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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의 밀라노 매장은 브랜드 철학이 깃든 하나의 작품이다. 상업적 공간을 넘어
건축적 감동과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이곳으로.

커다란 아치형 창을 통해 유입되는 자연광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싼다. 깊은 녹색 가죽을 입은 가구와 골드 포인트 오브제가 세련된 감성을 한층 강화한다.

유리 블록, 월넛 패널, 베르데 생드니 대리석이 조화를 이룬다.

웅장한 월넛 소재의 곡선형 계단이 돋보이는 밀라노 매장.

밀라노의 심장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한가운데 자리한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매장. 지난해 초 문을 연 이곳은 브랜드의 정체성이 공간으로 확장된 하나의 작품이자, 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장소다. 2층 규모의 매장은 보테가 베네타의 철학과 신념을 담은 공간으로 유리, 이탤리언 월넛 소재의 목재, 그리고 그린 색상의 베르데 생드니 대리석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었다. 매장에 사용된 소재들은 이탈리아의 전통과 모던한 감성을 결합해 혁신적인 장인정신을 기리는 브랜드의 ‘파리 12 애비뉴 몽테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더욱 발전된 미학을 보여준다. 월넛의 따뜻한 결이 유리 블록의 투명한 차가움과 대비를 이루며, 대리석이 주는 견고함이 브랜드의 시간성을 상징한다. 기하학적인 격자 구조의 벽면과 천장은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연출하며, 바닥 역시 대리석과 월넛 패널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매장 곳곳에 배치된 곡선형 계단과 진열대는 구조적 요소를 넘어 손으로 만지고 머무르고 싶은 오브제로 기능한다. 부드러운 가죽 시트와 울 카펫이 놓인 공간에서 갖는 쇼핑은 소비를 넘어 촉각적인 경험으로 이어지는 셈. 정형화된 진열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감각을 자극하는 모듈식 선반 역시 마치 작은 예술 작품처럼 공간을 풍성하게 채운다. 여기에 커다란 아치형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그 위를 스치는 인공 조명이 교차하는 순간 공간은 살아 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화려한 꽃 장식이 달린 까바 백은 보테가 베네타의 2025 여름 컬렉션으로서 브랜드의 대담한 상상력과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호보 까바 백.

사르딘 백.

토스카 백.

 

이제 패션 브랜드 매장은 하나의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확장되고 있다. 제품 구매를 하기 위해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구축한 공간의 미학과 건축적 요소를 감상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보테가 베네타가 몬테 나폴레오네와 산 안드레아 거리에 이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에 새로운 매장을 연 것은 단순히 리테일 확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깊이 새기는 전략적 행보로 볼 수 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예상치 못한 건축적 감동을 경험하게 되고,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이들조차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테가 베네타의 언어를 체득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 매장이 남기고자 한 것은 시간을 초월하는 감각적 경험이지 않을까. 이곳을 거니는 순간, 패션 브랜드 매장이 상업적 목적을 넘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