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머무는 와이너리

감각적인 디자인과 정교한 설계로 하나의 건축적 오브제를 연상시키는 세계 곳곳의 와이너리.

자연과의 합일, 픽토그라마 와이너리

멕시코의 와인 산지로 유명한 바하 칼리포르니아 과달루페 밸리. 그 황토빛 대지 위에는 ‘픽토그라마 와이너리 Pictograma Winery’가 자연스레 스며들 듯 자리한다. 2023년 완공된 이 공간은 멕시코 디자인 스튜디오 로이킨드 아르끼떽또스 Rojkind Arquitectos와 아마사 에스튜디오 AMASA Estudio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건물의 주된 형태는 모래색 콘크리트 소재의 원형 아치가 방사형으로 펼쳐지며, 마치 거대한 점토 그릇을 연상시킨다. 내부는 12개의 사다리꼴 콘크리트 벽이 공간을 정교하게 나누어 테이스팅룸, 발효실, 저장고, 실험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중앙 야외 중정은 빗물 집수 기능을 갖춰, 단순한 동선의 중심을 넘어 건축이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선과 면으로 직조한 리듬, 레반틴 힐 에스타테

호주 멜버른에서 차로 약 한 시간을 달리면, 초록빛 포도밭이 물결처럼 일렁이는 레반틴 힐 Levantine Hill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에 자리한 레반틴 힐 에스테이트 와이너리 Levantine Hill Estate Winery는 2021년 호주 건축 스튜디오 펜더 카츠알리디스 Fender Katsalidis의 설계로 완성되었다. 모나 Mona 미술관, 메르데카 118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선보인 스튜디오답게, 배럴 볼트 아치의 구조적 리듬을 살려 주변 야라 밸리의 산기슭과 농경지의 고요한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디자인했다. 아연 도금 강철 코일과 철재 클래딩으로 견고하면서도 세련된 마감을 더했으며, 특히 블랙 컬러의 강철 프레임워크는 아치형 건물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공간의 흐름과 시선을 부드럽게 연결한다.

평야 너머의 와인 왕국, 라 호라 와이너리

2025년 6월 27일, 스페인 부르고스의 넓다란 포도밭 한가운데에 박공지붕을 뒤집은 듯한 독창적인 형태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데가스 라 호라 Bodegas LA HORRA의 와인이 생산되는 이 신축 와이너리는 스페인의 저명한 여성 건축가 카르메 피뇨스 Carme Pinós가 설계와 디자인을 맡았다. 지역의 전통적인 지하 와이너리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건물이 점차 땅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형태로 구현한 것이 특징. 콘크리트 프리패브 방식으로 제작된 처마는 아연판으로 마감해 구조적 안정성과 내구성을 높이고, 묵직한 질감의 석재 디테일이 건물 전체의 조형미를 한층 견고하게 다져준다. 지붕의 움푹 패인 공간을 통해 자연 지열을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인 건축 요소로도 기능한다.

포도밭 위 붉은 헛간, 레드 반 와이너리

세계적인 건축사 올슨 쿤딕 Olson Kundig이 또 한 번의 유쾌한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무대는 미국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웨시트뱅크 중심부에 자리한 레드 반 와이너리 Red Barn Winery. 소담한 헛간이었던 기존 건물은 건축가 톰 쿤딕 Tom Kundig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기존 골조는 최대한 유지하면서 계단, 엘리베이터, 현대적 설비를 추가해 리노베이션했으며, 넉넉한 창문과 차고 문은 자연광과 포도밭 전경을 한눈에 담아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내부는 따뜻한 나무 바닥과 벽 패널, 석고 마감으로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외관에는 강렬한 레드 컬러 외장재를 적용해 생동감 있는 포인트를 더했다.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와인 양조가 지닌 다채로운 면면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