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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미술시장의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 국제 아트페어들이 도시 중심, 자국 중심으로 재구성되며,
서울과 도쿄가 나란히 글로벌 무대의 격전지로 떠오른다.

베이징 당다이 아트 페어는 오는 2026년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서울에서 곧 키아프, 프리즈 아트 페어가 공동 개최된다. 프리즈 아트 페어의 경우, 지난해 110개 갤러리에 이어 올해는 120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그 수가 늘어났고, 해외 갤러리 참여 비율은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주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갤러리들의 참여는 다소 낮아지고, 아시아 갤러리의 비중은 약 48%에서 64%로 높아졌다.

아트 바젤 홍콩에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의 첫 수장자로 선정된 신민 작가.

한국 갤러리는 지난해 약 10곳이 참여한 데 이어, 올해는 20여 곳으로 대폭 확대되었다. 아시아 갤러리 77개 중 24곳은 일본 갤러리로 서울을 통해 국제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일본 미술시장은 국제적인 국가로 발돋움한 국가의 위상에 비해 보수적이고 내수 중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현대미술 작가는 많지만, 현대미술보다는 도자기 등의 공예품과 동양화 등 전통 미술이 미술시장에서 여전히 강자로 남아 있어 현대미술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한국의 미술시장과는 대조적인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쿄에도 새로운 현대미술 중심의 글로벌 아트 페어가 시작되었으니 바로 겐다이 아트 페어다. 2024년 약 73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올해는 3회를 맞아 7월에서 9월로, 서울 아트 위크 바로 다음 주로 날짜를 옮겼다. 사디 콜 같은 갤러리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였으나 올해는 서울 대신 겐다이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도쿄가 일주일 사이로 국제 아트 페어를 개최하며 경쟁하게 된 셈이다. 마치 일주일 차이로 런던에서는 프리즈, 파리에서는 아트 바젤이 열리는 것처럼 말이다.

프리즈 서울 2025’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아시아 미술시장은 아트 바젤 홍콩이 힘을 잃은 후 계속 여러 도시를 떠돌며 미래의 정착지를 모색하는 중이다. 2019년 시작된 타이페이 당다이 아트 페어는 지난 5월 참여 갤러리가 51개로 지난해보다 35% 감소하며 2026년 한시적 휴회를 예고했다. 2013년 상하이에서 시작한 ART021은 2024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행사를 개최했지만 올해는 진행하지 않고, 베이징으로 장소를 옮겼다. 베이징 당다이 아트 페어는 2018년부터 개최된 행사로 Art021이 시기를 맞춰 위성 아트 페어로 동시에 개최하며 판을 키우는 것이다. ‘당다이(당대, 현재라는 뜻)’라는 같은 표현을 쓰지만 타이페이의 당다이 아트 페어와는 관련이 없는 다른 기관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후에는 아시아를 세계 2위의 미술시장으로 만든 중국 컬렉터들, 다시 말해 중국 경제의 혼란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기 행정부 때 통상적인 미술품 무관세 정책 중 중국에서 수입되는 미술 작품에 관해서만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2025년 제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국가를 막론하고, 디자인 오브제와 골동품, 목재나 금속 등의 혼합 소재가 사용된 작품 등은 관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글로벌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것은 갤러리 입장에서나 작품을 사오려는 컬렉터 입장에서 혼란스럽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최근 아트 마켓의 흐름은 마치 국제 정치 경제가 그러한 것처럼,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각각의 도시에서 그 도시의 갤러리 중심으로 5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도리어 새로운 아트 페어들이 스타트업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아트 위크(4월), 도하의 아트 바젤 도하(2026년 2월 최초 개최 예정) 등을 들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경제적 위기가 정리될 때까지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새롭게 잉태되고 있는 예술 창작의 꽃씨는 곧 만발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