 본질과 철학이 있는 가구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쉽게 가구를 둘러보고 구입할 수 있는 논현동 가구거리에 첫 쇼룸을 마련했다. ‘이 많은 브랜드 중에 한국적인 본질을 담은 가구도 있구나’, ‘내 삶과 내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가구가 있구나’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

 

전통 누비 원단으로 마감한 소파.

 

선반이 있는 거울.

 

이스턴 에디션은 어떻게 운영되나?  6개월 단위로, 1년에 한두 번 정도 새로운 쇼룸에서 가구를 중심으로 한 무언가를 선보일 예정이고 온라인 판매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이스턴 에디션 퍼니처뿐만 아니라 이스턴 에디션 플라워, 프래그런스, 페이스 등 브랜드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새로워!’라고 외치기보다 기존에 있는 많은 옵션 중에서도 진정성 있는 선택지가 되길 바란다.

어떤 이들이 가구를 사용했으면 하나? 이제 타깃층은 무의미해진 시대다. 50~60대 장년층이 슈프림이나 오프-화이트 브랜드의 옷을 입기도 한다. 특정 나이대보다는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는 이들이 사용했으면 한다. 나는 디자이너이지만 뜬금없는 무언가를 구입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 살고 있고, 한국적인 세련된 감성을 지니며 살고 싶지 내 콘텐츠에 맞지 않는 물건은 들이고 싶지 않다. 바람이라면 동서양의 미학을 동시에 담고 있는 이스턴 에디션의 가구와 함께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각색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얼마 전 파이돈 출판사에서 출간한 <By Design>에서 선정한 The World’s Best Contemporary Interior Designers 100명의 디자이너 중 유일한 한국 디자이너이다. 의미 있는 선정이기도 한데, 어떤 사명감을 느끼나? 일이 많아서 지치고 힘들지만 책에 선정됐다는 레터를 받았을 때의 그 감사함과 뿌듯함을 잊을 수 없다. 내가 하고 있고 추구하는 디자인이 의미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망향휴게소나 국립경주박물관 등 과 같은 공공 프로젝트는 1년에 하나라도 꼭 하려고 한다. 디자이너로서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코로나19 이후 양태오는 어떻게 달라졌나? 계속 말하고 있는 것처럼 더욱 본질에 집중하게됐다. 우리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돌아볼 수 있는 시기인 것같고, 결국 진성성있는 행복은 나 스스로가 완성해야 하는 일임을 느낀다. 나와 내가족, 내 커뮤니티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 웰빙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가 계속해왔지만 이제 정말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인 것 같고 나의 디자인이 그런 의미에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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