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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미식의 무대가 되는 홍콩. 다채로운 문화가 어우러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 잔, 한 접시에 담긴 취향들.

앙드레 푸의 손을 거쳐 리노베이션을 마친 어퍼 룸.
팔괘 중 바람을 테마로 한 칵테일 ‘윈드’.
은은한 훈제 향과 자두 소스의 산미가 특징인 로스티드 구스 파이.

예술을 닮은 광둥식 한 입, Duddell’s
번잡한 도심 골목에 위치한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오르면 1920년대 예술 컬렉터의 살롱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 나타난다.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더델스 Duddell’s는 공간, 요리, 칵테일 모두에서 ‘유산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관통시키는 곳이다. 디자이너 앙드레 푸 André Fu의 손길을 거쳐 리노베이션된 공간은 세기말 링난 문화와 모던 홍콩의 감각을 섞어낸 2층 구조의 레스토랑이다. 3층의 메인 다이닝 룸이 셰프 찬 야우 렁 Chan Yau Leung의 오랜 광둥 요리 경력을 집약한 정제된 코스를 제공한다면, 4층의 어퍼룸은 좀 더 자유롭고 캐주얼한 방식으로 전통을 풀어낸다. 특히 캐주얼 딤섬을 품격 있게 재해석한 로스티드 구스 파이와 스프링 롤은 광둥식 딤섬이 이토록 세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접시다. 구스 파이 속 은은한 훈제 향과 진한 육즙이 자두 소스의 산미와 만나며 무게 중심을 잡는다면, 스프링 롤은 얇고 바삭한 튀김 안에 탱글한 새우살과 부추의 향긋함이 가득 찬다. 칵테일 역시 테마가 뚜렷하다. 이곳에서 큐레이션한 시그니처 9종 칵테일은 고대 팔괘(八卦)의 에너지에서 착안해 기쁨, 열정 등 각기 다른 감정을 상징하며, 고르는 즐거움을 더한다.
ADD 3–4F, 1 Duddell Street, Central, Hong Kong

프라이빗한 식사가 가능한 모노의 내부 룸.
바삭한 식감의 밀푀유와 퀴노아 스튜를 곁들인 비둘기 요리.
모노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랑구스틴.
도미 요리는 아삭한 식감의 차요테와 페루산 토마틸로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이국적인 풍미를 더했다.

홍콩에서 느끼는 라틴 요리의 풍미, Mono
모노 Mono는 홍콩에서 보기 드문 라틴아메리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이탈리아계 베네수엘라인 셰프 리카르도 샤네톤 Ricardo Chaneton이 이끄는 곳으로서, 미쉐린 1스타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랭킹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라틴아메리카 미식의 정체성을 프렌치 테크닉으로 정제해낸 독창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부는 오픈 키친을 중심으로 총 22석만 배치해 조밀하고 집중도 높은 흐름을 유도한다. 메뉴는 매 시즌 새로운 문화적 여정을 주제로 구성되며, 재료는 대부분 남미 전역에서 공수한 유산 품종과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다.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랑구스틴 요리는 팬 시어링한 랑구스틴 위에 카카오 퓌레, 칩, 젤, 소스 등을 다층적으로 얹어낸 구성을 갖췄다. 카카오의 쌉쌀한 뉘앙스와 랑구스틴의 깊은 바다 향이 어우러지며 입체적인 풍미를 이끈다. 본 요리에서 카카오는 라틴아메리카의 문화, 역사, 정체성을 압축한 상징으로 기능한다. 하나의 내러티브를 따라 흐르는 코스 구성과 셰프 개인의 문화적 뿌리까지 연결되는, 높은 밀도의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ADD 5F, 18 On Lan Street, Central, Hong Kong

인기 스낵 메뉴 스테이크 타르타르.
로마의 로컬 바 풍경을 재현한 바 레오네의 전경.

로마의 낮과 밤을 담은 바, Bar Leone
2024년과 2025년 아시아 50 베스트 바 1위에 오른 데 이어, 2025년 월드 50 베스트 바에서도 1위를 차지한 바 레오네 Bar Leone. 이곳은 전설적인 믹솔로지스트 로렌조 안티노리 Lorenzo Antinori가 고향 로마의 ‘동네 바’ 무드를 재현한 곳이다. 클래식 바텐딩에 대한 오마주를 바탕으로, 누구나 편히 들러 한잔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지향한다. 칵테일과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스낵 또한 이탈리아 현지의 정취를 더하며, 일상적이면서도 우아한 바 문화를 구현한다.
ADD 11-15 Bridges St, Central, Hong Kong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필티 마티니 Filthy Martini’.
바 레오네를 지휘하는 바텐더 로렌조 안티노리.

INTERVIEW
바 설립자, 로렌조 안티노리

개업 1년 만에 아시아 50 베스트 바 1위에 오른 뒤, 2025년에는 월드 베스트 바 1위까지 차지했다.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처음에는 칵테일 맛이 손님 발걸음을 이끌지만, 그들을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건 따뜻한 환대, 동네 바 같은 분위기, 그리고 전설처럼 회자되는 모르타델라 샌드위치다. 우리는 단순하고 편안한 칵테일, 즉 ‘칵테일 포폴라리 Cocktail Popolari’라는 철학을 통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쇼보다 진정성, 과시보다 온기를 중요시하는 분위기와 타이밍이 모두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에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본다.
바 레오네를 관통하는 테마는 무엇인가? 핵심은 ‘클래식’과 ‘접근성’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편히 즐길 수 있는 칵테일, 과한 연출 없이 진심 어린 환대가 중심이다. 이곳을 방문한 손님이 자신을 커뮤니티의 일부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시그니처 칵테일에 대해 소개한다면? 우리의 마티니는 이탈리아 진, 마르살라, 오렌지 블로섬 워터를 블렌딩해 미리 희석한 뒤 냉동 보관해 서빙 직전 병에서 바로 따라낸다. 차가운 글라스, 아몬드 올리브 가니시, 황동 트레이까지 모든 디테일은 로마에서의 기억을되살리는 헌사다. 또 다른 대표작 올리브 오일 사워 Olive Oil Sour는 위스키, 올리브 오일, 셰리 와인, 달걀흰자가 조화를 이루는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칵테일인데, 개업 이후 지금까지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믹솔로지스트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은 무엇인가? 서비스를 넘어 환대에 집중하는 것.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고, 그들의 취향을 기억하고, 작은 감동을 건네야 한다. 이런 섬세한 상호작용이 결국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고, 바와 손님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만든다.

이웃의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버리는 옥수수 껍질을 재활용해 탄생한 ‘콘 허스크 Corn Husk’.

지속 가능한 바 문화의 실험실, Bar Socio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아미르 자베이드 Amir Javaid가 설립한 바 소시오 Bar Socio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커뮤니티’를 중심에 둔 공간이다. 지역 식당에서 나온 식재료 폐기물을 재활용해 칵테일을 만든다는 독특한 철학으로 운영한다. 바나나 껍질, 커피 찌꺼기, 굴 껍데기 등 일반적으로 버려지는 재료가 이곳에서는 향미의 핵심 재료로 탈바꿈한다. 메뉴판조차 업사이클링된 종이로 제작되며,협업한 레스토랑의 이름과 사용한 재료, 거리까지 표기해 지역 커뮤니티의 연결을 시각화한다.
ADD 17 Staunton St, Central, Hong Kong

아미르 자베이드(맨 오른쪽)와 팀 스태프들.
그래피티 아티스트 오마케 Omacke가 작업한 바 소시오의 외관.

INTERVIEW
바 디렉터, 아미르 자베이드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홍콩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넘쳐나는 쓰레기에 비해 재활용 시스템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레스토랑과 바에서 일하며 음식물 쓰레기나 포장재 등 버려지는 자원이 얼마나 많은지 직접 체감했고, 그 자원을 어떻게 줄이거나 다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하며 지금의 소시오를 구상하게 됐다.
메뉴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재료를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된다. 특히 업사이클링이 가능한 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시즌 메뉴는 ‘텍스처와 지방’이라는 테마를 중심에 두고, 버터나 산미를 줄 수 있는 재료들을 적극 활용했다. 현재는 또 다른 방향의 시즌 테마를 구상 중이다.
인근 레스토랑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지역과 연결된 맛’을 추구한다. 소시오에서 제공하는 칵테일은 모두 인근의 레스토랑에서 버려지는 재료들을 받아 만든 메뉴들이다. 예를 들어, ‘오이스터 셸’이라는 메뉴는 후크드 Hooked라는 레스토랑에서 받은 굴 껍데기를 우려내 산미를 더했고, ‘커피’라는 메뉴는 인근 카페에서 얻은 커피 찌꺼기를 토대로 완성했다. 창의적이면서도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가? 기본적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싶다. 무겁거나 설교처럼 느껴지기보다는, 손님이 그저 ‘맛있게 마셨는데 알고 보니 지속 가능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곳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 바란다. 이 모든 가치는 결국 ‘소시오’라는
이름, 즉 ‘함께’라는 정체성 안에 담겨 있다.

Hong Kong Wine & Dine Festival
해가 저무는 홍콩의 워터프런트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 순간 와인잔의 부딪힘과 들뜬 대화 소리가 사방을 채웠다. 지난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센트럴 하버프론트에서 열린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미식 무대로 물들였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이 축제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미식 축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한층 더 풍성해진 구성을 자랑했다. 제임스 서클링 James Suckling을 비롯한 세계적 와인평론가들이 엄선한 와인이 모인 ‘그랜드 와인 파빌리온’부터 미쉐린 스타 셰프들의 창의적인 코스가 펼쳐진 ‘테이스팅 룸’까지, 미식과 와인의 다층적인 세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올해는 특히 보르도 공식 포도주 분류법 제정 1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마니아들은 물론 일반 관람객도 빈티지 와인의 매력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새롭게 신설된 ‘페어링 익스플로레이션 Pairing Exploration’ 존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와인과 음식의 조합을 시도해보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았고, ‘뉴 디스커버리’ 섹션은 전통적인 와인 산지 외에도 체코, 벨기에, 노르웨이, 중국 등 신흥 와인 생산국의 매력을 조명했다. 세계적인 셰프와 바텐더들이 모인 이번 축제를 통해 홍콩은 동서양의 맛이 교차하는 미식 수도로서 그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올해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써부터 내년 축제에 대한 기대가 고조된다.
INSTAGRAM @discoverhong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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