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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물질의 경계를 넘어 미래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현대미술가 김덕희.

<Blue Hour>, 2023.

현대미술가 김덕희의 개인전 <사과와 달>이 갤러리바톤에서 열린다. 일본 도쿄예술대학에서 인터미디어아트를 전공한 김덕희는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우주와 자연, 사회와 문화, 시간과 공간 등 세계의 다양한 작동 방식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왔다. 그녀는 빛, 열, 중력 같은 물리적 요소를 설치와 영상 등 폭넓은 작업으로 표현하며, 자연물과 산업용 재료, 일상용품 등 비미술적 재료를 활용해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한다. 부산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등에서 다수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 도쿄예술대학 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 Gallery Baton. <부분일식 Partial Solar Eclipses> 설치 전경.

© Gallery Baton.<밤이 밤에게 From Night to Night>, 2024.

이번 전시는 그녀의 관심이 우주로 확장된 신작들을 소개하며, 뉴턴의 일화에서 영감을 받아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 사이의 연결성을 탐구한다. 작가의 대표적인 설치 작품인 저해상도 영상기기의 픽셀을 조형화한 작업과 파라핀을 녹여 공간과 구조물에 도포하는 작업, 그리고 픽셀 작업에서 파생된 새로운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움브라 Umbra>는 사각 직립 형태의 LED 디스플레이 모듈과 거기서 정교하게 분해되어 뻗어나온 픽셀들이 바닥에 흩뿌려진 작업이다. 디스플레이 주위로 원형을 그리는 각각의 픽셀들은 원본 영상의 이미지를 예측할 수 없게끔 뒤섞이고 흐트러진 형상으로, 그저 작은 빛의 깜빡임으로 환원된다. 이는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인 원자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인간 삶의 근간을 이루는 시간성에 대한 실재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탐구를 표현한다. 벽면 위 불규칙하게 배열된 스크린들은 LED 모듈을 사용한 영상 작업 <부분일식 Partial Solar Eclipse>이다. 작가가 수집한 자연과 일상 풍경이 천문학적 시공과 중첩되며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이는 우주를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사과의 표면이라는 시각적 유희를 드러낸다.

© Gallery Baton.  <움브라 Umbra>, 2024.

© Gallery Baton. <부분일식 Partial Solar Eclipses> 설치 전경.

검푸른 파라핀으로 뒤덮인 <밤이 밤에게 To Night, From Night>는 거대한 구조물이 마치 거인의 형상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속에서 뻗어나온 작고 하얀 손이 외양과는 달리 실은 약하고 소외된 존재임을 암시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중요한 키워드인 ‘밤’은 단지 어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해체된 상태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 가득한 세계를 상징한다. 작가는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우주적 시각으로 삶을 조망한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자료제공: 갤러리바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