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비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멀티 라이트 펜던트와 비틀 체어 그리고 구비 다이닝 테이블로 꾸민 다이닝 공간.
고전의 백미는 끊임없는 재해석에 있다. 본디 지닌 아름다움이 시대에 따른 옷을 입고 명맥을 유지하며 더욱 깊이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덴마크 기반의 가구 브랜드 구비 Gubi는 재편된 클래식이 전달할 수 있는 고유의 힘을 적극 활용한다. 1967년 덴마크에서 구비&리스베스 올슨 부부가 설립한 브랜드 구비는 사실 코펜하겐에 위치한 조그마한 숍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직접 고안한 가구나 텍스타일을 판매하는 정도로 아담하게 운영되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구비는 스칸디니비안 디자인 가구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일컬어질 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는 대를 이어 아들 야콥 구비 Jacob Gubi가 이끌 만큼 방대한 디자인 아카이브를 쌓아올렸는데, 그 덕에 구비 체어, 애드넷 서큐레어 미러 등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시그니처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 구비가 이토록 굵직한 아카이브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디깅에 있다.

올해 봄에 선보인 에픽 스틸 테이블.

통통한 곡선이 매력적인 피에르 폴랑의 파샤 라운지 체어.
1950~60년 전 앞서 선보였던 디자인을 선별해 시대 변화에 따른 재해석과 리론칭의 과정을 거친다. 클래식이라는 미명하에 과거에 머물러야 했던 디자인이지만, 당시의 멋이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여전한 아름다움을 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 문이다. 그렇게 고전의 경계를 넘어 이를 다시금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버전으로 소환하는 데에 있어 구비는 거리낌 없는 행보를 걸어나간다. 특히 구비식 디깅의 대표주자 격인 로버트 두들리 베스트의 조명 베스트라이트 Bestlite는 1930년 발매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군더더기 없는 외관에서 오는 심플한 매력으로 1989년 재론칭에 성공해 높은 인기를 끈 제품이다. 그레타 그로스만, 본더룹&토룹 Bonderup&Thorup이 1968 년 디자인한 세미 펜던트, 1950년 매튜 마테코트가 3개의 코트 걸이와 브라스 장식으로 구성한 코트 랙은 공간에 클래식한 매력을 한층 더해주는 구비의 핵심 제품이다.

코코 다이닝 체어와 구비 다이닝 테이블로 꾸민 공간. 심플한 외관의 세미 펜던트 조명이 한층 간결함을 더한다.

편안한 착석감과 우아한 느낌을 자아내는 비틀 체어는 공간에 조화롭게 녹아난다.

2021년 구비의 가을 컬렉션의 일부.
물론 구비는 과거의 영광을 새로이 비추는 활동에만 전념하지 않는다. 현재에서 빛을 발하는 동시대적인 디자인 또한 먼 훗날 그 시절의 클래식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세바스 티안 헤르크너, 감프라테시 등 가장 트렌디한 디자이너로 평가받는 디자이너들과 구비의 협업 소식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 비롯 된다. 2013년 구비 브랜드명에서 착안해 이름 붙인 멋스러운 곡선미의 구비 시리즈, 감프라테시의 비틀 체어 등은 이 브랜드가 지닌 뛰어난 비전에 대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과거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이 현재로, 현재에서 맞이한 멋이 미래에 닿기까지 그 오랜 시간을 관통하는 구비의 혜안과 행보는 메마르지 않을 것이다.

베스트라이트 램프

스테이 라운지체어

콜러 램프

세미 S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