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페리앙의 디자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녀의 딸, 페르넷 페리앙과 함께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 철학과 그 미래를 탐색했다.

페르넷 페리앙과 그녀의 남편 자크 바작.

각각 다른 반경을 가진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진 리오 거실 테이블.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인도차이나 셰즈 라운지 체어.
샬롯 페리앙의 디자인 철학은 오늘날까지도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하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녀가 까시나와 협업한 컬렉션이 지난해 20주년을 맞이하며,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열렸다. 그중 하나로, 그녀의 딸인 페르넷 페리앙이 한국을 방문해 더 콘란샵에서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이는 샬롯 페리앙의 유산을 조명하고, 그녀의 디자인 철학이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페르넷 페리앙의 시선을 통해 샬롯 페리앙의 디자인 철학과 그 의미를 다시금 되짚어봤다.
샬롯 페리앙과 까시나와의 협업이 지난해 20주년을 맞이했다. 그녀의 작품이 디자인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샬롯은 70년간 창작 활동을 했으며, 그녀의 대표작들이 까시나를 통해 리에디션되었다. 까시나의 페리앙 컬렉션에는 몽파르나스 테이블(1938년), 인도차이나 라운지 체어(1943년)를 비롯해 벤타글리오 테이블, 뉘아쥬 책장 같은 20세기 디자인의 진정한 아이콘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옴브라 체어를 언급하고 싶다. 이 컬렉션은 안타깝게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구매자들은 이러한 형태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샬롯의 디자인이 가진 어려움은 사람들이 그것의 형태에 당황해한다는 점이다. 샬롯의 작품은 70년 전에 디자인되었지만 여전히 아방가르드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어, 사람들에게 이해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 중, 샬롯의 디자인 방식이나 사고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 있는가? 샬롯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었고, 작업 방식은 프로젝트와 그 나라에 따라 달라졌다. 디자인도 예산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결국 그녀의 가구는 ‘프로젝트, 나라, 예산’, 이 세 가지 요소에 맞춰 제작되었다.

타임리스한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LC3 암체어에 앉은 페르넷 페리앙.

불규칙한 형태의 상판이 특징인 몽파르나스 테이블과 반원 형태의 등받이, 그리고 동그란 시트가 특징인 7 프뙤이으 트루낭 체어.
가구 디자인뿐만 아니라 건축과 생활 공간에도 깊이 관여했는데. 샬롯은 자신을 디자이너가 아닌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여겼다. 그녀의 가구는 공간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었으며, 주로 작은 공간에 적합한 디자인이 많다. 그녀의 작품은 기능성과 형태의 정밀한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하며, 알바 알토의 철학과도 닮아 있다. 까시나에서 리에디션된 제품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 장 프루베 같은 거장들과 협업하면서도 독립적인 디자이너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927년부터 르 코르뷔지에는 바우하우스와 경쟁하기 위해 샬롯의 경험과 장인의 기술을 필요로 했다. 그는 샬롯에게 회전형 안락의자와 확장형 테이블 개발을 맡겼으며, 그녀를 자신의 아틀리에에 초대했다. 1952년 장 프루베는 샬롯을 예술감독으로 임명하며, 새로운 모델 개발을 의뢰했다. 흥미로운 점은, 르 코르뷔지에와 장 프루베 모두 샬롯의 능력을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샬롯의 디자인 철학 중,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거나 더욱 중요해진 개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옴브라 체어는 그녀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의자는 작고, 쌓을 수 있으며, 테이블 아래로 밀어 넣을 수 있는 효율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샬롯의 디자인에는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움직임을 포함한 기능적인 디자인의 흔들리는 의자, 확장형 테이블, 접이식 라운지 체어 등 감성과 기능의 조화와 촉감을 고려해 사용하는 원목,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테이블 등 그녀는 항상 ‘형태, 기술, 그리고 경제성을 정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샬롯이 추구했던 ‘인간 중심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까시나와 협업한 리에디션 제품들은 샬롯이 원래 구상하던 방식 그대로 제작되고 있다. 친환경적 요소를 고려한 그녀의 디자인은 10년, 20년 후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디자인이 될 것이다. 서울의 까시나 매장에 전시된 프티뷰로 Petit Bureau 테이블(1953년 디자인)도 이러한 예 중 하나이다.
생전 샬롯 페리앙이 한국 문화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있는가? 샬롯은 한국의 도자기와 건축을 매우 사랑했다. 샬롯의 디자인과 한국 문화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는다. 미니멀리즘, 천연 재료 사용, 전통과 현대 디자인의 조화까지. 샬롯은 도쿄 민예관에서 처음 한국 예술을 접했으며, 그녀의 기록에는 일본과 더불어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이 남아 있다.
어머니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디자인 원칙은 무엇이었는가? 샬롯은 항상 ‘형태는 기술, 동작, 그리고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녀의 디자인에는 공식이 없으며, 모든 것은 프로젝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동적인 개념이었다. 예를 들어, 멕시크 테이블과 몽파르나스 테이블은 부드러운 곡선을 지닌 반면, 벤타글리오 테이블은 그렇지 않다. 이처럼 그녀는 형태를 규칙화하지 않고, 프로젝트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방식을 따랐다.
앞으로 어머니의 디자인 철학을 어떤 식으로 좀 더 널리 알리고 싶은가? 컨퍼런스와 전시회, 책 등을 통한 홍보와 더불어 리에디션을 통해 샬롯의 유산을 유지하고자 한다. 2019~2020년, 파리 루이 비통 재단에서 열린 샬롯 페리앙 전시회는 5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우리는 루이 비통과 협업하여 샬롯의 오리지널 드로잉을 바탕으로 한 담요 컬렉션을 2025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생로랑과 협업하여 까시나가 제작한 4개의 특별한 가구 컬렉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샬롯의 작품은 오늘날 럭셔리 가구로 여겨지지만, 이는 품질과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