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에 문을 연 하우스노웨어 서울은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이어온 실험의 집약체다. 아트, 패션, 가구,
F&B, 향까지 서로 다른 장르가 한 공간에 어우러지는, 경계 없는 크로스오버를 구현한다.

드러낸다.



성수에 낯선 풍경이 등장했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빚어낸 건축은 도심 속 또 하나의 지형처럼 우뚝 서 있으며, 브랜드의 실험정신을 압축한 상징적 기념비처럼 보인다.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표방하는 하우스노웨어 서울 HAUS NOWHERE SEOUL이 드디어 그 베일을 벗은 것. 14층 규모로 들어선 이 건물은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지난 10여 년간 펼쳐온 실험의 결정체다. 젠틀몬스터에서 출발해 탬버린즈, 누데이크, 어티슈, 그리고 새롭게 공개된 테이블웨어 브랜드 누플랏까지, 5개 브랜드의 세계관을 하나의 건축 안에 모았다. “각 브랜드는 서로 다른 미학을 지녔지만, 모두가 ‘새로움’을 지향한다는 공통된 철학을 공유합니다. 우리는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응축될 때 발현되는 시너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하우스노웨어의 철학인 ‘퓨처 리테일 Future Retail’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브랜드의 상상력과 가능성을 통해 리테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출 콘크리트와 압도적인 매스를 전면에 드러낸 브루탈리즘적 설계는 더시스템랩의 김찬중 건축가가 맡았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그저 발주처에 머물지 않고 직접 프로젝트의 코어 콘셉트를 설정해 건축가와 긴밀히 협업했다. “우리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며 새로운 감정을 담아내는 상징적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브루탈리즘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했지만 블레이드러너, 프로메테우스, 듄 같은 영화적 영감까지 결합해 독창적이고 미래적인 건축을 완성했습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각 층은 브랜드 고유의 감각을 구현한 초현실적 설치로 채워진다. ‘되돌아온 미래’를 주제로,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상상력이 건축적 세계로 구현됐으며, 1~3층과 5층은 5개 브랜드의 실험적 리테일 공간으로 채워졌다. 특히 중앙의 비대칭 구조 오브제는 강렬한 대비로 방문객을 압도하며, 젠틀몬스터 볼드 컬렉션의 패턴 디테일이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건축과 패션이 교차하는 장면을 만든다. 거대한 강아지 조형물, 기묘한 인간 형상, 로봇과 구조물이 교차하는 풍경은 리테일을 미술관적 체험으로 확장시킨다. 브랜드 확장도 눈에 띈다. 새롭게 공개된 누플랏은 ‘Dress Your Table’을 슬로건으로 한 기능적 테이블웨어와 패션의 언어가 교차하는 오브제를 선보인다. “우리가 ‘Set’가 아닌 ‘Dress’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테이블을 꾸미고 변주하는 과정에서 낯선 아름다움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네일 컬렉션, 웨이브 컬렉션 등 8개 컬렉션, 15개 시리즈는 일상적 오브제를 해체해 전에 없던 다이닝 경험을 제안한다. 누데이크 역시 ‘티하우스’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확장했다. “티는 물성이 약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블렌딩 과정에서 이미지와 향을 입혔고, 컵에 담기는 순간 공간 전체의 공기를 바꾸는 경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리하여 이른바 ‘힙한’ 티 브랜드가 탄생했다.



성수를 거점으로 삼은 이유도 분명하다. “2017년 토지를 검토하던 당시 성수동은 지금과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곧 실험적이고 크래프트적인 지역적 특성이 우리와 닮아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로컬과 글로벌 실험이 교차하는 이 지역은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세계로 뻗어나갈 가장 완벽한 전초기지가 되었다. 본관 맞은편 별도 공간에서는 아티스트 맥스 사이덴토프와의 협업 설치작 도 공개됐다. 수천 개의 검은 비닐봉지가 파도처럼 일렁이며, 중앙의 노인은 황금빛 봉지를 쥔 채 파도 너머를 응시한다. 이곳은 누구나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서 앞으로도 국내외 아티스트들과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우스노웨어 서울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태도를 통해 리테일이 지닐 수 있는 감각적, 정서적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한다. “우리 철학과 상상력이 고객의 경험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입니다. 하우스노웨어 서울은 바로 이러한 실험을 가장 선도적으로 구현한 무대라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