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와 예술이 세계 미술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Diriyah Biennale Foundation, Marco Cappelletti,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 아트 비엔날레.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이슬람 아트 뮤지엄.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 작품 가격이 급상승했지만, 이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한 분야가 있다. 바로 이슬람 문화다. 2008년 카타르 도하에 최초의 이슬람 미술관이 설립되었고, 그 뒤를 이어 201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이슬람관 리뉴얼 오픈, 2012년 루브르 뮤지엄의 이슬람관이 개관되었다. 2017년 아부다비 루브르 미술관 분관이 건립되며 가톨릭 문화의 예술품과 이슬람 문화재가 함께 전시 중이고, 2019년 카타르 도하에는 장 누벨 설계의 국립박물관을 개관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기간 중에는 회화 중심 미술관으로 준비 중인 헤르조그 드 뫼롱의 루사일 미술관이 사전 홍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글로벌 뮤지엄의 변화 속에서 빠른 시간 내 소장품을 갖추어야 했던 수요는 이슬람 문화재의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슬람 문화를 아시아 문화로부터 분리하고, 또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이슬람 국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아시아까지, 전 세계가 불경기로 허덕이고 있는 시기에도 여전히 경제적 희망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은 바로 이슬람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정책을 발표하며 신도시 ‘네옴시티’를 발표하자,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이 사업권을 따내려고 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이슬람 국가 내부에서도 문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석유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을 짓고, 세계 최고의 대학과 회사를 유치했지만, 출장 오는 사람은 있어도 그곳에 사는 가족은 적은 이유가 바로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석유의존형 부유국에서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선진국으로의 도약만이 현재의 부를 영속화시키는 방편이 될 것이다. 또한 테러국인데다 여성을 억압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이슬람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공감과 이해는 필수 선결 요소다.

이슬람 경전 쿠란, 매트로폴리탄 미술관 컬렉션.
이와 같은 대내외적 필요성에 의해 이슬람 문화를 주목하는 흐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와 카타르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도 2023년 제다에서 이슬람 예술 비엔날레를, 디리야에서 현대미술 비엔날레를 개최했다. 알울라에는 베이루트 출신 여성 건축가 리나 고트메의 설계로 퐁피두 미술관 분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2030년 리야드 만국박람회를 유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이슬람 문화를 주목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는 <위대한 무굴: 예술, 건축, 풍요로움>(2024년 11월 9일 ~ 2025년 5월 5일) 전시를 통해 인도 무굴제국의 전성기던 1560 ~1660년 예술품을 소개했다. 인도의 유명 관광지 타지마할은 바로 이 시기에 이루어진 건축으로서 당대 이슬람 문화는 건축, 조경, 가드닝, 보석, 세밀화에 이르기까지 화려하게 번성했으며, 서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보스톤대학의 맥멀렌 미술관에서는 <창조의 경이: 이슬람 세계의 예술, 과학, 그리고 혁신> (2025년 2월 9일 ~ 6월 1일)이라는 전시회를 통해 이슬람의 천문학, 지리학, 의학, 건축이 예술과 교차하는 지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슬람은 기도와 라마단 등의 종교 행사에서 정확한 시간과 달력이 필요했기에 천문학이 매우 발달하고 더불어 수학 체계도 앞서 나갔는데, 이러한 지식이 유럽에 전달되어 근대 과학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서구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를 배워온 우리에게 이슬람 문화는 낯선 존재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배제되어온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새로운 창조성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의 문화를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미래에 도약하려는 태도는, 중국과 일본 문화 사이에 끼어 오랫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 이제서 K컬처로 도약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