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의 시선은 때로 다른 세계를 비추곤 한다. 바르셀로나 출신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의 작업은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오랜 시간 열대우림을 걸으며 자연을 관찰해온 그는 숲을 하나의 풍경이 아닌, 인간과 세계가 맞물리는 살아 있는 구조로 이해해왔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는 전시 <산과 친구되기>는 이러한 그의 감각과 사유를 서울의 전시장 안으로 불러들이는 자리다. 드로잉, 사진, 비디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된 작업들은 자연과 문화,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 중심적 관점 너머의 시선을 드러낸다. 사선으로 설계된 파티션은 중성적인 공간을 숲의 결로 재구성하고, 관객은 열대우림의 바위와 소나무, 나뭇가지, 곤충 등 서로 다른 자연의 존재들과 예기치 않게 마주하게 된다. 이와 함께 중정에 조성된 한국 소나무 정원과 산에서 오래 자란 소나무, 그 위로 내리친 번개,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경주 월지의 달빛이 겹쳐지며 또 다른 자연의 시간대를 만들어낼 것이다. 11월 28일부터 2026년 3월 8일까지.
ADD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B1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