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차린 듯했지만 참 포근했던 그 시절 그 밥상 이야기.

빈티지 코렐에 버터 간장 비빔밥
1970~80년대 혼수로 빠지지 않았던 국민 그릇. 코렐 홈 세트. 3중 압축 유리로 견고하면서 가벼워서 아직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수십 년이 지나도 아이보리 여백에 단출한 프린트의 수수한 매력이 여전하다. 갓푼 밥 위에 버터 한 조각을 올리고 사르르 녹을 즈음 쓱쓱 비빈 다음 간장으로 간한 ‘버터 간장밥’, 엄마가 굽는 순간 먹어버리게 되는 소시지 구이,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야 제맛인 샐러드가 점심상 위에 오른다. 상이 비워 보인다 싶으면 금세 전자레인지로 익힌 달걀찜과 시판 케첩과 마요네즈를 섞어 뿌린 양상추 게맛살 샐러드가 대령된다.

버터 간장 비빔밥
밥 4공기, 버터 4큰술, 진간장 4큰술
1 갓 지은 뜨거운 밥에 버터를 녹인 다음 진간장으로 비빈다. 마가린보다는 버터가 풍미가 더 좋다.

달걀찜
달걀 5개, 다시마 국물(물 1컵, 다시마 5x5cm 1장), 파 1/4대, 조선간장 조금
1 달걀은 곱게 풀고 다시마 국물에 넣고 섞는다.
2 송송 썬 대파를 넣고 간장으로 간한다. 뚜껑을 덮어 전자레인지에서 10분간 익힌다.
TIP 소금보다 간장이 더 깊은 풍미를 낸다. 참기름으로 고소한 맛을 더해도 좋다.

마카로니 감자 샐러드
마카로니, 마요네즈 1/2컵씩, 오이, 당근 1/4개씩, 감자 4개씩,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굵은소금 조금씩
1 마카로니는 끓는 물에 넣고 12분간 삶아 건진다.
2 오이는 0.3cm 두께로 썰어 굵은소금으로 2시간 동안 절이고 물기를 꽉 짠다.
3 당근은 0.3cm 두께로 썬다. 감자는 전자레인지에 푹 익혀서 껍질을 벗기고 성글게 으깬다.
4 1,2,3에 마요네즈를 고루 섞은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우유 빛깔 찻잔에 다방커피
불투명한 우유 빛깔로 유리그릇 혹은 밀크 그릇이라고 불리는 파이어 킹. 미국의 앙코르 호킹사가 1940년에서 1979년까지 만들어낸 그릇 브랜드다. 재생 유리로 만들어져 묵직하고 튼튼하다. 하지만 금색 라인이 들어간 ‘골드 셸’과 같이 물결무늬가 들어간 그릇은 유난히 선이 곱고 우아해서 찻상에 잘 어울린다. 커피, 설탕, 프림을 넣고 황금비율로 휘휘 저을 때마다 불투명한 우유 빛깔 찻잔에 슬쩍슬쩍 비치는 ‘다방커피’와 냉동고의 찹쌀떡을 노릇노릇하게 구워 아낌없이 설탕을 뿌린 홈메이드 인절미, 쩍쩍 달라붙어 떼기 힘들지만 기필코 먹어야 되는 맛탕과 땅콩엿 그리고 고소한 상투 과자까지. 3단 트레이의 잉글리시 애프터눈 티가 부럽지 않다.

맛탕
고구마 4개, 물엿, 설탕 4큰술씩, 검은깨 조금, 튀김기름 적당량
1 고구마는 어슷하게 한 입 크기로 썬다.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전분을 뺀다.
2 물기 뺀 고구마를 넣고 튀김기름에 튀긴다. 겉이 노릇하고 속이 부드러워지도록 10~15분간 노릇하게 튀기고 체에 밭쳐 기름기를 뺀다.
3 중간 불로 달군 팬에 물엿, 설탕을 넣고 바글바글 끓으면 2를 넣고 버무린 다음 검은깨를 뿌린다.

상투 과자
백앙금 500g, 달걀노른자 1개, 우유 1큰술
1 백앙금, 달걀노른자, 우유를 고루 섞는다.
2 별 모양의 깍지를 낀 짤 주머니에 1을 넣고 종이 포일을 깐 오븐 팬에 작은 원을 그르듯이 반죽을 짠다.
3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황갈색이 나도록 15분간 굽는다.

철제 도시락 속 꼬마 돈가스와 케첩
1950~60년대는 망태기나 보자기, 70년대에는 양은 도시락을 담아 난로 위에 올려놓고 데워 먹었다. 이후 등장한 것이 스테인리스 도시락과 보온 도시락이다. 특히 스테인리스 도시락의 경우 4종 여닫음에 고무패킹이 있어 밀폐력이 뛰어나고 칸막이까지 있는 획기적인 용기였다. 밥과 시금치나물, 뱅어포 무침, 진미채 고추장무침, 콩자반, 감자볶음, 비엔나소시지, 동그랑땡 등이 단골 메뉴. 바쁜 아침마다 엄마 손을 덜어주는 빨간 단무지무침과 뚜껑을 열자마자 없어지는 꼬마 돈가스도 빠질 수 없다. 자그마한 유리병은 김치 전용 반찬통이었다. 여기에 포일이나 랩에 싼 김이 빠지면 왠지 섭섭하다.

빨간 단무지
단무지 100g, 고춧가루 4작은술, 참기름 1큰술, 통깨 조금
1 단무지는 반달 모양의 0.5cm 두께로 썬다.
2 1에 고춧가루를 넣어 빨갛게 버무리고 참기름과 통깨를 넣고 섞는다.

시리얼 볼에는 옥수수 수프
당시 미군부대 앞이나 도깨비시장에서 구할 수 있었던 우유 빛깔 그릇의 또 다른 버전. 좀 더 현대적인 배색이 돋보이는 그릇으로 높이가 낮고 손잡이가 달리 수프나 시리얼을 담기 좋은 그릇과 큼직한 접시, 머그컵이다. 시리얼 볼에는 뜨거운 물에 분말을 넣고 저으면 되는 초간단 옥수수 수프를 붓는다. 옥수수 수프용 분말은 여전히 출시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경양식집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진귀한 음식이었다. 뒤돌아서면 또 타 마시고 싶은 미제 코코아 가루도 빠질 수 없다. 막걸리, 이스트를 섞은 반죽을 아랫목에 묻어뒀다가 찜통에 쪄낸 1960년대 찐빵과 달리 베이킹파우더, 도넛과 핫케이크 믹스 등이 보편화되면서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홈 베이킹을 즐기게 되었다. 덕분에 피아노를 치다가도 문을 열고 들어올 엄마의 쟁반 위가 늘 궁금했다.

건포도 찜통 케이크
밀가루 2컵, 베이킹파우더 2작은술, 소금 조금, 건포도 1/4컵, 달걀 2개, 우유 1컵, 설탕 2/3컵
1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은 체에 2번 정도 내린다.
2 달걀은 곱게 풀고 우유와 설탕을 고루 섞는다.
3 2에 1과 건포도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4 내열용기에 반죽을 2/3 정도 채우고 김이 오르는 찜통에서 20분간 찐다.

카스텔라
달걀 3개, 달걀노른자 2개, 설탕 130g, 물엿 10g, 박력분 120g, 우유 20g, 버터 30g
1 볼에 달걀과 달걀노른자를 곱게 푼 다음 설탕, 물엿을 넣고 고루 섞는다.
2 핸드믹서로 10분간 연한 노란색 거품을 낸 다음 저속으로 2분간 돌린다.
3 체에 3번 내린 박력분을 넣고 살살 섞는다.
4 3에 뜨겁지 않게 녹인 버터와 우유를 넣고 가볍게 섞는다.
5 직사각 틀에 유산지를 깔고 반죽을 넣은 다음 16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5분간 굽는다.

법랑 냄비 속 찌개
1970년대 등장한 철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에 사기를 입힌 법랑 식기. 흰색에 꽃무늬를 그리거나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이 고와 한창 유행했다. 크리스털 유리컵, 나뭇잎에 찍어낸 듯한 유리그릇도 식탁에 함께 올랐다. 가족이 모두 모이는 저녁 밥상에는 잡곡밥, 듬성듬성 썬 돼지고기와 파를 듬뿍 넣은 고추장찌개, 달걀 김말이, 쭉쭉 찢은 쇠고기와 큼직한 달걀이 통째로 들어간 장조림 등 꽤 정성 들인 요리가 오른다. 물론 콩나물무침, 얼음 동치미 같은 반찬도 있다. 그리고 후식은 홍시와 사이다 화채다. 모든 식구가 앉으면 갓 불에서 내린 찌개를 식탁 중앙에 올린다. 보리차 한 모금을 마시고 푸짐한 저녁밥을 먹는다.

양지머리 달걀 장조림
양지머리 500g, 완숙 달걀 4개, 마른 고추 1개, 마늘 8쪽, 국간장, 설탕 1/4컵씩, 진간장 1/2컵
1 양지머리는 찬물에 30분간 담가 핏물을 뺀다.
2 압력솥에 1의 양지머리, 마른 고추, 마늘을 넣고 재료가 잠길 만큼 물을 붓고 푹 익힌다.
3 2의 고기는 잘게 찢고 마른 고추, 마늘은 건진다.
4 2의 육수는 젖은 면포에 거른 다음 냄비에 붓고 국간장, 진간장, 설탕, 2의 고기, 완숙, 달걀을 넣고 한소끔 끓으면 약한 불에서 졸인다.

고추장찌개
돼지고기 목살 200g, 양파, 고추, 홍고추 1개씩, 대파 1대, 고추장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고춧가루, 참기름 1큰술씩, 다시마 국물 2컵
1 돼지고기와 양파는 큼직하게 썬다. 고추는 송송 썰고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2 중간 불로 달군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 양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3분간 볶는다.
3 다시마 국물을 붓고 고추장을 푼 다음 15분간 끓이고 고추와 대파를 넣어 한소끔 끓인다.

자개상 위에 소주와 멸치
명절마다 대가족이 모이는 할머니 집에서 늘 그려지던 풍경이다. 반들반들한 노란 장판에 자개 상이 놓인다. 가볍고 싼 에나멜 접시와 양푼. 꽃무늬가 그려진 일명 ‘오봉 쟁반’과 유리컵 등 객식구 수에 맞춰 찬장 속 식기가 다 나온다. 술상이 한판 벌어진다. 멸치와 고추장, 생당근과 오이는 주전부리다. 경상도식으로 얇게 밀가루 옷을 입혀 바삭하게 지진 배추 잎전은 적당히 기름지면서 슴슴한 맛에 술이 절로 넘어간다. 도토리무침은 양조간장 대신 국간장을 넣어 훨씬 담백하다.

배추 잎전
배추 잎 8장, 밀가루 1/2컵, 물 1컵, 조선간장 1큰술, 식초 1큰술, 소금, 식용유 조금씩
1 배추 잎은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2 밀가루에 물을 붓고 곱게 풀어 반죽하고 소금으로 간한다.
3 배추 잎에 반죽을 얇게 입힌다.
4 중간 불로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2를 올린다. 투명하게 익으면 약한 불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조선간장, 식초를 섞은 양념장을 곁들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