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고, 짓고, 다듬으며 우리 손으로 이어온 벼의 역사.
하우스오브신세계에서 펼쳐지는 전시<쌀의 직조>는
익숙한 재료 속에 스며든 우리 삶의 방식과 그 안에 깃든 문화를 들여다본다.

예로부터 벼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먹거리인 동시에 가장 가까운 생활 소재로 기능해왔다. 씨앗이 새롭게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봄과 여름을 넘어 노랗게 익은 열매를 수확하는 가을, 하우스오브신세계는 이 계절을 기념하는 전시 <쌀의 직조>를 선보인다. 쌀로서,그리고 짚으로서 오랜 시간 한국인의 의식주를 지탱해온 벼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하는 본 전시는 짚과 쌀이라는 두 재료를 축으로, 그 안의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전시는 짚과 쌀을 각각의 영역으로 나누어, 재료로서 특성과 그에 기반한 문화적 맥락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초가지붕, 짚신, 멍석 등전통 생활용품을 시작으로, 짚의 물리적 특성과 사용 방식이 사진 자료 및 실물 전시를 통해 소개된다. 공예적인 맥락에서는 협동조합 느린손, 짚풀 명장 김준환, 황정화 작가와 김태연 작가 등이 참여해 오늘날까지 맥을 이어온 짚공예의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황정화 작가의 ‘용마름 책 쉼터’가 초가지붕을 엮던 짜임을 활용해 현대적인 책장으로 재해석한 작업이라면, 김태연 작가의 ‘Re-Weave, ReThink’는 해체한 비닐 쌀 포대를 다시 직조하여 쉽게 버려질 수 있는 재료를 다시 유용한 작업으로 공예화한 작품이다. 쌀을 중심으로 한 식문화 역시 중요한 전시 구성 요소다. 신세계백화점 한식연구소에서 직접 연구, 개발한 쌀 먹거리와 식료품 브랜드 ‘발효: 곳간’이 소개하는 토종 벼 귀도를 담은 쌀 제품 ‘귀’, 그리고 전통주 등이 마련됐다. 한국 전통 다과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디저트 살롱’은 전시 기간에 월별 메뉴로 구성된 계절 디저트를 선보이며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관람객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하는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짚풀생활사박물관 이정아 학예사의 강연 ‘짚, 한국인의 삶과 함께 하다’, 그리고 전통 짚공예 체험 워크숍은 전시 내용을 오감으로 확장시킨다. 손에서 손으로 엮어져 내려온 벼의 역사는 과거의 유산을 넘어, 여전히 우리 삶 속에 살아 있는 기술과 기억, 그리고 감각을 환기시키는 장치다. 짓고 엮어 완성된 일상의 예술과 먹고 나누는 삶의 철학이 어우러진 이 전시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풍요의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할 것이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 5층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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