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냥 갤러리라고 하기엔 아쉬운 ‘지 익스비션’. 작가들의 작품을 주얼리처럼 공간에 입히는 흥미로운 문화 공간이다.

↑ 정민경 작가의 작품인 벽지와 인체 모양을 작품에 적용한 위성범 작가의 데스크.
국내 유명 갤러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정승진 대표가 한남동 골목에 갤러리를 오픈했다. 갤러리지만 작가들의 작품을 단순히 전시만 하는 공간은 아니다. 정승진 대표가 이런 공간을 오픈하게 된 것은 자신의 감각과 취향에 맞는 작가들을 세상에 알리고 다양한 전시를 진행해보고 싶어서였다. “처음부터 갤러리를 오픈할 계획은 없었어요. 갤러리란 단어가 주는 특유의 딱딱함이 싫었거든요. 그렇다고 이곳이 숍은 아니기 때문에 갤러리라는 이름을 피하면서도 공간의 목적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그녀가 오픈한 공간의 이름은 ‘지 익스비션(gexhibition)’ 이다. ‘Great exhibition’의 약자이기도 한데, 이는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를 뜻하기도 하고 의미 그대로 좋은 전시를 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트렌디한 식당부터 카페, 숍 등이 속속 생겨나 예전보다 복잡해진 한남동이지만 아직까지는 이곳만의 느낌이 좋아서 결정했다고. 한남동 리첸시아 뒷골목으로 들어오다가 골목에서 유난히 하얀 외관의 집이 보인다면 그곳이 바로 지 익스비션이다.

왼쪽 사진을 벽지로 제작한 정민경 작가의 작품.
오른쪽 2층짜리 작은 주택을 개조한 지 익스비션.
파인 아트를 전공한 뒤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쭉 갤러리에서 근무했던 정승진 대표는 작년 말에 지 익스비션을 오픈하며 이제 막 독립을 선언했다. 갤러리 소속으로 일하면서 일은 고됐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배운 것은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갤러리였던 만큼 그녀가 관심 있는 작가들의 전시를 진행하거나 대중적인 전시를 기획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고민 끝에 정승진 대표는 예약 없이도 누구든지 들어와서 지금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고, 숍 코너에서는 작가들의 작품도 구입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오픈하기로 결심했다.
“파인 아트를 전공했지만 갤러리에서 근무할 때는 디자인 부서에서 일했어요. 덕분에 디자인 공부를 처음부터 해야 했지만 저와 잘 맞았고 재미있더라고요. 저는 주얼리(Jewelry)’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이 착용하는 주얼리일 수도 있고, 공간에 주얼리를 입힐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 조명은 아주 화려한 주얼리가 될 거고, 벽지나 가구 등도 공간의 주얼리가 될 수 있죠.” 이런 재미있는 발상은 지금 오픈 전시로 진행되고 있는

↑ 이광호 작가의 조명과 김정섭 작가의 테이블, 바다디자인아틀리에의 소품들이 어우러진 모습.
지 익스비션은 2층짜리 주택을 두 달 정도 공사해서 개조한 공간이다. 1층은 메인 전시 공간과 작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2층 전시장의 한 코너에서는 작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공간이 넓어서 작품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어색하거나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도 없다. 벽에 바른 벽지 작품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도 있고 사방에서 작품을 둘러보기에도 안정감을 주는 편안한 공간이다. “고급 멀티숍이 참 많이 생겼잖아요. 공간과 익숙해지기도 전에 판매하는 제품들의 가격을 보고 나면 다시 방문하기가 꺼려지죠. 처음에는 공간과 친해지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요. 부담스럽지 않은 작품을 접하면서 갤러리와 친해지면 나중에는 좋은 작품을 구입하거나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도 있거든요.”과연 일리 있는 말이다. 때문에 지 익스비션에는 바다디자인아틀리에의 작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작은 숍 코너도 갖추고 있다.
작가를 선정하는 탁월한 안목을 지닌 정승진 대표가 준비하고 있는 전시는 뉴욕에서 지금 떠오르는 주얼리 디자이너인 아벡 뉴욕(Avec New York)이다. 색다른 재료를 조합해서 주얼리를 만드는 쌍둥이 자매 디자이너가 론칭한 아벡 뉴욕의 작품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 익스비션에서 소개되는 것. 주얼리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그녀가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다. 정승진 대표가 선정한 작가들이 세계적으로도 점점 유명해지는 것을 보면 그 안목을 믿어봐도 좋지 않을까. 앞으로 트렌디한 디자인에 목마르거나 지금 가장 핫한 디자이너가 누군지 궁금해질 때면 한남동의 하얀 집 문을 열고 들어갈 일만 남았다.

왼쪽 작가들의 소소한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다.
오른쪽 널찍한 테이블이 있는 2층.

↑ 신진 작가의 작품을 알리고 싶어 지 익스비션을 오픈하게 된 정승진 대표.

위 신수진 작가의 흑경 작품과 이헌정 작가의 세라믹 작품, 위성범 작가의 테이블이 어우러졌다.
아래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오픈 전시인 <쇼 하우스(Show House)> 전.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조용기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