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송혜교 등 수많은 셀러브리티의 스타일을 담당해온 톱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그녀만의 감각적인 믹스매치와 세련된 스타일이 따뜻하게 녹아 있는 첫 번째 싱글 하우스를 소개한다.
↑ 미나 퍼호넨의 강렬한 붉은색 옷을 입은 한혜연.
이사하게 된 계기와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지난해 11월에 독립해 혼자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어요. 이곳은 방 2개와 거실, 주방, 욕실이 있는 92㎡의 오피스텔이에요. 이웃한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씨의 소개로 이사 오게 됐는데, 주변에 유명한 음식점도 많고 일하는 곳과도 가까워요.
어떤 공간이 되길 원했나요?
이사 오기 전에는 블랙&화이트로 색대비가 확실한 시크한 공간을 꿈꿨어요. 집을 꾸미다 보니 북유럽풍의 따뜻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고 블랙을 기본으로 내추럴한 원목이 조화를 이룬 공간을 갖게 되었어요.
바쁜 스케줄 때문에 혼자서 인테리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평소 친분이 있던 디자이너 양태오 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면 주방 앞에 거울을 배치하면 공간이 보다 환해 보인다는 조언도 들었고, 빈티지 가구 쇼핑도 함께했고요.
위 소품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는 한혜연의 거실.
아래 침대 헤드보드 위를 그림으로 장식했다. 침대 양 옆으로는 금색 빈티지 조명과 라문 조명을 매치했다.
공간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아요.
예쁜 것을 보면 못 참는 성격이 한몫 한 것 같아요. 자주 가는 인테리어 숍은 팀블룸인데, 일본의 텍스타일 브랜드 미나 퍼호넨의 동화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디자인을 좋아해 몇 가지 소품을 샀어요.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제품들이 제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해외 촬영을 가도 이제는 옷이나 백 쇼핑 대신 인테리어 소품 숍을 찾아다녀요. 얼마 전 이효리 씨와 발리 촬영을 갔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쁜 트레이와 커트러리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환호했어요. 내 공간이 생기고 나니 쇼핑하는 성향도 바뀌고 있어요(웃음).
거실 창가에 놓인 핀 율의 벤치가 인상적이에요.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가구에요. 모벨랩에서 한눈에 반해 덥석 구입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요?
거실 창가예요. 주로 활동하는 곳이 거실인데 작업도 하고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공간이에요. 이 집은 낮보다는 밤이 예쁜데 집 안에 조명이 커지면 웬만한 카페 부럽지 않은 무드 있는 공간으로 변신해요. 마음에 드는 공간이 생겨서 예전보다 귀가 시간도 빨라졌고 집에 지인들을 초대하는 횟수도 늘어났어요.
↑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클러치는 마이분에서 구입한 것이다. 패션 아이템이지만 리빙 오브제로 사용하기 유용하다.
독립하고 나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분리수거부터 설거지, 빨래 등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이제 혼자 챙겨야 하는 게 힘들어요. 좋은 점이 있다면 집에서도 부담 없이 속옷만 입고 다닐 수 있다는 거죠.
인테리어를 하는 과정에서 패션 스타일링과 인테리어 스타일링의 다른 점을 느꼈을 것 같아요.
패션은 멋진 모습을 위해서라면 잠깐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테리어 스타일링은 화려한 치장보다는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해요.
패션 아이템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한 것이 눈길을 끌어요.
새 모티프의 가방은 원래 들고 다니려고 구입했는데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해도 좋더라고요. 책 모양의 클러치 역시 책처럼 세워두었더니 남들과 다른 스타일이 더해지는 것 같아요.
위 티볼리 오디오 위에는 작은 소품들을 장식했다.
아래 큰마음 먹고 구입한 핀 율 벤치 위에는 책과 소품을 올려두었다.
패션 관련 아트북이 많은데 이외에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요?
아버지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윤미네 집>을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살아가는 이유와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성경책을 자주 봅니다.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꾸밀 계획인가요?
우선 정리정돈을 더 할 계획이고요. 당분간은 버림의 미학을 적용하고 싶어요. 이제 더 이상 살 게 없는 것 같아요(웃음).
완성된 집에 만족하나요?
모든 게 처음이어서 부족한 점도 있지만 처음 꾸민 집치고는 매우 만족스러워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그녀가 좋아하는 책 <윤미네 집>과 <미로스 스튜디오>.
– 메탈릭한 미러볼 조명 아래에 있는 한혜연.
– 패션 아이템이지만 리빙 오브제로도 좋은 가방.
– 일본 작가의 전시에서 구입한 앵무새 오브제를 유리돔 안에 넣어 장식했다.
↑ ‘LOVE’라는 단어를 돌에 새긴 오브제.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김도원(원더보이 스튜디오)
출처 〈MAISON〉 2014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