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펜타인 갤러리가 2024 파빌리온 설계 작가로 매스스터디스 조민석 건축가를 선정했다. 올여름, 한국 건축가 최초로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선보일 아트 파빌리온에 앞서 매스스터디스가 설계한 공간을 먼저 만나보자.
서펜타인 갤러리의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글로벌 건축가들을 초청해 런던 하이드파크에 건축 파빌리온을 선보이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다. 2000년 자하 하디드를 시작으로 피터 줌터, 프랭크 게리, 헤르조그&드뫼롱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참여한 바 있다.
올해는 조민석 건축가가 이끄는 매스스터디스가 한국 건축가 최초로 파빌리온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적 정서가 녹아있는 마당과 열린 공간을 표현한 <군도의 여백 Archipelagic Void> 프로젝트는 2024년 6월 7일부터 10월 27일까지 진행된다.
- © 오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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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
푸른 녹차밭이 펼쳐진 오설록 티 뮤지엄은 2001년 개관 이후 지금도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도 대표 명소다. 매스스터디스는 2013년 오설록 티스톤에 이어 지난 5월 대대적인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차밭에 위치한 매장을 적극적으로 살려 자연을 더욱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자연경관과 건축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간을 구성했다.
- © 오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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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은 복잡했던 내부 구조물을 걷어내 자연광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새롭게 증축한 티 테라스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찻자리를 늘려, 외부창 너머로 녹차밭과 곶자왈 숲을 조망할 수 있다. 임태희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한 로스터리 존에서는 찻잎을 덖어 차를 생산하는 과정을 현장감 있게 경험할 수 있다.
ADD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로 15

ⓒ Kyungsub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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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K
네모반듯한 빌딩들이 에워싼 마곡산업단지에 개관한 현대미술관 스페이스K. 2011년 설립된 코오롱의 문화 예술 나눔 공간으로, 마곡산업단지 내 한다리 문화공원에 자리한다. 매스스터디스는 시민들이 도심 속 개방된 공공녹지를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공원을 따라 걷는 동선을 자연스레 연결했다. 거대한 타원형의 아치 안에 숨은 계단, 두 개의 경사로를 통해 건물 옥상 정원으로 자유롭게 이어진다. 덕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닌 공원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 ⓒ Kyungsub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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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노출 콘크리트를 마음껏 즐겼다면, 내부 전시장에는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높이 3.3m부터 최대 9.2m의 층고로 이루어진 거대한 콘크리트 박스에서는 극적인 현대미술 작품이 펼쳐진다. 2층의 자그마한 창 너머로 바라보는 1층 전경은 또 다른 뷰 포인트다. 스페이스 K는 올해 첫 전시로는 미국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에디 마티네즈의 개인전 <투 비 컨티뉴드 To Be Continued>를 선보일 예정이다. 3월 14일부터 6월 16일까지.
ADD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 Kyungsub Shin © Mass Studies
03
원불교 원남교당
높이 9m의 거대한 원형 형상이 시선을 사로잡는 원불교 원남교당. 원불교는 궁극적 진리를 의미하는 원(圓)의 개념을 도덕적 훈련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종교다. 열린 종교의 태도와 개인적 수양을 중요시하는 점에 공감한 조민석 건축가가 처음으로 선보인 종교 건축이기도 하다.
- ⓒ Kyungsub Shin © Mass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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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좁은 골목길에 약 60년간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교당을 허물고, 그 위로 새롭게 지었다. 이웃과의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원불교를 그리듯, 기존의 골목길을 새롭게 조정한 것이 특징이다. 4개의 골목길을 7개로 확장해 접근성을 높인 덕분에 외부와 유연하게 연결되며 다양한 동선을 만든다. 14m에 달하는 높은 층고의 영묘전과 커다란 원형이 자리한 대각전은 복잡한 도심과 분리되어 내면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공기가 감싸는 공간에서 사색에 잠길 수 있다.
ADD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22길 23

© Pac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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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갤러리
한남동 페이스 갤러리가 자리한 르베이지 빌딩은 매스스터디스가 설계한 대표적 건축물이다. 2017년 서울에 진출한 페이스 갤러리가 2021년 확장 이전하며 이곳에 자리 잡았다. 내부 디자인도 기존 건물을 설계한 매스스터디스에서 담당했다.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에서 탈피하기 위해 따뜻한 목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 뉴욕 갤러리에 한국적 정서를 녹여내기 위해 삼베 천으로 만든 파티션을 활용한 것도 돋보인다. 가림막 너머의 발코니에서는 한남동의 느티나무 가로수길이 펼쳐지며 탁 트인 시야를 경험할 수 있다.
- Installation View, Time Lapse, February 15th- March 13th, 2024, Pace Gallery, Seoul (Photo: Sangtae Kim) © Pace Gallery
- Installation View, Time Lapse, February 15th- March 13th, 2024, Pace Gallery, Seoul (Photo: Sangtae Kim) © Pace Gallery
따뜻한 톤의 2~3층과 달리 1층은 검은색 바닥재를 사용해 건물 파사드의 어두운 톤을 이어간다. 차와 예술이 함께 하는 공간을 위해 마련한 1층의 오설록 티하우스 한남 역시 조민석 건축가가 맡았다. 1층 전시장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어두운 목재 가구를 사용한 차분한 내부가 돋보인다. 현재 페이스 갤러리에서는 인물을 기반으로 회화 작업을 하는 한국 작가 6인의 그룹전 <Time Lapse: 어느 시간에 탑승하시겠습니까?>를 선보인다. 페이스 갤러리 전층에서 열린 대규모 단체전으로 3월 13일까지.
ADD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