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하우스가 리빙 산업에 미친 영향력이 이제 확고해졌다면, 자동차 리빙이라는 신흥강자에 주목해야 할 때다. 오랜 관습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며 디자인과 기술력이 집약된 전시를 선보인 5개 자동차 브랜드.

포르셰의 오리지널 페피타 패턴을 입고 새롭게 태어난 임스 플라스틱 사이드 체어.
PORSCHE

개막일에 열린 무용수들의 공연.

페피타 패턴으로 제작된 세 가지 아이코닉한 비트라 체어를 전시한 내부 전시 공간.
포르셰가 마련한 전시 <더 아트 오브 드림 The Art of Dreams>이 팔라초 클레리치 Palazzo Clerici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2021년 10월 파리에서 시작되어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여는 전시다. 올해 밀란 디자인 위크를 맞이해 열린 전시 주제는 포르셰의 상징적인 페피타 Pepita 패턴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하학, 대칭, 리듬, 반복’을 이야기한다. 팔라초 한가운데에 마치 아이들이 노는 정글짐에 있을 법한 구조물이 들어섰는데, 이는 예술 집단 누멘/포 유스 Nuemn/For Use의 조각 <라인 오브 플라이트 Line of Flight>다. 관람객이 직접 내부에 들어가 탐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경량 구조물로 개막일에는 임레 Imre와 마르네 반 옵스탈 Marne van Opstal의 무용 공연이 펼쳐졌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만남도 이어졌다. 스위스 디자인을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 비트라가 포르셰의 오리지널 페피타 패브릭을 활용해 세 가지 아이코닉한 의자를 제작한 것. 임스 플라스틱 사이드 체어, ID 트림 L ID Trim L, 프티 리포스 Petit Repos 체어가 페피타 패브릭을 입고 새롭게 태어났다. 이는 한정 수량 제작되어 판매될 예정. 포르셰는 이번 전시를 통해 페피타 패턴의 디자인 유산을 다시금 되살리며 디자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KIA

인간과 디지털 세계 간의 관계를 주제로 기아가 준비한 몰입형 전시. © Agnese Bedini

© Agnese Bedini
지난해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첫 단독 전시를 연 기아가 올해 제로 Zero와 협력해 ‘오퍼짓 유나이티드 Opposites United’의 두 번째 에디션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 문화의 복잡성에 대해 탐구한 것으로 다양한 설치물과 공연,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개별적, 집단적, 인간과 디지털의 관계에 대해 조명했다. 주요 아티스트로는 안나 갈타로사 Anna Galtarossa, 리카르도 베나시 Riccardo Benassi, 시슬 툴라스 Sissel Toolas, 레드풀스 LedPulse 등 현대 예술가들이 여럿 참여했다. 퍼포먼스 아티스트로는 밀라노의 유명한 오페라하우스 라 스칼라 La Scala의 타악기 연주자들, 마야 선펠드 Maya Shenfeld 등이 공연을 펼쳤다. 또한 철학자, 예술 큐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토론을 이끌었다. 기아의 두 번째 전시는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을 경험해보고, 현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 수 있는 시간이었다.
BENTLY HOME

모듈형으로 제작된 로프트어스 Loftus 소파.

윌튼 Wilton 책상과 볼링톤 Bollington 오피스 체어는 올해 새롭게 공개된 홈 오피스 컬렉션이다.
자동차 브랜드에서 만든 가구는 어떤 모습일까. 벤틀리가 이번 디자인 위크를 통해 첫 번째 홈 오피스 가구로의 진출을 알렸다. 사실 벤틀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홈 컬렉션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해 쏠리기에 이 소식을 모르는 이들도 많았을 터. 벤틀리 홈의 디자이너 카를로 콜롬보 Carlo Colombo는 페데리코 페리 Federico Peri, 프란세스코 포르셀리니 Francesco Forcellini와 협업해 지속 가능한 소재와 무한한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갖춘 책상을 선보였다. 기존 거실, 주방, 침실을 위한 가구를 넘어서 오피스로까지 영역을 넓힌 것. 팔라초 키에사 Palazzo Chiesa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남부 이탈리아 살렌토에서 영감을 받은 멀티센서리 설치물이 함께 공개되었다. 새로운 컬렉션은 재료의 다양성과 형태의 가벼움을 강조하며 현대적인 럭셔리 가구가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줬다.

가죽 버전의 로프트어스 소파와 칠톤 Chilton 암체어.
LEXUS

2m 높이로 제작된 조각은 히데키 요시모토의 <비욘드 더 호리즌>.
일본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가 밀라노의 토르토나 지역에 위치한 전시장 수퍼스투디오 피우 Superstudio Più에서 ‘시간’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었다. 렉서스의 차세대 배터리 전기차 LF-ZC의 개념에서 영감을 받은 두 가지 설치 작품을 선보인 것. 일본 디자이너 히데키 요시모토 Hideki Yoshimoto는 차량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미래의 모빌리티를 탐구한 <비욘드 더 호리즌 Beyong the Horizon>을 공개했다. 이는 2m 높이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조각은 독특한 조명 효과를 발산해 다양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 배경에는 일본 전통 장인 기술과 최첨단 기술을 결합한 거대한 4m 높이와 30m 너비의 프로젝션 스크린을 특징으로 한다. 이 스크린은 일본 혼슈 주부 지방의 도시 에치젠 Echizen 시의 전통 집에 주로 사용되던 종이 ‘와시’와 대나무 섬유를 사용해 지속 가능한 재료를 강조하기도 했다. 두 번째 설치물인 마르잔 반 오벨 Marjan van Aubel의 <8분 20초>는 에너지와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탄소 중립과 럭셔리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며 기획됐다. 8분 20초는 태양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을 의미하며 홀로그램 나무와 좌석 공간, 상호작용하는 태양을 배경으로 한다. 관람객은 대나무 천으로 만든 센서를 만지며 개인 맞춤형 일출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시간과 경험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고자 기획된 렉서스의 전시는 기술이 인간의 경험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보여줬다.
BUGATTI HOME

반짝이는 소재가 특징인 부가티 홈 컬렉션의 소파.

곡선이 돋보이는 다이닝룸 컬렉션.

부가티를 상징하는 C라인 자동차.
부가티 홈은 1909년 설립된 부가티의 역사와 유산을 강조하는 전시를 열었다. 벤틀리 홈과 동일한 전시 공간인 팔라초 키에사의 정원에 부가티를 상징하는 C라인이 존재감 있게 등장하며 관람객을 맞이했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부가티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최첨단 장인 기술, 단순한 우아함, 세심한 디테일을 엿볼 수 있는 부가티 홈 컬렉션의 신규 라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유럽산 오픈 포어 오크, 유리, 금속, 래커 같은 최고급 재료를 사용해 시간을 초월한 정교함을 담아냈다. 주요 제품으로는 C라인을 모티브로 한 모듈 소파, 유리와 크롬 알루미늄 다리로 구성된 다이닝 테이블,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의자 등이 있었다. 특히 독특하게 구부러진 알루미늄 다리, 곡선형 유리, 가죽 좌방석, 재료와 디테일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드러낸 모습 등에서 부가티의 장인정신과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