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시즌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사진을 남길 수 없는 퍼포먼스, 세계적 거장의 대규모 회고, 도시를 키워드로 한 퀴어 아트, 그리고 한국 근현대 미술의 결을 짚는 전시까지. 3월 주말 캘린더를 채워줄 전시 리스트.

리움미술관 <티노 세갈>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작품 속이다. 25년간 단 한 장의 작품 사진도 남기지 않은 작가, 티노 세갈의 개인전이 리움에서 열린다. 촬영은 엄격히 금지. 대신 몸과 목소리, 눈빛이 전부다. 작가는 경제학과 무용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물질적 생산과 천연 자원의 소비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예술 창작과 소비 구조를 전복한다. 물질 대신 ‘구성된 상황’을 만들고, 관람객을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 전시장 곳곳에서 만나는 ‘해석자’들과의 대화와 움직임이 곧 작품이다. 특히 리움미술관의 소장품과 나란히 배치된 장면은 흥미롭다.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옆에서 펼쳐지는 <키스 Kiss>는 살아 있는 조각과 청동 조각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는 순간을 만든다. 입구에서 펼쳐지는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 This is so contemporary>부터 압도적이다.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이번 주말, 휴대폰은 가방 깊숙이 넣고 들어가보시길. 3월 3일부터 6월 28일까지.
ADD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리움미술관 M2, 로비,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지난해 론 뮤익 전시로 관객을 모았던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번엔 더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 주인공은 데이미언 허스트.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으로,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전반을 훑는다. 포름알데히드 수조 속 동물로 유명한 <자연사> 연작, 다이아몬드 해골 <신의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벚꽃> 연작 이후의 미공개 신작까지. 죽음과 영생, 예술과 시장, 믿음과 제도에 대한 그의 집요한 질문이 한 공간에 펼쳐진다. 얼리버드 티켓이 빠르게 소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망설일 시간은 길지 않다. 전시는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ADD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3, 4, 5전시실


아트선재센터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
서울 주요 미술관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퀴어 아트 전시가 열린다. 72명(팀)이 참여한다는 스케일부터 압도적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축으로 퀴어의 시공간을 읽어낸다. 트랜스적 존재 조건, 다층적 정체성, 그리고 공동체의 서사를 공간 안에 펼쳐놓는다. LGBTQ+ 커뮤니티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홍콩의 선프라이드재단과 협력한 전시로, 태국, 방콕, 홍콩에 이어 네 번째 에디션이다. 김아영, 이강승, 박그림 등 재단 소장품 약 30점도 함께 소개되며, 마크 브래드포드는 장소 특정적 작업을 새롭게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ADD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아트선재센터


리만머핀 <하나, 그리고 우리>, <오직, 지금>
리만머핀 서울은 두 개의 전시를 선보인다. 1층에서는 장욱진, 이응노, 서세옥의 3인전 <하나, 그리고 우리>을 개최한다. 수묵화와 유화, 구상과 추상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개인’과 ‘우리’라는 질문을 던진다. 2층에서는 스위스 기반 작가 알렉스 행크의 아시아 첫 개인전 <오직, 지금>을 선보인다. 알프스 인근에서 채집한 자작나무에 흑연으로 그린 드로잉은 놀라울 만큼 섬세하다.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밀도, 그 안의 긴장감이 은근히 오래 남는다. 두 개 전시 모두 3월 11일부터 4월 18일.
ADD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13 1층 리만머핀

호암미술관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서울을 벗어나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기 좋은 전시. 한국 여성 조각 1세대를 대표하는 김윤신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70여 년의 작업을 아우르는 200여 점이 전시된다. 전쟁 이후 한국의 척박한 미술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밀어붙였던 시간, 그리고 1983년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자연 속에서 확장한 조각과 회화의 세계까지. 나무 조각 <합이합일 분이분일> 연작은 물론 판화와 회화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는 3월 17일부터 6월 28일까지.
ADD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562번길 38 호암미술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