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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 삶, 예술과 가구, 시대와 시대가 자연스럽게 겹치는 공간.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이신 라퍼티의 감각이 응축된 갤러리는 전형적인 전시 공간의 형식을 벗어나, 감성적 ‘집’의 미학을 제안한다.

우아한 갤러리 입구는 아르테메스트의 독창적인 화병 컬렉션으로 완성했다.
서로 다른 시대의 레이어를 쌓아 완성한 로이신 라퍼티 갤러리.
설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이신 라퍼티와 CEO 베키 러셀 Becky Russell.

아일랜드 더블린, 피츠윌리엄 스퀘어를 마주한 타운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집 같은 아늑한 전시 공간이 관객을 맞이한다. “제게 인테리어는 언제나 스토리텔링에 관한 일이었어요. 그저 보기 좋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들어와서 살아볼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거죠. 이 갤러리는 이러한 제 철학이 자연스럽게 확장한 공간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이신 라퍼티 Róisín Lafferty가 자신의 갤러리에 대해 설명했다. 이곳은 컬렉터블 디자인 갤러리이자 창작자들의 허브로 작용하는 동시에, 스튜디오가 구축해온 감각을 물리적으로 구현해낸 첫 번째 쇼케이스 공간이다.

갤러리의 핵심은 전형적인 쇼룸 형식을 탈피했다는 점에 있다. 인위적인 전시 공간이 아닌, 실제 삶이 있는 공간에서 디자인과 예술과 가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오랜 시간 모아온 컬렉션이 자연스레 쌓인 집처럼 말이다. “서로 다른 시대의 물건이 한 공간에서 섞이며 만들어내는 긴장이야말로 좋은 집이 가진 ‘레이어’라고 생각해요.” 이 레이어를 떠받치는 것은 건물 자체의 골격이다. 1825년쯤 세워진 조지안 타운하우스는 큰 창, 이오니아식 기둥, 높은 천장, 웅장한 계단 등 더블린의 고전적 비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로이신은 현대적 개입을 과시적으로 덧칠하기보다, 문지방마다 치폴리니 Cipollini 스톤 포털을 설치해 각 공간이 또렷하게 전환될 수 있도록 장치했다. ‘재료가 분위기를 만든다’는 로이신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바닥은 기존 목재를 보존한 채 그 위에 패턴드 오크 플로어를 더해 고전적 디테일을 현대적 패턴으로 재해석했고, 벽은 베네치안 플라스터로 마감해 빛을 부드럽게 확산시켰다. 보호건축물로 지정된 건물 특성상 낮게 설계된 문 높이는 오히려 공간을 구성하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희귀 빈티지 가구와 동시대 디자이너의 작업이 나란히 놓인 갤러리 공간.
로이신 라퍼티가 디자인한 황동 프레임 거울과 브라이언 오설리반 컬렉션의 크루아상 소파.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가 디자인한 알타 라운지 체어 뒤로 이 놓여 있다.

곳곳에 배치된 ‘소장품’ 또한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희귀한 빈티지 가구는 물론 동시대 디자인이 녹아든 가구와 조형적인 조명, 사진과 회화, 그리고 라퍼티가 디자인한 컬렉션이 한데 어우러져 안목 좋은 컬렉터 집에 방문한 느낌마저 든다. 전시되는 품목은 유동적이다. 현재는 미드센추리 유럽 빈티지 가구를 취급하는 어콰이어드 Acquired와 함께 발굴한 희귀 빈티지 가구 옆으로 메이드 인 레시오 Made in Ratio, 에드윈 제임스 Edwyn James 등 동시대 디자이너의 작업이 나란히 놓였다. 이 모든 장면의 중심에는 라퍼티의 자체 디자인 컬렉션이 있다. 브레치아 아쿠아산타 대리석으로 제작된 스피어 Sphere 가구 시리즈와 문페이스 Moonface 조명은 공간에 자전적인 서사를 더해 갤러리의 깊이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프랑수아 – 자비에 라란과 다카하마 카즈히데가 협업한 또한 최근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된 작품 중 하나다. 지난해 말 소더비 경매에서 라란의 가 3140만 달러에 낙찰되며 그의 작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다시금 높아진 가운데, 이처럼 중요한 수집가용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갤러리의 안목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하나의 집을 구성한 시대와 미감이 각기 다름에도, 서로 공명하며 조화를 이루는 방식은 그 자체로 완성된 미학을 드러낸다.

이곳은 로이신 라퍼티가 오랫동안 꿈꿔온 공간이자, 오랜 기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축적해온 감각의 집합체다. 그 탁월한 미학과 공간에 대한 해석은 최근 2026 크레아퇴르 디자인 어워드 Créateurs Design Awards 에서 ‘최우수 상업 및 문화 프로젝트’ 부문 후보에 오르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어요. 이 세계에는 오랜 기간 모아온 다양한 물건들이 공존하고, 서로 다른 시대의 조각들이 부딪히며, 예술과 가구가 나란히 놓이기도 하죠. 저는 갤러리를 통해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을요. 제 작업이 절대 반짝이고 새것처럼 보이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마치 하나의 매장에서 모두 구매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은 원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가장 좋은 집은 시간이 켜켜이 쌓인 감정이 있는 공간이에요. 그것이 제가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고, 갤러리가 실현하고 있는 비전입니다.”

드라가 & 아우렐의 저드 월 램프 위 배치된 실비오 피아텔리의 샹들리에.
1955년 로마에서 맞춤 제작된 미두센추리 빈티지 콘솔.
간에 유쾌한 활력을 불어넣는 네온 옐로 컬러의 조나단 보카 잠파 체어.
희귀한 미드 센추리 빈티지 가구가 방 한쪽에 놓여 있다.
건물은 기존 목재를 보존한 채 패턴드 오크 플로어를 더해 고전적 디테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에디터 | 문혜준
포토그래퍼 | 바바라 코르시코 Barbara Cors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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