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담은 술

봄을 담은 술

봄을 담은 술

겨울을 견디며 더욱 깊어진 향과, 새롭게 피어난 봄의 싱그러움을 품은 우리 술.

주방장 양조장, 쑥크레 봄에 채취한 신선한 쑥을 활용해 빚은 크래프트 막걸리. 은은한 쑥향과 크리미한 질감이 특징인 이 술의 이름은 쑥에 달콤함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 ‘수크레 Sucre’을 합성해 만들어졌다. 전통적인 쑥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부드러운 목넘김과 적당한 단맛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첫 잔은 침전물을 섞기 전의 맑은 약주로 마셔보길. 페어링 안주로는 쑥의 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담백한 국물 요리나 발효 향을 증폭시킬 수 있는 사워도우를 추천한다.

술샘, 이화주 배꽃이 개화하는 4월 봄 즈음 술을 빚어 붙여진 이름, 이화주. 조선시대 궁중에서 즐겨 마시던 전통 발효주로, 부드러운 크림 같은 텍스처와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쌀로 만든 구멍떡이나 백설기에 물을 거의 넣지 않고 만든 덕에 걸쭉한 질감을 가지며, 잼병 형태의 용기에 담겨 숟가락으로 떠먹는 방식으로 즐긴다. 쫀득한 요거트를 연상시키는 술로, 새콤한 감칠맛과 함께 달콤한 여운이 남아 어떤 음식에 곁들여도 좋은 무첨가 탁주다.

솔송주 양조장, 솔송주 봄이면 돋아나는 소나무의 송순을 넣어 빚은 전통주로서, 산뜻한 솔향과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4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술로, 하동 정씨 집안 대대로 이어지던 가양주의 비법을 박흥선 식품명인이 전수해 오늘날까지 만들고 있다. 발효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소나무의 청량한 향 덕분에 마신 후에는 개운한 느낌이 남는다. 도수는 13%로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며, 달지 않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좋은술 양조장, 찐골드 경기도 평택의 양조장 좋은술에서 황금향을 넣어 빚은 삼양주 막걸리. 양조장이 위치한 평택에서 재배한 황금향으로 만든 신제품으로, 새콤달콤한 과육 맛과 껍질에서 우러나는 향미가 돋보인다. 쌀누룩과 밀누룩을 사용해 3개월간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쌀누룩은 황금향의 풍미를 극대화하고 누룩 향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탄산감이 적고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며, 과일의 자연스러운 단맛과 은은한 산미가 균형을 이룬다.

면쳔두견주보존회, 면천두견주 충남 당진의 면천 지역에서 유래한 전통주로, 봄에 피는 진달래 꽃을 넣어 빚는다. 고려시대부터 전해지는 유서 깊은 술로, 고려 개국 공신 복지겸이 면천두견주를 마시고 병을 고쳤다는 설이 있다. 아미산에서 직접 채취한 진달래에 찹쌀과 누룩을 넣고 100일간 발효, 숙성시켜 은은한 꽃향과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이다. 한국 전통주 문화의 가치를 그대로 간직한 술로 평가받아 1986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댄싱사이더컴퍼니, 스프링 블라썸 국내 최초 크래프트 사이더리 댄싱사이더컴퍼니에서 봄 시즌을 맞아 한정 출시한 과실주. 리치와 라즈베리의 맛이 섬세하게 조화를 이룬다. 약하게 가미된 벚꽃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달콤하면서도 경쾌한 탄산감으로 한 모금에 봄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과일의 산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피니시 덕분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로, 도수가 낮아 가볍게 마시기 좋아 봄날 야외 피크닉에 제격이다.

술아원, 술아 매화주 전통주 브랜드 술아에서 만든 매화주는 매화 꽃의 향긋한 향과 부드러운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과하주다. 과하주는 발효주와 증류주를 혼합하여 제조하는 술로, 조선시대 대표 명주 중 하나로 취급된다. 매화를 빚어 산뜻한 풍미와 은은한 꽃향이 입안을 감싸는 것이 특징으로, 낮은 도수의 부드러운 질감이라 탄산수와 섞어 마시기도 한다. 적당한 산미와 달콤한 마무리 덕분에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으며, 특히 치즈가 들어간 샐러드나 레몬 파운드 케이크처럼 상큼하면서 달콤한 음식과 궁합이 좋다.

회곡양조장, 안동국화주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중 하나인 안동소주에 국화 향을 더했다. 안동국화주는 가을에 채취한 국화를 넣어 빚지만, 그 향과 맛이 봄 정취와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가을 햇살을 머금고 자란 국화는 겨울을 지나면서 깊은 풍미를 더하고, 봄이 오면 은은한 꽃향과 함께 부드러운 단맛을 품은 국화주로 완성된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고수해 한국 전통주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냉이나 미나리 같은 제철 봄나물과 함께 즐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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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Aging Table

Slow Aging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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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핫 키워드, ‘저속노화’. 슬로에이징을 돕는 건강한 식단으로 주목받는 지중해식 레스토랑 세 곳을 방문했다.

문어 뽈뽀 오르끼에떼

니스풍 니스와즈 샐러드

모로코 왕족 치킨 & 구운 야채

다양한 미식 경험을 한자리에서, 로얄 테라스 가든
백화점에 가면 쇼핑하느라 정신 없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분위기 속에서 어디서 식사할지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여러 명이 함께 방문했을 때, 각자의 입맛을 만족시킬 만한 식당을 찾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런 점에서 로얄 테라스 가든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잠실 롯데백화점 지하 1층에 자리한 이곳은 테라스 분위기의 화사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며, 다양한 스타일의 요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 선택은 니스풍 니스와즈 샐러드와 모로코 왕족 치킨 & 구운 야채, 문어 뽈뽀 오르끼에떼. 니스풍 니스와즈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감칠맛 도는 드레싱이 잘 어우러진 메뉴였다. 원래 프랑스 니스 지방에서 유래한 샐러드인데, 감자, 달걀, 올리브 등 다양한 식재료가 사용된다. 이곳의 버전은 신선한 채소를 중심으로 짭짤한 올리브와 드레싱이 조화를 이루며 상큼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더해주었다. 가벼운 식사를 원할 때에도 좋지만, 다른 요리와 곁들이기에도 부담 없는 구성이다. 이름부터 거창한 모로코 왕족 치킨 & 구운 야채는 메뉴판에 그려진 이미지의 화려함에 괜스레 기대감이 컸다. 로티세리 방식으로 조리된 치킨은 촉촉한 속살과 바삭한 겉면이 조화를 이루었고, 모로코 특유의 향신료가 가미되어 살짝 매콤한 맛과 풍부한 풍미를 자랑했다. 기름기를 쪽 뺀 담백한 맛에 약간의 향신료 맛이 더해졌다고 생각하면 될 듯. 마지막으로 문어 뽈뽀 오르끼에떼는 올리브오일과 향신료가 가미된 소스 덕분에 깊은 감칠맛이 나며, 쫀득한 문어가 꽤 많이 들어 있어 만족스러웠다. 로얄 테라스 가든은 지중해식 외에도 인도, 동남아, 독일식 등 글로벌한 메뉴를 비롯해 감자수제비홍합 스튜, 로제 떡볶이 그라탕 같은 한국식 퓨전 요리도 준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취향에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즐거운 쇼핑 후 만족스러운 식사를 누려보시길. INSTAGRAM @royal.terrace.garden EDITOR 원지은

연어 부르스케타

푸실리 파스타와 버섯 에그 베네딕트

구운 아보카도

포지타노 레몬의 상큼함, 쇼니노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탤리언 브런치 바. 미미옥, 버거보이 등을 운영하는 F&B 브랜드 로프컴퍼니가 선보인 곳이다. 쇼니노는 이탈리아 남부 도시 포지타노에서 재배되는 레몬을 뜻한다. 공간은 노란 벽과 파란 대문이 어우러져 이탈리아 남부의 햇살 가득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테이블웨어부터 포토존까지 곳곳에 레몬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상큼한 기운을 더한다. 메뉴는 박재현 대표가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건강한 지중해 식단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선한 해산물과 레몬을 활용한 다양한 파스타 메뉴 중 푸실리 바질페스토 새우 파스타를 주문했다. 직접 섞어 먹는 방식인데 부라타 치즈의 고소함과 바질 페스토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마치 산뜻한 샐러드처럼 느껴졌다. 에그 베네딕트는 미트볼, 연어, 버섯 & 채소의 세 가지 종류로 제공되는데, 버섯 에그 베네딕트를 선택했다. 구운 빵 위에 아보카도 무스와 버섯이 올려져 부드럽고 담백한 조화를 이룬다. 루꼴라 샐러드와 구운 감자가 곁들여지는데, 루꼴라는 너무 새콤한 드레싱으로 내어 자극적이었고, 구운 감자는 따뜻하면 더 좋았을 듯하다. 가볍고 담백하게 즐기고 싶다면 브루스케타를 추천한다. 가볍게 즐기는 전채 요리이지만 쇼니노는 크게 자른 빵 위에 각종 재료를 올려 넉넉한 양이 돋보였다. 버섯, 토마토, 연어, 견과류로 네 종류가 있다. 의외의 발견은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구운 아보카도였다. 아보카도를 반으로 갈라 직접 만든 소이 소스를 곁들여 구웠는데, 부드러운 식감과 짭짤한 간장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이 외에도 상큼한 향을 더한 ‘레몬 버터 치킨’, 베이컨과 버터가 들어간 홍합 스튜 ‘스팀드 머슬’ 등 이탈리아 특유의 풍미를 살린 요리들이 있으니 저녁에 분위기 있게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INSTAGRAM @shawnino_trattoria EDITOR 원하영

초피노

지중해볼

스페인 문어감자

정성이 깃든 지중해 가정식, 칸티나
정감 있는 지중해 음식점을 지향하는 칸티나는 대표가 실제로 이스탄불에 거주하던 때 지중해를 오가며 받은 영향을 토대로 만든 레스토랑이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정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사로잡힌 그는 그때부터 지중해 요리에 빠져 레시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왠지 ‘고독한 미식가’에 나올 듯한 분위기인 이 레스토랑은 용산 이촌역 부근에 위치했다. 빵부터 소스까지 하나하나 직접 만들며, 식재료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신선한 재료만 사용한다. 주문한 메뉴는 지중해볼. 스페인 문어감자와 초피노, 후무스와 피타브레드, 대구 크로켓과 샐러드로 구성된 지중해볼은 특히 신선함이 느껴지는 후무스의 맛이 일품이었다. 식당에서 직접 이탈리아 오븐으로 구워낸 따끈한 피타브레드와 궁합이 잘 맞았다. 큰 기대 없이 주문한 스페인 문어감자 또한 부드러운 식감으로 마지막 한입이 아쉽게 느껴졌다. 가장 기대하며 주문한 초피노는 소스에 조개 육수가 잘 배어나 감칠맛이 좋았지만, 조개와 홍합의 살이 작은 점이 아쉬웠다. 방문하기 전, 가격에 비해 양이 적다는 후기를 봤는데 역시 전반적으로 음식 양은 좀 적은 듯했다. 다만, 어떤 메뉴를 시키든 정성이 들어간 맛을 느낄 수 있다. 근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감상한 후 식사할 곳이 고민된다면, 칸티나가 좋은 선택지가 될 듯. INSTAGRAM @kantina_seoul EDITOR 문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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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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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식

빠르게 흘러가는 한국의 시간 속에서 소울의 김희은, 윤대현 셰프는 지금 이 순간의
한식을 고민한다. 오늘의 한식이 곧 내일의 전통이 될 수 있도록.

봄 신메뉴 중 하나인 맞이 음식. 소울의 로고를 형상화해 만든 목기에 육회 타르타르, 월과채, 서여향병을 담았다.

바 형식으로 구성된 소울의 내부.

지난 2월 말, 소울과 촬영 스케줄을 잡고 얼마 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5 선정 레스토랑이 발표됐다. 2023년 첫 미쉐린 스타를 받은 소울은 3년 연속으로 1스타의 자리를 지켜냈다. “유지라는 게 사실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이 달려왔다는 뜻이고, 실제로 더 성장하려 노력해왔기 때문에 이를 유지했다는 데에 감사하죠. 처음 1스타를 받았을 때 느낌이 매년 계속 떠올라요.” 교통이 좋지 않은 해방촌의 골목에 자리한 소울인 만큼, 미식을 평가하는 평가서인 동시에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 역할을 하는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것은 이들에게 더욱 뜻깊은 일이었다.

소울의 윤대현, 김희은 셰프.

한식을 공부한 아내 김희은 셰프와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한 남편 윤대현 셰프가 2019년 함께 문을 연 소울은 컨템포러리 한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한국 음식이 지금처럼 주목받기 훨씬 전인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이들은 꾸준히 자신들의 교집합을 활용해 소울만의 한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은 빠르게 변화하고 매번 유행이 바뀌는데, 소울의 색깔만은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울의 색은 단순 요리뿐만 아니라, 각 음식에 스토리텔링을 더하고 한국의 식문화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우러난다. 전통 한식이 아닌, 지금의 한식. 현재 우리 세대가 만들어가고 있는 오늘날의 식문화말이다. “우리가 오늘날의 식재료를 활용해서 요리한 음식을 잘 차려냈을 때, 서로 간의 공감대가 더 잘 느껴질 거라 생각했어요. 지금의 한식을 또 잘 요리해야 50년, 100년이 지난 후엔 전통이 될 것이고요. 이 시대의 한국엔 이런 식문화가 있었고, 이런 음식을 먹었다는 기록을 잘 남기고 싶은 거죠.” 생일을 맞은 손님이나 임신부가 방문했을 때 미역국을  주는 소울만의 ‘전통’도 이 때문이다. 소울을 말할 때 위트 있는 메뉴명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미세스 김전복’, 올봄 신메뉴인 ‘한우 삼위일체’도 그중 하나다. 파인다이닝 하면 떠오르는 경직된 분위기를 풀고, 손님들에게 더욱 다가가기 위한 노력에서 탄생한 결과다. 바 손님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주방에는 단차도 있다. “어떤 사람과 어떤 환경에서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 컵라면이 맛있는 음식이 되기도 하고, 아무리 훌륭한 정찬 요리여도 뭘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기도 하잖아요. 과한 친절함은 또 부담스러우니까, 메뉴 이름으로 손님의 긴장을 풀어주고, 때로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을지 퀴즈도 내보고, 후식 국수가 나갈 때는 손님 옷 색깔에 맞춰 젓가락을 내주기도 해요. 대부분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 식당을 방문해주시는 것일 텐데, 그 특별한 날에 좋은 기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은 마음인 거죠. 그렇게 손님들의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우리도 힘이 나고요.”

한국적인 인테리어로 장식된 소울의 공간.

분주하게 요리하는 윤대현, 김희은 셰프.

전공한 분야도, 출신지도 다른 두 사람이 만든 소울의 메뉴는 그들의 공통된 경험에서 탄생한다. 연애 시절 먹던 맛의 데이터에서부터 축적된 경험이다. “감각과 경험, 그러니까 오감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들이 있어요. 메뉴에 대한 큰 틀을 잡을 때는 비율을 수치화하고 계산하기보다는 맛의 베이스를 카테고리별로 쪼개서 우리만의 맛으로 재해석하는데, 그게 신기하게 되게 잘 맞아요. 연애까지 포함하면 10년을 함께했기에 입맛도 서로 닮아가는 거죠.” 단순히 부부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공통분모가 많은 두 사람은 요리에 본능적으로 끌려 처음 이를 시작한 순간마저 비슷했다. 미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잠시 도예를 공부했던 김희은 셰프는 그릇을 보면 그곳에 음식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요리사의 길을 심하게 반대하던 집안과 몇 년간 연을 끊으며 스스로 학비를 벌어 호텔 조리학과의 학비를 충당했다. 한때 선교사를 꿈꾼 윤대현 셰프는 어려운 국가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던 교회 선교사의 이야기를 듣고는, 어린 마음에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집안의 도움이 없었다, 이게 정말 큰 포인트인 것 같아요.” 윤대현 셰프는 학비가 만만치 않은 조리고등학교의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수능시험이 끝난 지 2주가 채 안 되어 주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도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때 경험이 있어 지금의 소울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한다. 오픈한 지 1년이 채 안 되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고, 지난 6년간 크고 작은 일이 있었지만 좋은 요리를 손님들에게 내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꿋꿋하게 버텨냈다. 두 셰프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특이하거나 값비싼 식재료로 요리하기보다는,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식재료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무나 버섯같이 항상 먹는 식재료를 어떤 식으로 조리하느냐에 따라 특별하고 맛있다고 느낄 수 있죠. 사실 좋은 식재료엔 요리사가 할 일이 별로 없어요. 최대한 원물을 건드리지 않고 그 상태를 오롯이 잘 보존해 적당하게 익히거나 손질해내는 것도 요리사의 역할이지만,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요리사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음식을 요리해야 하고요.” 요리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동시에 삶 자체에 요리사라는 직업이 녹아든,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오늘도 행복한 마음으로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어준다.

‘한우 삼위일체’. 한우의 세 부위를 다른 조리법으로 조리해 한 상 차림으로 만들었다.

소울의 공간을 장식한 셰프복과 무자기의 도예 작품들.

물회 요리엔 직접 키운 방아와 토마토를 착즙한 육수를 활용했다.

소울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감자전과 정과, 술을 한 상에 내놓는 ‘잔칫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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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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