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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사라지지만, 그 자리에서 펼쳐지는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푸드 아티스트 3인이 전하는 테이블 위의 예술.

나이키 서울 에어맥스 DN8 행사. 신발 모양의 버터 조각이 움직이며 빵에 묻어나는 퍼포먼스형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 Baek Eunbin
유쾌한 푸드 작업을 선보이는 윤세화 디렉터. © Natalie Suen

콘페티야드, 윤세화
자기 소개 조형예술을 전공한 뒤 식재료를 매개로 조형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콘페티야드 CONFETTI.YARD는 이러한 탐구에서 출발한 스튜디오로, 디저트를 단순한 먹거리로 한정하지 않고 삶을 달콤하게 만드는 모든 것으로 정의한다.
푸드 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조형 작업을 하면서 많은 사람과 친숙하게 공유할 방법을 찾았다. 취미로 시작한 베이킹 속에서 재료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크림은 석고 반죽, 빵 반죽은 찰흙, 사탕은 투명 레진. 흥미롭게도 베이킹 재료가 조형 재료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 그렇게 베이킹은 조형적 상상을 실현하는 또 다른 매개가 되었다.
작업 스타일 즉흥적 실험. 스케치하듯 떠오르는 이미지를 빠르게 재료로 옮긴다. 조리 과정에서 계획과 달리 망가지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베이킹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전통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며 즐기고 있다.
영감 결국 예술이다. 전시나 다른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가 구체화된다. ‘이 작업을 디저트로 표현하면 사람들이 예술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늘 출발점이 된다.
푸드 아트 트렌드 단순히 맛있고 예쁜 음식 만드는 것을 넘어 아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음식은 배를 채우는 기능을 넘어 트렌드를 이끌고, 기업 마케팅과 예술계에서도 점점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특히 일회적이고 찰나에만 즐기는 음식은 이미지 중심으로 빠르게 소비되는 오늘날의 문화와 잘 맞아떨어지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탬버린즈 카 디퓨저 론칭 행사를 위한 케이터링 작업. © Baek Eunbin
AI 아티스트 조영각과 함께 선보인 2인전 <브레드 보드 49-1>. © Baek Eunbin
버버리 청담을 위해 준비한 디저트.
설탕공예로 만든 스피커. © Baek Eunbin
‘Brot&Kunst’ 행사현장.

푸드 아트의 매력 일시성과 현장성. 그 덕분에 매번 새로운 도전을 두려움 없이 이어갈 수 있다. 또 사라지는 매체이기에 순간의 감각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지만 미각, 청각, 촉각까지 자극하는 경험은 현장에서만 온전히 전달된다.
작업 과정의 어려움 속도감. 전통 조각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다듬는 방식과 달리, 베이킹은 재료의 유통기한과 날씨 변화에 늘 영향을 받는다. 예를들어 설탕 공예 조형은 수분감 있는 재료와 마지막 순간에만 결합할 수 있고, 습한 날씨에 잠시 노출되면 표면이 녹기 시작한다. 이런 변수들을 모두 고려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과정은 늘 도전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나이키 아티스트 협업. 뮤지션 진초이, 게임 개발자 멜트미러와의 협업으로, ‘빵에 버터를 바르는 방식’을 뒤집어 버터가 스스로 움직이며 빵에 묻어나는 장면을 구현했다. 처음 구상한 대로 완벽히 재현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었다.
중요한 요리 아이템 나이프. 특별히 값비싼 것이 아니더라도 손에 익은 나이프를 써야 원하는 결과가 잘 나온다. 조각 작업을 할 때 점토를 다루던 내게는 자신만의 헤라(조각용 도구)가 꼭 필요했는데, 그 감각이 지금까지 이어져 자연스럽게 나이프에 애착을 갖게 된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재료 언제나 버터. 베이킹하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마음에 드는 버터를 충분히 쟁여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브랜드마다 고유의 맛과 색이 달라 필요에 따라 나눠 쓰고 있다. 어릴 때 비누조각을 하며 조각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버터를 바라보면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프로젝트 2024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신당동 한 평(3.3㎡)짜리 공간에서 콘페티야드를 열고 여섯 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지만, 음식 요소가 반드시 포함돼야 했다. 브랜드 팝업, 아티스트 전시, 반찬 가게 등 형태는 다양했고, 브랜딩을 담은 케이크나 전시 일부로 쿠키를 만들기도 했다. 비록 6개월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밀도 있는 실험적인 시간이었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언젠가 또다시 여러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며 디저트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해보고 싶다.
INSTAGRAM @confetti.yard

사사사가 ‘조조서촌’ 아침.
제철 재료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는 김현서 디렉터.
링크서울 ‘갓’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케이터링. 갓의 직조를 디스플레이에도 적용해 팜.폼만의 미감을 보여주었다.

팜.폼, 김현서
자기 소개 팜.폼 Farm.Form은 ‘농장의 모양’이라는 뜻으로, 텃밭을 가꾸며 배운 것들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자 시작했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고정되지 않고, 매번 다른 맥락 속에서 유연하게 변주되는 유기체에 가깝다. 계절의 흐름과 제철 재료를 중심으로 워크숍, 케이터링, 전시 등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다.
푸드 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올봄, 첫 프로젝트 ‘DO EAT 나물’ 파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계절별 식재료를 주제로 총 네 번의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기획에서 출발해, 다양한 향과 맛을 지닌 나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조형예술을 전공한 배경 덕분에 요리를 넘어 아트 프로젝트와 공간 경험으로 접근할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이 푸드 아트로 확장되었다고 생각한다.
작업 스타일 다학제적인(Interdiscipilnary), 생동감, 계절감, 함께하는 것.
영감 협업자, 전시에서 만난 작가들의 작업, 그리고 시장. 특히 경동시장을 자주 찾는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재료들을 직접 보고, 생산자와 대화를 나누며 요리 힌트를 얻는다. 짧은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앵두나 보리수처럼 귀한 제철 재료들은 프로젝트의 핵심 메뉴로 이어지기도 한다.
푸드 아트 트렌드 케이터링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 하나의 경험적 서사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 전시, 공간에서 음식은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전체 그림에서 맥락을 완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푸드 아트의 매력 즉각적인 소통. 음식으로부터 받은 반응은 직관적이고 직접적이며, 그 과정 자체가 큰 에너지를 준다.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를 넘어 맛이라는 기능까지 더해져 감각과 대화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PCS’ 프로젝트. 친구인 구기정 작가와 일본 듀오 ORM이 ‘변화’와 ‘이동’을 주제로 함께한 교류 전시의 케이터링을 맡았다. 공간 변화에 따라 조립식 선반(PCS) 위에 음식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4월 서울에서는 전시 공간의 구조와 흐름에 맞춰 메뉴를 구성했다면, 지난 6월 일본 다카마쓰에서 진행한 전시는 직접 시장에서 현지 제철 재료를 찾고 지역 주민들에게 레시피를 전해 들으며 메뉴를 만들었다. 예측 불가능하고 즉흥적인 상황이 많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공간, 재료, 사람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전시 케이터링. 음식을 선보일 수 있는 조립식 선반 선반 위에 일본 다카마쓰 지역의 제철 식재료와 한국의 쌈장을 함께 소개했다.
‘DO EAT 프로젝트’ 첫 번째 주제이던 ‘나물’.
전시 오프닝 케이터링. 화채를 전형적인 액체 형태가 아닌 젤리로 변주해 선보였다.
삼청나잇에 선보인 고추장 버섯 타코.

전시 케이터링 기획 방식 음식이 전시와 관객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바란다. 창작자 시선으로 작품의 맥락을 해석하면서도 관람자와 쉽게 연결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다. 음식뿐만 아니라 테이블 풍경을 만드는 기물까지 디자인하는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최근 링크서울의 〈갓〉 전시에서는 전시 기획 의도와 갓의 조형적 특성을 반영해 기물을 디자인하고, 메뉴 역시 계절성과 기물의 형태를 함께 고려해 구성했다.
중요한 요리 아이템 글로벌 나이프와 트라이앵글 스위벨 필러. 채소 요리를 많이 하다 보니 손질이 요리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좋은 칼과 도구가 그 과정 자체를 즐겁게 만든다.
가장 좋아하는 재료 오이지, 장아찌, 식초 같은 발효 저장식품. 제철 재료가 갖는 신선함에 시간이 주는 감칠맛이 더해지면 다 맛있어지는 것 같다. 최근 할머니께서 기르신 아로니아를 같이 수확했는데, 생으로 먹으면 떫어서 먹기 힘든 이 열매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식초, 잼, 분말, 막걸리로 만들어 활용해보고 있다.
자신이 만든 것 중 가장 좋아하는 메뉴 고추장 버섯 타코. 유기농 통밀 또띠아에 바삭하게 구운 느타리버섯과 고추장 양념 토마토 살사, 사워크림을 더한 음식이다. 가장 좋아한다기보다는 최근 프리즈 행사에서 해외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은 메뉴였다. 준비하는 속도보다 소비가 더 빨라 난감했지만, 많은 분들이 맛있게 잘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프로젝트 식재료와 음식이 매개가 되어 새로운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제철 재료를 기다리는 즐거움과 다양하게 소비하는 문화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현재 준비 중인 두 번째 ‘DO EAT’ 프로젝트는 ‘열매’를 주제로, 미생물학자와 열매 단층 촬영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간, 음식, 조명같은 기물을 디자인하고 있다. 음식뿐 아니라 주변 오브제와 공간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경험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INSTAGRAM @farm.form

모나카를 이용해 마치 진주를 품은 것처럼 연출한 테이블.
플라워 디자인과 화과자를 함께 선보이는 김보배 디렉터.

사이, 김보배
자기 소개 와가시를 중심으로 케이터링을 전개하고 있는 사이(Sai, 間)와 플라워 스튜디오 카도(Kado, 花道)를 운영하고 있다. 자연을 가까이 느끼게 하고, 공간과 경험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음식과 꽃을 매개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간다.
푸드 아트를 시작한 계기 모든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가장 완전한 아름다움은 자연이고, 도시에서 사는 이들이 자연을 조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바라며 화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꽃을 시작한 이유와도 같다.
작업 스타일 여백과 간극. 그 사이를 이어주는 장면을 만들고자 한다. 사이의 스타일링은 먹는 사람에게 여백을 남겨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꼭 어떤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는, 각자 자신만의 감각과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를 주고 싶다. 케이터링은 결국 경험하는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는 하나의 무대다.
영감 최근에는 선인들이 자연을 향유하던 방식을 많이 찾아보고 있다. 조선시대 선조들이 겨울 밤에 사발의 물을 얼린 뒤 가운데 구멍을 내어 초를 밝히고 매화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매화의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기울인 그 노력이 너무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다가왔다. 언젠가 이런 순간을 테이블에 구현해보고 싶다. 또한 삶 속에서 마주한 자연물들이 영감이 된다. 지난해 12월에 다녀온 교토 사이호지 정원의 이끼들, 비 온 뒤 풀잎 위의 이슬, 퇴근길에 본 노을 같은 순간을 떠올리며 디자인과 이름을 정한다.
푸드 아트 트렌드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케이터링 테이블이 하나의 무대가 되어 경험형 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 철학이나 공간과 어우러지는 방식도 점점 중요해지고, 테이블 전체가 하나의 전시처럼 다뤄지는 흐름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초록이끼의 질감과 이슬 한방울을 아름답게 담아낸 ‘사이호지의 정원’.
투명한 사각 양갱 안에 동그란 앙금을 넣은 ‘달의 숨결’.
강준영, 정지욱 작가 2인전 <마당> 케이터링.
푸른 바다를 표현한 ‘유영’. 물결처럼 투명한 양갱 안에 밤 앙금을 넣었다.
유려한 꽃가지와 함께 선보이는 화과자.

푸드 아트의 매력 음식은 매우 빠르게 사라지는 매체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시각, 촉각, 미각으로 아름다움을 공유한다는 점이 오히려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어떤 관점에서 푸드 아트는 공연 예술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먹는 순간에만 강렬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일시성을 전제로 테이블 위의 모든 것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작업 과정의 어려움 머릿속의 추상적 이미지를 현실의 재료로 옮길 때. 하지만 그 간극을 메우는 과정 자체가 창작의 본질이라 생각하며, 늘 방법을 찾아 극복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최근 진행한 김수자 작가의 전시 오프닝 케이터링. 선혜원의 거울, 작가의 대표작인 ‘보따리’, 그리고 기하학적인 도형에서 영감을 받아 준비했다. 스테인리스 플레이트 위 검은빛 양갱과 침봉에 배치한 검은색 카라의 그림자가 벽에 일렁이는 모습이 아름다워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중요한 요리 아이템 아이디어와 영감을 기록하는 노트. 프로젝트와 레시피 개발 과정의 모든 생각을 적어두며,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자신이 만든 것 중 가장 좋아하는 메뉴 ‘달의 숨결’ 양갱. 투명한 사각 양갱 안에 동그란 앙금이 들어간 형태인데, 색소 대신 강황가루를 사용해 선명한 노란빛의 보름달을 표현했다. 천연 식재료를 사용해 아름다운 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사이 티룸에서 선보이는 가을 와가시 중 ‘이슬결’도 좋아한다. 풀잎에 이슬이 맺힌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으며, 안에는 상큼한 유자 앙금이 들어 있다. 플레이팅한 후 항상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그런 와가시다.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프로젝트 한국적인 것에서 출발한 소재와 감각을 탐구하고 싶다. 전통의 미와 현대적인 푸드 아트가 만나, 테이블이 단순히 진열을 넘어 하나의 작품 공간처럼 느껴지는 시도를 꿈꾸고 있다.
INSTAGRAM @sai.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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