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디자인은 20세기의 디자인이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을 증명한다. 핀란드가 디자인 강국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데에는 빈티지 디자인의 가치를 알아보고 현대 기술로 재생산하는 데 힘써온 유하니 르메티 같은 인물이 있었던 덕분이다.
위 르메티가 살고 있는 5층 건물의 아파트.
아래 6개의 방을 시원하게 터서 넓은 공간으로 레노베이션했다.
비슷한 시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가 터져나온다. 언어가 달라도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경험도 심심찮다. 그중 한 사람이 세계 최대의 알바 알토 컬렉터이자 핀란드 아르텍의 사업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유하니 르메티 Juhani Lemmetti이다. 디자인 강국이 주는 매력 때문에도 핀란드를 방문해보고 싶었지만 나처럼 취미로 시작해 디자인으로 일생을 채운 그를 꼭 만나보고 싶었다. 그의 컬렉션과 인생관을 직접 듣고 싶었고 무엇보다 그가 살고 있는 공간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핀란드는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시초 격인 나라다. 예술과 삶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문화를 지녔는데 동네에 있는 작은 카페의 의자 하나와 머그컵마저도 자연적인 소재를 최대한 사용해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모두 겸비한 디자인 감성을 보여준다.
위 기본에 충실하려는 그답게 흰색 도화지 같은 인테리어에 무채색이나 투명한 소재의 소품을 매치해 장식성을 최대한 자제했다.
아래 왼쪽 세계 최대의 알바 알토 컬렉터인 그는 집 안 곳곳에 빈티지 가구들을 배치했다.
아래 오른쪽 아파트 내부 계단.
그해 여름 헬싱키는 유난히 뜨거운 햇살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백야가 진행되는 한여름의 북유럽은 늘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하루라는 정해진 시간에서 더 오랫동안 나의 촉수가 활기차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싱그러운 여름공기가 가득한 날, 그토록 그리던 그를 만났다. 핀란드 빈티지 가구가 좋아서 수집하던 그는 일마리 타피오바라의 가치를 알게 된 후 알바 알토, 타피오 비르칼라 등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았던 ‘에어로 디자인 퍼니처 숍 Aero Design Furniture Shop’을 운영하다가 2010년 아르텍에 모두 매각했다. 그런 다음 아르텍의 사업개발 디렉터로 일하면서 자신의 빈티지 컬렉션을 보관 중인 창고를 2011년 ‘아르텍 두 번째 사이클A rtek 2nd Cycle’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좋은 디자인이란 인간의 삶을 위해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르메티는 자신의 집에도 디자인 철학을 반영해 기본에 충실한 단순함에 훌륭한 기능을 갖춘 요소들로 가득 채웠다.
그해 여름 헬싱키는 유난히 뜨거운 햇살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백야가 진행되는 한여름의 북유럽은 늘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하루라는 정해진 시간에서 더 오랫동안 나의 촉수가 활기차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싱그러운 여름 공기가 가득한 날, 그토록 그리던 그를 만났다. 핀란드 빈티지 가구가 좋아서 수집하던 그는 일마리 타피오바라의 가치를 알게 된 후 알바 알토, 타피오 비르칼라 등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았던 ‘에어로 디자인 퍼니처 숍 Aero Design Furniture Shop’을 운영하다가 2010년 아르텍에 모두 매각했다. 그런 다음 아르텍의 사업개발 디렉터로 일하면서 자신의 빈티지 컬렉션을 보관 중인 창고를 2011년 ‘아르텍 두 번째 사이클A rtek 2nd Cycle’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좋은 디자인이란 인간의 삶을 위해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르메티는 자신의 집에도 디자인 철학을 반영해 기본에 충실한 단순함에 훌륭한 기능을 갖춘 요소들로 가득 채웠다.
1 르 코르뷔지에 LC체어에 앉아 있는 유하니 르메티.
2, 3 기본에 충실하려는 그답게 흰색 도화지 같은 인테리어에 무채색이나 투명한 소재의 소품을 매치해 장식성을 최대한 자제했다.
4 알바 알토의 파이미오 의자.
한국의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유하니 르메티 Juhani Lemmetti이고 53세입니다. 저는 1980년대 초 빈티지 컬렉터 겸 딜러로 일을 하다가 1994년 헬싱키에 빈티지 숍 ‘에어로 Aero’를 설립하고 2000년에는 ‘컨템포러리 숍’을 오픈했습니다. 2003년부터는 일마리 타피오바라 Ilmari Tapiovaara의 가구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2009년에 타피오바라 제품의 저작권을 획득한 후 2010년 10월에 저작권과 함께 에어로 디자인 퍼니처 Aero Design Furniture를 아르텍 Artek에 매각했습니다. 지금은 아르텍에서 사업개발 디렉터로 일하고 있어요.
지금 하는 일이 어렸을 적 꿈꾸어온 일과 일치하나요?
저는 스스로를 매우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취미로 삼았던 일로 제 삶을 일구어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르텍과의 사업 또한 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저는 그저 삶이 이끄는 대로 가던 중 디자인에 매우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엄청난 양의 빈티지 가구를 수집한다고 들었습니다. 빈티지 가구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빈티지 가구는 우리로 하여금 현대에서 이루어지는 ‘혁신’의 근본을 볼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가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척 황홀한 경험입니다.
핀란드 디자인의 정체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핀란드인들은 언제나 땅을 딛고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오랜 원시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디자인은 바우하우스의 기능성을 바탕으로 단순하면서도 편안하고 유기적인 형태의 심미성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아르텍에서 사업개발 디렉터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재미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니 앞으로 지켜봐주세요.
아르텍의 사업개발 디렉터가 된 이후 2011년에 아르텍 두 번째 사이클 Artek 2nd Cycle을 오픈했는데 무엇을 추구하였나요?
제품들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것이었습니다. 지속 가능성 sustainability과 영구성 timelessness은 수많은 세대 동안 지켜온 우리의 디자인 철학이지요. 디자인과 가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겸비한 이들도 이곳을 찾겠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더 많은 대중에게 좋은 디자인을 소개하고 그들의 선택이 조금이라도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철학을 어떤 방법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나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알바 알토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격으로 책정했지요. 높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판매하기 때문에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알토 체어 69’를 100개씩 주문하곤 합니다.
세계 최대의 알바 알토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는데 어떤 작품을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나요?
건축물로는 바우하우스가 강조하는 기능성과 핀란드의 자연이 혼합된 알토의 ‘빌라 마이레아 Villa Mairea’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가구는 자작나무로 만든 ‘파이미오 암 체어 Paimio Armchair’와 다리가 3개인 ‘스툴 60’입니다. 특히 스툴 60은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테이블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점에서 흥미롭지요. 여유롭고 충만한 삶을 원한다면, 아늑한 침대와 초 그리고 이 스툴이면 충분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무엇입니까?
가장 기본적인 요소, 기능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들은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요. 매년 수천 개의 새로운 의자가 생산되는 것만 봐도 디자인 산업은 아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교통 문제, 주택난, 정신적인 삶에 대한 논의는 충분이 거론되고 있지 않지요.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면에 대해 더 많은 고찰을 해야 합니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기쁜가요?
많은 사람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주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고민 중입니다만 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3세계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에디터 최고은│인터뷰 김명한(aA디자인뮤지엄 대표)
구술정리 레이문│사진 레이문
출처 〈MAISON〉 2014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