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을 주제로 까르띠에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조명한 전시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됐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황홀한 까르띠에 주얼리의 향연.

1932년, 까르띠에 소장품 중 하나인 네크리스. © Yuji Ono

회반죽해 마감한 전시대. © Yuji Ono

전시장 도입부를 장식한 스기모토 히로시의 타임 리버스드 작품. © Yuji Ono
2019년 도쿄국립신미술관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이 그 두 번째 문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었다. 까르띠에 컬렉션으로 불리는 소장품들과 아카이브 자료를 비롯해 평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희귀한 개인 소장품 등 300여 점을 한데 모았다. 이번 전시는 시간을 중심으로 ‘소재의 변신과 색채’, ‘형태와 디자인’, ‘범세계적인 호기심’이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구성된다. 특히 눈부시게 반짝이는 까르띠에의 작품들을 한층 돋보이게 만드는 공간도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다. 이는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와 건축가 사카키다 토모유키가 설립한 일본 건축회사 신소재연구소의 실력으로 마치 동굴을 탐험하는 것처럼 오랜 시간 지구가 영위해온 막대한 힘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둡고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시침과 분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시계탑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1908년 제작된 시계를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가 개조한 작품인데,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 역행하는 시계를 바라보며 물질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알린다. 이후 이어지는 ‘프롤로그’ 공간은 까르띠에의 예술성, 창의성, 뛰어난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미스터리 클락과 프리즘 클락을 감상할 수 있다. 본격적인 전시의 시작이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소재의 변신과 색채’에서는 까르띠에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창조하기 위해 독보적인 노하우로 소재와 색채 다루는 법을 소개한다. 플래티늄을 가미해 더욱 돋보이는 다이아몬드, 규화목 같은 독특한 소재와 다양한 보석을 이용한 대담한 색채 조합까지, 참신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향한 까르띠에의 혁신을 보여준다. 특히 이곳의 쇼케이스는 일본 삼나무인 가스가 스기를 배경으로 활용해 동양적 미감을 더했다. 궁극의 미적 단순성을 지닌 삼나무의 적갈색 나이테가 주얼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챕터 1에 자리한 뚜띠 프루티 파트 쇼케이스.© Cartier © Victor Picon

오야석을 쌓아 올려 땅속 깊은 곳을 연상케 하는 챕터 2 전시 전경. © Yuji Ono
또한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신소재연구소가 한국 전통 직물인 ‘라 羅’ 섬유의 제작방식을 복원해 전시장에 활용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촘촘히 얽어 짠 라를 사용해 섬세하고 은은한 반투명의 질감을 표현했다. 이어지는 ‘형태와 디자인’에서는 선과 형태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까르띠에의 여정이 테마별로 전시된다. 자연의 선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에센셜 라인과 스피어, 주얼리 디자인의 건축적 요소를 조명하는 뉴 아키텍처, 주얼리에 움직임을 구현하는 옵틱스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 공간은 오야석을 쌓아 올려 마치 땅속 깊은 곳에서 보석을 찾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거친 표면의 돌과 까르띠에의 젬스톤 간의 대비를 즐기며 감상해보기 바란다. 마치 보석이 숨겨진 저 깊은 땅속 동굴을 탐험하듯 말이다. 마지막 챕터인 ‘범세계적인 호기심’은 까르띠에 디자인의 원동력인 세계 문화와 동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독보적인 작품들을 선보인다. 루이 까르띠에의 세상을 향한 끝없는 관심을 바탕으로 한 그의 아트 컬렉션과 라이브러리를 엿볼 수 있다. 이는 회반죽으로 마감한 16m 길이의 타원형 전시대에 놓여 있어 우주를 가로지르는 혜성을 연상케 한다. 관람객은 아주 작은 주얼리를 감상하면서 마치 광활한 우주 공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와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전은 6월 30일까지 진행된다.

꽃봉오리를 연상케 하는 브레이슬릿. © Cartier © Victor Picon

팬더 브레이슬릿. © Cartier © Victor Picon

데이비드 센트너 부부의 소장품. © Cartier © Victor P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