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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전치호 작가를 상명대학교에서 만났다.

전치호 작가는 견고해야 하는 ‘가구’라는 물체가 주는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종이의 일종인 골판지를 주재료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골판지가 지닌 어떤 성질과 질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궁금했다. “현재 작업하고 있는 ‘기준 Criteria’ 시리즈는 노숙자와 일반인의 경계에 대해 표현한 작품이에요. 안과 밖을 규정지을 수 있는 재료는 일반인과 노숙자 Homeless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오죠. 일반적으로 어떠한 것을 담는 데 주로 쓰이는 골판지 박스는 노숙자에게는 하나의 보호막이자 집으로 사용되지만, 일반인에게는 시멘트 벽이 그 역할을 하거든요.” 전치호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이를 통해 사회에서 규정짓고 구분하는 경계와 집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고, 자연스럽게 골판지와 시멘트를 작품의 주재료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약한 골판지를 단단한 가구로 재탄생 시키기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골판지를 구긴 후 골판지를 경화시키고 골 사이에 시멘트를 채운다. 골판지는 하나의 선을 만들게 되고 작가의 손길이 닿은 구김으로 인해 생긴 빈틈에 시멘트를 채워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결이 살아 있는 골판지의 텍스처 때문인지 관객들은 자연스레 작품에 손을 얹어본다고. “제가 구현한 텍스처와 선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생각하며 작품을 보고 만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연약한 골판지 선과 강한 시멘트 선은 스스로 경계의 위치를 갖게 됩니다. 그렇게 지정학적 위치를 갖는 선은 골판지와 시멘트의 접점을 구사하면서 스스로가 경계이자 중심이 되기도 하죠.”

 

2021년 연희동 갤러리 민트에서 진행한 젊은 가구 공예 작가 3인의 전시 <(To Be) Fit Your Place>.

 

ADM 갤러리에서 열린 작가 4인의 전시.

 

골판지에 시멘트를 발라 스툴의 형태를 만든 ‘기준’ 시리즈. 골판지의 살아 있는 텍스처와 알록달록한 원색이 눈길을 끈다.

 

골판지에 시멘트를 발라 스툴의 형태를 만든 ‘기준’ 시리즈. 골판지의 살아 있는 텍스처와 알록달록한 원색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반복적인 선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경계에 대해 말하고, 보는 이 역시 그 의미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사실 그의 작품은 울퉁불퉁한 질감이 있어 실제 일상에서 사용하기 좋은 실용적인 가구라는 생각보다 작품성이 도드라진 아트 퍼니처에 가까운 모습이다. 가구를 만들 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요소에 대해 물었다. “실용과 미감은 작가라면 응당 기본적으로 깊게 고민해야 하는 필수 요소죠. 하지만 제가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작업의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는가예요. 그리고 그 주제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죠.” 그는 가구가 지닌 기능성이라는 제약 안에서 주제를 다룰 때면 한계에 부딪힐 때도 많다고 한다. 때문에 가구라는 국한된 틀에서 벗어나 설치작업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것이 언제, 어디가 됐든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선보이는 전치호 작가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꽃 등 다양한 물건을 담을 수 있는 화병 시리즈.

 

꽃 등 다양한 물건을 담을 수 있는 화병 시리즈.

 

골판지에 시멘트를 발라 스툴의 형태를 만든 ‘기준’ 시리즈. 골판지의 살아 있는 텍스처와 알록달록한 원색이 눈길을 끈다.

골판지에 시멘트를 발라 스툴의 형태를 만든 ‘기준’ 시리즈. 골판지의 살아 있는 텍스처와 알록달록한 원색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