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를 유발하는 삶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된 요즘의 미니멀리즘은 기능에 충실했던 과거로, 특히 원초적인 시대로 회귀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예적인 무드를 가미한 미니멀리즘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Crafted Minimalism
형태는 단순하고 간결하되 표면의 질감이나 디테일에서 공예적인 뉘앙스를 띠는 것이 최근 미니멀리즘의 특징이다. 지극히 산업적인 재료인 시멘트를 작가주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결과는 마치 선비가 먹을 갈아 화선지 위에 수묵화를 그린 듯 담백한 스타일로 나타난다.
8년 동안 자연 건조시킨 붉은 자작나무로 형태를 만들고 일부를 태워 초승달 같은 무늬를 낸 박홍구 작가의 그릇은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시멘트로 만든 스툴 위에 상감 기법을 적용해 수묵화 느낌을 연출한 김정섭 작가의 이머전스 스툴은 지익스비션에서 판매. 자작나무 가지 모양의 티포트와 컵은 모두 폴아브릴에서 판매.
From Earth
대지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고향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에게는 더없이 애틋한 키워드이다. 대지에서 채집한 흙은 자연 소재가 각광받는 요즘 더욱 선호하는 원재료이기도 하다. 자연 소재로 만든 가장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형태.
찬넬 맨 위 선반에 놓인 저그는 전통 옹기의 색에서 영감을 얻은 최정유 작가의 작품으로 옹기토와 백토, 2가지 흙의 배합 비율에 따라 식기류의 색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총 6가지 경우의 수가 있으며 각 선반에 놓인 접시와 크고 작은 볼, 컵 역시 최정유 작가의 작품. 찬넬 두 번째 선반에 놓은 간결한 디자인의 컵과 세 번째 선반의 화이트 저그, 그 아래 선반에 있는 에그 홀더와 접시, 에스프레소잔은 모두 피트 하인 이크의 디자인으로 크로프트에서 판매. 인디언 핑크 컬러의 비슬리 수납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찬넬 맨 아래 선반에 놓은 굽이 있는 그릇과 잔은 모두 폴아브릴에서 판매. 블랙 찬넬 선반은 몬드리안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어 스타일리스트가 제작.
Layers of Time
우리 눈에 보여지는 결과물이 비록 단순하다 할지라도 모양새로 그 가치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이면에 가려진 제작 과정과 시간을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옻칠과 칠보 기법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드는 작품이라면 간결한 형태와 상관 없이 공예적이라 할 수 있다.
옻칠로 마감한 상판의 깊고 절제된 색감이 돋보이는 원형과 타원 형태 사이드 테이블은 허명욱 작가의 작품으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에서 판매. 그 외 옻칠을 여러 번 반복해 특유의 불투명하고 차분한 색감을 띠는 트레이와 납작한 접시, 스쿱, 볼 모두 허명욱 작가의 작품. 크림 컬러의 테이블 하단에 놓은 납작한 회색 그릇은 모두 무겐 인터내셔널에서 판매. 그릇 위에 올린 볼은 이노메싸에서 판매. 블랙 테이블 하단에 놓은 민트와 네이비, 적동, 그레이 컬러의 납작한 접시는 금속 판재에 칠보와 법랑 기법으로 색을 입힌 것으로 나머지 다른 면은 사물을 반사하는 금속의 성질을 살린 김윤진 작가의 작품이다. 엘스토어에서 판매. 청록색 테이블 위 모던한 볼은 무겐 인터내셔널에서 판매. 손잡이 부분만 페인팅한 나무 소재 티스푼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Match Play
인위적인 소재가 주는 차가움, 자연 소재에서 오는 따뜻함. 각기 다른 톤과 인상을 지닌 소재를 결합시켜 생경하고 색다른 조화를 만들어내는 미니멀리즘의 변주.
러프한 코르크와 매끈한 플라스틱 소재의 대비가 디자인에 위트를 더해주는 크리스탈리아 사의 스툴은 인노바드에서 판매. 적동과 장미목, 화이트 분체 도장한 알루미늄과 아크릴, 실버 알루미늄과 깊은 컬러의 코르크, 황동과 현무암의 대비가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스툴 시리즈는 서정화 작가의 작품. 삼각형 모양의 블랙 모빌은 이노메싸에서 판매.
Primitive Ways
표면의 질감에 집중한 빗살무늬 패턴과 더불어 원시적인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호하는 것이 바로 멀티컬러의 프린지를 사용하거나 위빙 기법으로 제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 결과물은 장인의 테크닉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겸비한 디자인으로 나타난다.
정면에 놓인 블랙 라운지 체어 ‘카바레 Cabaret’는 철제 프레임에 굵고 견고한 패브릭을 엮어 만든 케네스 코본푸 제품으로 인다디자인에서 판매. 원통형 프레임에 갈색의 천연 직물로 감싸 만든 푸프는 B&B이탈리아 제품으로 인피니에서 판매. 블랙 컬러의 가죽끈을 위빙 기법으로 엮어 만든 벤치 시리즈와 실내용 가죽 신발은 헨리 베글린에서 판매. 블랙 빗살무늬가 강인한 느낌을 주는 티포트와 납작 접시, 볼, 컵과 받침은 모두 에이티디자인에서 판매. 심플한 원통형에 그레이 컬러가 모던한 느낌을 주는 디퓨저는 모두 이가진 작가의 작품으로 갤러리 LVS에서 판매. 블랙 벤치 위의 아트 팝업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Back to the Past
평온했던 과거, 그것도 원시 시대로의 회귀를 희망하는 무드가 미니멀리즘과 결합해 나타난다. 최초의 공예였던 빗살무늬 토기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들.
거푸집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블랙 페이퍼 펄프 소재의 베이스는 더패브에서 판매. 불규칙적이고 자연스러운 빗살무늬 패턴의 분청 합은 정재호 작가의 작품으로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빗살무늬 토기를 연상시키는 윤상혁 작가의 도자 볼은 엘스토어에서 판매. 베이지와 블랙의 페이퍼 펄프 소재 베이스는 더패브에서 판매. 표면의 거친 디테일이 금빛 모래 물결을 연상시키는 윤상혁 작가의 도자 볼은 엘스토어에서 판매.
프리랜스 에디터 정수윤(아날로그 포스트)ㅣ포토그래퍼 임태준ㅣ스타일리스트 민송이·민들레(세븐도어즈)ㅣ어시스턴트 공효선·추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