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에 사는 동안 종로를 오가면서 조계사에서 사람들이 예불을 드리는 모습을 보곤 했다.

통의동에 사는 동안 종로를 오가면서 조계사에서 사람들이 예불을 드리는 모습을 보곤 했다. 깊은 산속에만 있을 것 같은, 우리 일상과는 멀게만 느껴졌던 절이 북적한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참 신선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온 부인부터 동네를 떠도는 노숙자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는데 다양한 계층의 사회 구성원들이 이곳에서는 같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 회사의 대표, 부모, 부부와 같은 역할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조계사에 가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기에 불교 신자가 아님에도 꾸준히 새벽 예불을 다녔다. 언젠가 대웅전을 개보수할 때였다. 지붕을 뜯어내고 천막을 씌워놨는데 한동안 그 안으로 참새, 비둘기가 쌀과 과일을 먹겠다고 날아 들어왔다. 자연과 사람, 삼라만상이 만나는 풍경에 감흥을 느끼면서 마음이 건강해짐을 느꼈다. 배산임수보다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곳이 바로 진정한 명당이었다. 땅 그리고 사람이 함께 꿈꾸는 자리, 마땅히 있어야 할 장소에 오래도록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계사야말로 훌륭한 건축이자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조용기 · 김대형(인물) | 글 가온건축 임형남, 노은주 소장 | 일러스트 노은주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