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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피스트리를 통해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이현화 작가.

우란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단체전 <삶의 씨줄> 전경. 종이를 구긴 듯한 형태의 입체적인 태피스트리를 구현했다. ©우란문화재단

우리가 살아가면서 말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둔 문장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스스로 대화하듯 거칠게 적어내던 글. 그러면서도 다시 지우거나 종이를 구기며 그 과정을 반복하곤 한다. 이현화 작가는 이러한 속마음을 태피스트리로 풀어내며 독특한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섬유예술을 접하게 되었다. 태피스트리, 직조, 자수, 염색 등 다양한 기법 중에서도 회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태피스트리에 매료되었다. 얇은 한 줄의 실이 쌓여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태피스트리 직조 방식 역시 가장 회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전통 고블랭 Gobelin 기법을 사용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평직 조직으로서, 긴장시켜 놓은 날실에 씨실을 번갈아 교차하며 짜 내려간다. 색을 혼합한 씨실만 보이기 때문에 표현하는 데 있어 자유도는 높지만 그만큼 손기술이 더 요구되는 기법이라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오랜 작업 시간은 작가에겐 자신을 태워 보내는 승화 과정과 같다. 작업에 몰입하고 떠나 보내며, 그 과정이 고스란히 시각적 화면에 드러나길 바란다.

내면의 이야기를 태피스트리로 구현하는 이현화 작가.

우란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단체전 <삶의 씨줄>에서 선보인 태피스트리 시리즈 는 그러한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3개 연작으로 이루어진 <0810>은 1년간의 긴 호흡으로 완성된 연작으로, 점차 종이가 구겨지고 텍스트는 사라지는 화면을 담고 있다. 작업 위 문장들은 나 자신에게 되뇌는 언어가 주로 많다. 자기 고백적인 편지인 것이다. 은 실제로 구길 수 있게 제작된 태피스트리다. 평면 형태가 대부분인 태피스트리지만, 종이가 구겨진 것처럼 보이게 구현했다. “입체적으로 작업한 태피스트리는 한 작품당 4~5개월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작업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썼던 글 속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마지막 경사를 가위로 잘라내는 순간, 이제 보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태피스트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머리카락을 태운 잿가루로 그려낸 회화 작업.

2024 공예 트렌드 페어와 단체전 준비 등 다양한 전시를 준비하며 바쁜 일상을 보낸 작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작업을 이루는 큰 키워드로 ‘내 영혼의 제의’를 말한다. “개인적으로 내면의 변화가 컸어요.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 그 과정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 고민이 많았어요. 주위에 떠나가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새로운 인사나 만남보다는 떠나 보내는 일이 더 많아진다는 것 같아요.” 불안한 마음에 평안을 주기 위해서 방법을 찾은 건 결국 작업이었다. 작업이 나 자신에게 불안을 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위안을 준다고 전한다. 신작으로 선보인 비석 같은 돌탑 입체 작품이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나무와 함께 태운 잿가루로 그려낸 회화 작업 등 평안을 기원하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이와 함께 재료의 근원적인 상태를 많이 고민하고, 실험하며 작품 세계를 확장해가고 있다. “작품을 표현하고 만들어내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스스로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예요. 저는 이 세상의 소외된 것들을 깊이 바라보고, 안아주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은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의 소외된 마음을 되돌아보며 작업하고 있어요. 점차 나 이외의 것에도 관심을 가지며, 이 세상의 소외되고 잊힌 것들을 나만의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종이 위에 실을 수놓고 조명으로 연출한 <0412-1>.

2024 공예 디자인 페어에서 선보인 <기원의 돌>과 <여명>.

이현화 작가의 작업실.

SPECIAL GIFT

이현화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 II은 피부에 고르고 빠르게 흡수되어,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주고 짧은 시간 안에 피부 속부터 빛나는 결빛 광채를 선사한다. 50mL, 3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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