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숲과 들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괜찮다.
식물과 눈을 맞추고, 초록을 가까이에 둘 수 있는 도심 속 녹색 목적지.
카스르 알 호쿰 역 at 리야드




사우디아라비아의 심장이자 거대한 도시 광장을 이룬 수도, 리야드. 그 중심에서 미래적인 금속 역원뿔 형태로 솟아오른 ‘카스르 알 호쿰 스테이션 Qasr Al Hokm Station’은 도시 한복판에서 자연과 조우할 수 있는 뜻밖의 장소다. 열대성 식물인 접란과 야자수를 포함한 다양한 식물들이 입구를 시작으로 지하 40m 깊이까지 이어지며, 공간 전체를 초록의 풍경으로 물들인다. 이는 대중교통 시설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노르웨이 건축사무소 스노헤타 Snøhetta의 아이디어 덕분이다. 넓은 스테인리스 스틸 캐노피가 모든 층으로 자연광을 부드럽게 끌어들여, 빛이 미치지 않는 지하 공간까지 식물이 잘 자라도록 돕는다. 특히 블루 플랫폼과 오렌지 플랫폼 사이에 자리한 아트리움은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머무르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휴식의 순간을 선물한다.
ADD Al Qari, Riyadh 12652, Saudi Arabia
칼더 가든 at 필라델피아




지난해 9월, 필라델피아에 문을 연 ‘칼더 가든 Calder Garden’은 작품뿐 아니라 정원 자체만으로도 방문의 이유가 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 거장 알렉산더 밀른 칼더 Alexander Milne Calder를 기리기 위해 개관한 이곳은, 스위스 건축 듀오 헤르조그 & 드 뫼롱 Herzog & de Meuron이 건축을 설계하고, 네덜란드 출신 조경가 피에트 아우돌프 Piet Oudolf가 정원을 조성했다. 250종이 넘는 야생화와 자생식물이 건물을 감싸며 거대한 녹지를 이루고, 계절마다 색과 형태를 달리하며 작품 뒤에서 살아 숨 쉬는 배경으로 존재한다. 이곳의 정원은 커다란 원형 디스크를 중심으로 ‘선큰 가든 Sunken Garden’과 ‘베스티지 가든 Vestige Garden’으로 나뉘어, 자연 채광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통로 역할을 한다. 관람객은 그 사이를 거닐며 구조물을 감상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느긋한 명상적 산책을 경험할 수 있다.
ADD 2100 Benjamin Franklin Pkwy, Philadelphia, PA 19103
아자부다이 힐스 at 도쿄




회색빛 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도쿄 미나토구 중심부. 2023년 이곳에 문을 연 ‘아자부다이 힐스 Azabudai Hills’는 초록을 두른 채 도심 속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구불구불한 능선을 연상시키는 곡선형 지붕,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격자 모양의 그리드, 그리고 그 사이로 푸르게 피어난 식물들. 단지 곳곳에서 마주하는 자연은 영국 건축 설계사 헤더윅 스튜디오와 현지 원예가가 머리를 맞대어 완성한 결과물이다.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약 2만4000㎡ 규모에 걸쳐 펼쳐진 녹지 공간에는 약 320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모던 어반 빌리지 Modern Urban Village’라는 아자부다이 힐스의 콘셉트를 그대로 담아낸다. 계단식 논을 연상시키는 경사면 역시 식물의 생명력이 꽃피운 장소 중 하나다. 블루베리, 레몬, 복숭아, 허브 등 다채로운 식용 식물이 존재감을 뽐내며, 시골 과수원 못지않은 경관을 자아낸다.
ADD 1 Chome-3-1 Azabudai, Minato City, Tokyo 106-0041, Japan
더 루프 at 상하이




분주한 상하이 번화가 뒤편으로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붉은 존재감. 리롱 골목을 가로지르며 자리한 복합 공간 ‘더 루프 The Roof’는 빼곡히 놓인 화분이 시선을 가득 채우며 도시의 빠른 호흡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건축가 장 누벨 Jean Nouvel의 설계로 완성된 아케이드는 중국의 전통적인 주거 형태와 색채, 현대적인 감각을 건축적 언어로 엮어낸 것. 내부 공간은 상업 시설과 오피스로 활용되며, 1층은 일정한 간격마다 소규모 식정원을 조성해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고 동선을 안내한다. 층층이 배치된 화분은 자연스러운 그늘과 온도 조절, 공기 정화 기능을 수행하며, 도시 속 오아시스 같은 쉼터를 제공한다. 잎이 가는 관엽식물부터 다채로운 꽃, 오랜 세월 자리한 건물 주변의 나무까지. 이곳에서 자연은 장식이 아닌 구조로 스며들며 골목을 거니는 내내 온전한 자연의 감각을 불어넣는다.
ADD 458 Madang Road, near Jianguo East Road, Huangpu District, Shanghai, Chi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