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을 감싸는 아시아의 감칠맛. 아시안 퀴진 특유의 향과
식재료를 담은 레스토랑 세 곳.




이국의 향, 디핀 을지로3가
을지로 골목 한복판, 살짝 내려가면 나타나는 지하의 아시안 식당. 흑백요리사 ‘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 셰프가 이끄는 ‘디핀’의 세 번째 공간이다. 이전의 재패니즈 프렌치 레스토랑들과 달리 이번엔 이국적인 아시아로 향했다. 공간은 지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하며, 유리 너머 오픈키친이 환하게 열려 있어 보는 재미도 있다. 첫 접시는 백화고버섯 튀김. 타래 소스를 곁들이거나 소금만 살짝 찍어 먹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씹는 순간 버섯즙이 톡 하고 터지면서, 마치 치킨을 먹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날의 베스트 메뉴였다. 이어서 나온 태국식 갑오징어구이는 이름만 구이일 뿐, 숙회처럼 부드럽고 촉촉하다. 곁들여 나온 카이란 채소는 광둥요리나 동남아시아에서 자주 사용하는 재료로, 특별한 아시안 디시를 위해 곁들임 채소도 고민한 것이 느껴졌다. 살짝 쌉싸름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여기에 청양고추와 라임, 적미소 소스가 더해져 이국적인 아시아 향이 입안에서 터진다. 마지막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X.O 새우 누들. 홍콩식 X.O 소스에 볶은 얇은 면 위로 큼지막한 타이거 새우 네 마리가 풍성하게 올라간다. 살짝 짭조름하고 중독적인 맛이라 자꾸 젓가락이 간다. 맛은 있으나 앞선 두 메뉴에 비해 가격대가 높아 만족도는 아쉬웠다. 간이 강한 편이라면, 중간중간 오이 탕탕이로 입안을 식혀보자. 미소된장과 잣가루가 어우러진 소스가 고소하면서도 상쾌하게 리셋시킨다. 을지로에 이토록 이국적인 식탁이 숨어 있을 줄이야. 낯선 향신료와 익숙한 온도가 뒤섞인 그 맛은 마치 도심 속 작은 아시아 여행 같다. 문을 나설 때쯤엔 ‘다음엔 누구와 함께 오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INSTAGRAM @deepin_euljiro3ga



신선한 변주, 쏘옥
지난 4월 성수동에 새롭게 문을 연 ‘쏘옥’은 호주 벤틀리 레스토랑 앤 바, 한국의 줄라이, 주옥 등을 거치며 요리 경력을 쌓아온 이종욱 셰프의 아시안 컨템퍼러리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셰프가 컨템퍼러리 한식과 프렌치, 재패니즈 등 다양한 장르를 수련해온 만큼 쏘옥은 ‘다양함 속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조화’를 추구한다. 이날 방문해 주문한 메뉴는 스모크 한우 육회와 랍스터 새우 흑보리 리조또,그리고 가리비 프레골라다. 가장 먼저 맛본 육회 메뉴는 한우 꾸릿살에 훈연한 가지로 만든 스모크 퓨레를 곁들인 요리다. 꾸릿살을 사용해 그 자체로도 진하고 풍부한 육향을 지닌 육회엔 상큼한 셰리 드레싱과 헤이즐넛 크럼블이 어우러졌다. 함께 내온 스모크 퓨레는 단독으로 맛볼 땐 다소 이국적인 독특한 맛이었지만 육회와 함께 곁들이자 훌륭한 조화를 자랑했다. 이어 서빙된 랍스터 새우 리조또 또한 훌륭했다. 참숯에 구운 랍스터 새우도 좋았지만, 메뉴의 킥은 단연 참기름의 고소한 맛을 극대화한 참기름 비스큐 소스였다. 이름만 들었을 땐 리조또와 참기름이라는 조합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둘 중 어느 것도 맛이 튀거나 겉돌지 않고 서로 잘 어우러졌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가리비 프레골라는 팬 프라이한 가리비 구이, 프레골라 파스타에 레몬그라스 화이트소스로 맛을 낸 메뉴다. 겉으로 봤을 때 비주얼은 영락없는 양식이지만, 레몬그라스 덕에 뻔하지 않은 동시에 좋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다. 레몬그라스 향은 튀거나 강하지 않아 동남아 향신료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성수역에서 도보로 10분가량 소요되는 거리지만, 오히려 번잡한 골목을 벗어난 덕에 한적한 한 끼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INSTAGRAM @ssoc_seoul





한 잔의 여유, 단칸
을지로의 좁은 골목길, 다다미방을 연상케 하는 은밀한 분위기 속에서 사케와 작은 접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단칸’을 찾았다. 본격적인 식사라기보다는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한 접시씩 곁들이기에 알맞은, 2차 감성의 음식점이다. 좁지만 단정한 다다미 구조와 토코노마 디테일, 은은한 조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덕에 술 한 잔에도 집중하게 된다. 첫 접시는 참치 아카미. 간장에 알맞게 절여낸 참치 위에 시소잎과 청경채, 와사비, 김을 얹어 먹으면 향긋함과 식감이 한층 살아난다. 이어진 가지 튀김은 놀랄 만큼 바삭한 튀김옷이 특징인데, 자극적이지 않은 소스와 송송 썬 고추의 조합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매운맛이 좋았다. 대표 메뉴인 항정 니코미는 부드러운 항정살과 겨자, 양배추, 꽈리고추, 감자 퓌레를 함께 먹어야 그 조화가 완성된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식감과 깊은 풍미가 인상적이다. 반면 나폴리탄은 다소 단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소시지와 달걀프라이가 어우러진 구성 자체는 친근했고, 굶주린 배를 채우기에도 충분했다. 주류로는 시원한 생맥주로 먼저 목을 축이고 맛차 하이볼을 시켰다. 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말차와 유자의 은은한 향이 굉장히 향긋하고 기분좋게 느껴졌다. 한 끼 식사보다는, 조용한 공간에서 술 한 잔과 함께 작은 접시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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