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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와 아이디어의 순환을 실험하는 공간, 시드 라이브러리.

© Nicholas Lee Ruiz

영국 런던 곳곳에서 칵테일 바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세계적인 바텐더 라이언 체티야와다나 Ryan Chetiyawardana는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 쇼디치에 새로운 바를 열었다.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방식을 고민하던 그는 씨앗이 뿌려지고 퍼지듯,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공간을 떠올리며 그곳을 ‘시드 라이브러리’라 이름 붙였다. 지난해 11월, 런던과 닮은 듯 다른 대도시 뉴욕의 중심부에 시드 라이브러리 두 번째 지점이 문을 열었다. 미드타운 파크 애비뉴의 거리에 자리한 비밀스러운 오렌지색 대문을 지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펼쳐지는 공간은, 1970년대 뉴욕의 클래식한 호텔 바를 연상시킨다. 레드와 브라운, 오렌지 톤을 중심으로 바 테이블과 오픈 좌석, 커튼 뒤의 아늑한 구석 자리 등 다양한 좌석을 균형 있게 배치했다. 또한 우드와 벨벳 소재로 레트로한 호텔 바와 바이닐 라운지의 중간 지점 같은 분위기를 완성했다.

© Nicholas Lee Ruiz

익숙함과 낯섦을 능숙하게 엮어내는 것으로 알려진 체티야와다나답게, 그가 뉴욕에서도 로컬 재료 다루는 방식은 뻔하지 않다. 계절과 재료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뀌는 메뉴는 런던의 구성을 출발점으로 삼되, 뉴욕주에서 생산되는 로컬 재료에 초점을 맞춰 각 칵테일을 섬세하게 변주했다. 각 재료가 지닌 단맛, 산미, 미네랄감 같은 성질을 분석해 풍미의 방향을 조율하는 요소로 활용한다. 고수 씨앗의 향을 정교하게 살려 부드러운 질감과 은은한 향이 조화를 이루는 코리앤더 시드 김렛 Coriander Seed Gimlet이나, 위스키를 베이스로 일본식 쌀누룩과 미소를 더해 과하지 않은 풍미가 매력적인 코지 하드셰이크 Koji Hardshake가 그 예다. 또한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을 위해 메뉴 일부는 동일한 레시피를 유지한 채 알코올만 대체한 논알코올 버전으로 제공한다. 씨앗은 퍼질 때 의미를 갖는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재료와 아이디어의 순환을 일관되게 실천해온 체티야와다나. 대서양을 건너 새로운 곳에 심은 이 씨앗이 뉴욕의 바 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 Nicholas Lee Ru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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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문혜준
WRITER | 박지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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