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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라고는 없을 것 같은 삭막한 도시 속, 세계의 사진가들이 포착한 따뜻한 순간. 2025년을 살아갈 우리 일상에도 따뜻함이 스미기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기록을 한데 모았다.

TOKYO, BARCELONA

       

아르헨티나 태생의 마티아스 갈레아노 Matias Galeano는 유년 시절을 독일, 네덜란드, 영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 보낸 뒤, 현재 16년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건물의 대칭성, 미니멀리즘, 기하학적 균형에 매료되어 세계 전역의 도시에서 수천 개 건물 사진을 촬영했다.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평생 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닌 만큼 어느 곳에서든 ‘자신만의 작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에겐 각국 도시마다 단골 빵집과 술집, 카페 등이 있다. 대도시가 가진 혼란스러움과 삭막함에 억눌려 고립감을 느끼는 대신, 어디서든 친절하게 행동한다면 처음 도시를 방문했을 때 느낀 이질감은 어느 순간 먼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의 무한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100년은 더
머물며 거리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싶은 마티아스. 그에겐 홍콩, 마카오, 도쿄 등 혼돈이 가득한 도시의 빠르게 변화하는 풍경을 포착하는 것 또한 또 다른 재미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서울 방문 또한 달성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INSTAGRAM @boluddha

HONG KONG

   

로맹 자케 라그레즈 Romain Jacquet-Lagrèze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파리 출신의 사진가다. 15년 전 홍콩으로 이주한 로맹은 건축물과 사람들의 사진을 기록하던 중,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져 벌써 홍콩의 면면을 담은 포토북을 6권 출간했다. 특히 햇빛이 강하지 않은, 쾌적하고 화창한 겨울의 공원 풍경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낀다. 홍콩이라서 가능한 겨울이겠지만 말이다. 로맹의 작업 중 하나인 ‘콘크리트 스토리즈 Concrete Stories’ 프로젝트는 개방적인 홍콩 가우룽 지역 옥상의 특색을 활용한 작업으로서, 운동하고 빨래 널고 식사를 하는 평범한 일상 속 진솔한 장면이 자아내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이끌려 셔터를 누른 순간의 결과물이다. 자신의 작업 본질이 눈에 띄지 않는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데 있다고 믿는 그는 햇빛이 머문 공간, 그 안에 포착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몸짓과 행동을 기록해나가는 중이다.

INSTAGRAM @romainjacquetlagreze

BERLIN

   동독 시절의 국경선과 인접한 외곽 지역에서 태어난 마티아스 하이드리히 Matthias Heiderich는 2008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후 도시만이 허락하는 익명성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18년 동안 자라며, 이웃에게 감시받는 듯한 느낌이 싫었던 만큼 군중 속에 섞여 자신의 존재감이 흐릿해지는 베를린에서의 삶을 좋아한다. 기상 후 일과는 긴 산책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를 들고 걸으며 가능한 한 많은 사진을 찍으려 하는 그의 렌즈엔 빛과 색감이 도시에 조화롭게 녹아든 순간이 담긴다. 그 사진엔 우리 인생이 그렇듯 화려하고, 종종 미니멀하며,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전혀 유쾌하지 않은 모든 상황이 압축되어 있다. 지금은 주로 도시 건축물을 촬영하지만 언젠가는 남반구를 탐험하며 새로운 작업에 도전하고 싶다.

INSTAGRAM @matthiasheiderich

PARIS

   

파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사진가 라파엘 메티벳 Raphael Metivet은 옥상, 숨겨진 거리,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유명 관광지 등 파리의 다양한 장소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발견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시대를 초월한 파리의 매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그는 잊힌 골목, 상징적인 기념물 등 공간마다 가진 고유의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다. 건물 정면에 깃든 따뜻한 빛, 발코니에서 조용한 순간을 즐기는 누군가의 모습, 옥상에 길게 그림자가 드리운 모습 등 일상에서 존재감이 희미할 수도 있지만 큰 의미가 담긴 순간을 사랑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라파엘에겐 번화한 대도시 속 작은 카페에서 일어나는 활기찬 대화, 추운 저녁 캐주얼한 식당에서 뿜어져나오는 안락한 불빛, 한적한 미술관에서 느낄 수 있는 평온함이 빠르게 흐르는 도시의 리듬 속에서도 따뜻함과 타인과의 연결고리를 잇는 ‘친밀 주머니’인 셈이다.

INSTAGRAM @raphaelmetivet

TOSCANA, FIRENZE, VENICE, PHUKET

     저명한 패션 매거진들과 꾸준히 협업해오고 있는 알렉스 갈미아누 Alex Gâlmeanu는 유명한 공인부터 거리의 행인까지, 다양한 사람의 독특한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내는 루마니아 출신 사진가다. 왼쪽 사진들은 진정한 삶의 순간을 포착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 ‘내가 본 모습 그대로(As I Found It)’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여러 디테일을 계산하고 만들어내는 스튜디오 사진과는 정반대의 환경에서 촬영했다. 모든 형태의 삶을 사랑하는 그는 이를 모두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해 매일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삶의 여러 측면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대도시에서의 삶을 사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 안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겸손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모든 사진가에게 부여된 일종의 ‘의무’라 믿는다.

INSTAGRAM @alexgalmea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