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리스 건축 나은중 · 유소래 소장의 아주 특별한 미술관

2012년 5월경, 나오시마 섬으로 건축 여행을 가게 되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나오시마 미술관을 구경한 후 나오시마 섬 옆 테시마 섬에 새로 지은 건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류에 니시자와 Ryue Nishizawa가 설계한 테시마 아트 뮤지엄은 일본 예술가 레이 나이토 Rei Naito의 작품 ‘모형’ 단 하나만이 설치되어 있는 독특한 장소다.

섬의 시골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닷가 근처 나지막한 언덕에 하얀색 콘크리트 셸 형태를 마주하게 되는데 마치 커다란 물방울이 떨어져 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미술관 안에 설치된 작품은 고정된 작품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방울들이다. 바닥에서 조금씩 솟아나는 물방울은 이리저리 이동하며 다시 바닥 밑으로 떨어지거나 한데 모이기를 반복한다. 아주 작은 물방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미묘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색할 수 있는 철학적이고 명상적인 장소이기에 입장 시 몇 가지 제약을 받는다.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발을 벗어야 하며 소리를 내지 말고 자연의 소리를 경청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 것이다. 건물에 난 두 개의 커다란 개구부를 통해 건물 안에서도 빛, 바람, 새 소리 등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건축물, 예술,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은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다. 이곳이야말로 자연과 인공이 하나임을 깨달을 수 있는 진짜 뮤지엄이라고 생각한다.

에디터 최고은 | 사진 네임리스 건축 | 일러스트레이터 김종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