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다세대 주택 등 거주 비율이 높은 우리 실정에서 집짓기 경험은 북극 횡단만큼이나 드문 경험이다. 그나마도 그러한 경험이 좀처럼 공유되지 않고 경험자 안에서 맴돌다 사라지기 마련. <메종>은 ‘죽기 전에 한다’는 우스갯소리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집짓기, 그렇게나 힘든 일일까? 집을 지어본 건축주들이 모여 허심탄회한 얘기를 털어놓는 자리에 <메종>이 슬쩍 청진기를 갖다댔다.



판교에 집을 지은 것이 처음인가요? 그전에는 어떤 형태의 집에 살았나요?

김성인 완전히 처음부터 집을 지은 건 처음이고요, 그전에 주택을 레노베이션하며 살아본 적은 있어요.


김용호·서재선우리는 모두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처음 이곳에 집을 짓게 됐어요. 집을 짓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김용호 갈수록 아파트 생활이 답답해지더라고요. 층간 소음 문제도 있고, 예전에 촬영하러 다닐 때 일산 쪽에 단독주택을 많이 가봤어고요.. 그땐 절실함도 없었고 엄두도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집을 짓게 됐네요.
서재선 캠핑을 워낙 좋아해서 거의 주말마다 떠났어요. 처음에는 별장 개념으로 세컨드 하우스를 지어볼까 했는데 관리도 쉽지 않을 것 같았죠. 그럴 바엔 집을 지어서 집에서 캠핑 생활을 즐겨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이 지역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있나요?
김성인 우연히 들렀다가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 바로 결정했죠.
김용호 양평, 고기리 등 여러 지역을 다녔는데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다 보니 교육 때문에 너무 멀리 가긴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판교에 이런 주택지구가 있다는 것을 잘 몰랐어요. 신도시라고 하니까 아파트가 많겠거니 생각했죠. 택지 구입과 건축가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서재선 지금 판교에 1830세대 정도가 살고 있어요. 판교 쪽으로 마음을 정한 뒤에 많은 집들을 보러 다녔죠. 우리 가족 스타일에는 따뜻한 느낌의 목조 주택이 맞을 것 같아서 판교에 목조 주택을 많이 지은 건축사무소에 맡겼어요.
김용호 원래 건축 쪽 일을 하는 지인에게 부탁하려고 했는데 디자인이나 규모 면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추천을 받아서 집을 많이 설계한 건축가에게 의뢰하게 됐어요. 보통 공사를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요, 혹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있진 않았나요?
김성인 처음과 달라지는 부분을 소소한 것까지 얘기하자면 꼽을 수 없을 정도예요. 요즘 젊은 건축가들이 많은데, 그중 단독주택을 설계해서 직접 살아본 사람은 드물죠. 그렇기 때문에 단독주택에 살아본 나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들이 그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넘어갈 때가 있어요. 외국처럼 규격화된 주택이 없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고 주인이 하나하나 챙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죠. 우리가 평상시에 건축가를 대면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죠. 서재선씨는 요즘 선호하는 목조 주택을 지었는데요.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서재선 목조 주택은 짓는 기간도 짧아 착착 진행되는 맛이 있어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목조 주택이던 콘크리트 주택이던 주택을 많이 지어본 건축가와 시공 업체에 집을 맡겨야 한다는 거예요. 상공간을 많이 지어봤다고 해서 집을 잘 짓는 것은 아니거든요. 살아봐야지만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이 있어요. 현관에 단차가 있으면 넘어지거나 불편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작은 부분이요.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는 건축가와 시공 업체를 만나야 해요. 주택에 살면서 AS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도 많은데요.
김성인·서재선 보통 시공 업체에서 담당하죠. 아파트에서 인테리어 업체에게 공사를 맡겼을 때처럼 몇 년 단위로 문제가 생기면 무상 수리를 해준다는 보험 같은 것이 있어요. 보통 그런 AS를 맡길 때는 벽에 금이 갔다던지, 구조의 문제, 방충 문제 등 중요한 하자일 경우가 많죠. 판교 지역에 짓는 단독주택의 외관에 대한 기준은 없나요?
서재선 비슷한 컨셉트의 공동 설계로 한 블록에 집을 지으면 내부 면적을 조금 늘려준다든지 하는 보상을 주곤 했어요. 근데 집주인마다 개성도 있고, 동호회처럼 공통적인 관심사가 있는 집주인들이 모이기는 쉽지 않으니까 현실적으로 공동 설계가 어려워졌죠.
김성인 사실 외국처럼 지붕 색깔이 같다거나, 외관 소재가 비슷하던가 해서 여러 채를 지으면 동네 모습이 보기 좋겠죠. 하지만 아무리 튀는 외관의 집을 누군가가 짓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법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아쉬운 부분이에요. 단독주택에 살면 냉난방비가 많이 나올 거라는 편견이 있어요. 실제로 생활해보니 어떠세요?
김용호 처음 이사 왔을 때는 겨울이라 난방비가 좀 많이 나오긴 했는데요, 집의 적정 온도나 환기 등을 신경 쓰니 금액이 점점 내려가더라고요.
서재선 저도 아파트에 살 때에 비해 내부 면적은 늘어났지만 지역 난방을 했던 아파트에 비해 난방비가 10만원 내외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아요.
김성인 요즘 창호 시설이나 단열이 워낙 좋아져서 단독주택이라고 해서 냉난방 비용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전기세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전기료 감소에 도움이 되나요?
서재선 김용호 감독님 댁처럼 우리 집도 시공 때부터 설치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태양광 패널은 주택을 지은 뒤 1년 후에도 1달 전기 사용량이 500kwh 미만일 경우에만 허가가 나거든요. 시공 때 설치하는 건 조건이 없고요. 살면서 1달에 500kwh씩 쓸까 싶었는데 초과가 되는 달도 있더라고요. 태양광 패널이 있으면 확실히 전기료가 절감돼요. 일단 전기 사용이 많은 집이라면 시공 때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이 좋군요. 세 분의 집도 그렇고 여기는 옆집과 담이 없는데 불편하진 않나요?
김용호 처음에는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담이 있으면 답답할 것 같아요. 치안에 있어서도 담이 없기 때문에 안전한 면도 있어요. 옆집에서 우리 집을 볼 수 있으니 낯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죠.
서재선 대부분 집집마다 보안 카메라와 사설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긴 해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주변 집주인들을 잘 알기 때문에 잠깐 집을 비워도 안심이 돼요. 지금도 주위에 아이들이 자전거도 타고 뛰어놀고 있는데요. 아파트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인 것 같아요.
서재선 이사 오면서 제일 좋은 점이에요. 또래 아이들이 어울려서 마음껏 뛰놀 수 있어요. 모든 집이 다 공동 육아를 하는 마음으로 동네 아이들을 돌봐줘요. 아이를 편하게 맡길 수도 있고, 아이들도 동네 친구가 생겨서 좋아하고요. 단독주택에 살면서 아쉬운 점도 있나요?
김성인 지금도 외관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계속해서 조율하고 있기는 해요. 어쩔 수 없이 계속 손보면서 살아야죠. 외국은 사는 동안 집을 돌보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지어놓고 나면 끝이라는 생각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집은 손보면서 살아야 하는데….
서재선 단독주택 근처에는 상가가 조금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학원을 가거나 뭘 사러 갈 때도 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겐 불편한 점인 것 같아요. 지하 공간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김용호 원래 지하에 음악 연주를 할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를 꾸미려고 했어요. 앞으로 영화도 보고, 당구대도 놓고, 음악도 즐길 수 있는 남자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서재선 주말에 한두 편씩 영화를 보는 편이라 가족 전용 홈시어터 공간으로 꾸몄어요. 서재 코너도 있고요. 극장 못지않은 기분을 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지하 공간에 대한 제재가 있나요?
김성인 공사 비용을 충당할 수 있으면 얼만큼 깊게 지하 공간을 만들지는 자유예요.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보너스 공간이 될 수 있는 지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좋죠.
서재선 최대 6m까지 파서 지하 골프 연습장으로 만든 집도 봤답니다.두 번째 집을 짓는다면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은가요?
김용호 아직 집에서 산 지 1년이 되지 않았는데 만족스러워요. 나중에 집을 또 지을 기회가 생긴다면 작으면서도 사는 사람의 느낌이 묻어나는 은은한 집을 짓고 싶어요. 어쨌거나 아파트 생활로 돌아가진 않을 것 같아요. 동네에 대한 애착이요?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김성인 이사 오기 전에는 홍은동에 살았어요. 나한테는 거기가 내 동네였죠. 요즘은 동네라는 개념이 없어요. 왜냐하면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란 인식이 크니까. 그러다 보니 지역의 쓰레기나 주차 문제 등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집은 경제적인 가치로만 여겨지고 동네의 의미는 사라지는 거죠. 그렇지만 이 동네는 모두 집을 직접 지은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동네에 대한 애착도 클 수밖에 없어요. 집을 짓기에 좋은 입지란 어떤 곳일까요?
김성인 각자 삶에 맞는 곳을 찾으면 돼요. 상가 주택이 가까이 있으면 편리하기도 하지만 소음이나 교통 문제가 있을 수 있고요. 이렇게 한적한 곳은 살기는 좋지만 생활적인 면에서 번거로울 수도 있고요.
서재선 이쪽 서판교는 특히 집 앞에 작은 숲길을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파라솔을 펴고 차도 마시고, 나무에 해먹도 걸고요.마지막으로 집을 지으려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김성인 내가 이곳에 집을 지었으니 우리 아이들에겐 여기가 고향처럼 느껴질 거예요. 그런 기분을 느끼길 바라요. 지나고 보니 너무 욕심 내지 말고 부족한 듯이 집을 짓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시공할 때 감리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는 게 좋아요. 보통은 건축가가 감리까지 하지만 돈이 더 들더라도 감리를 따로 두면 별 문제 없이 집을 잘 지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왕 짓는 내 집이니만큼 감리 부분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서재선 집을 지으려고 마음먹고 나면 눈이 점점 높아져요. 외관에도 신경 쓰게 되고 내부를 화려하게 꾸미고 싶어지죠. 하지만 중요한 건 기초공사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예요. 물이 잘 나오고, 비가 새지 않고, 배관을 땅 밑에 냉점 이하로 잘 묻었는지 등 완성 후에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에 신경 써야 해요. 또 주택을 지었으면 마당을 충분히 활용하세요. 집에만 있을 거면 아파트 생활과 다름이 없죠. 단독주택의 매력을 충분히 즐기겠단 마음으로 집을 설계하는 게 좋아요.
김용호 과시적인 목적이 아니라 내 생활에 맞는 집을 지으면 좋겠어요. 우리 집은 방이 딱 2개예요. 확장 공간인데 필요에 따라 나중에 벽을 세워 공간을 나눌 수도 있어요. 과감한 시도였나 싶기도 한데 가족마다 특성이 있으니까 조금 용기를 내어 우리만의 집을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집을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소연 경화 씨와 저는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사는 친구였어요. 우리 집의 두 아이와 경화 씨 아이들의 연령대가 같고 저희 둘도 동갑이라 쉽게 친해졌어요. 그런데 아파트에 살면서 늘 층간 소음이 걱정이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주택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주택을 지으면 우리 가족만 살기에는 외롭기도 하고, 경화 씨 가족과 함께 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왔어요.

안희근 이곳은 예전에 구입해두었던 임야로 나중에 제 공장을 짓거나 다세대 빌라를 지어 분양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평소 꿈꿔왔던 하얀색 집을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와 협의 끝에 집을 짓기로 결정했어요.결국 부인들의 의기투합이 집짓기의 초석이 됐는데, 남편들의 불만은 없었나요?
안희근 집짓기를 결정하고 종윤 씨와 처음 만났어요. (웃음) 종종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마음이 잘 통하더라고요.

김종윤 전 어린 시절 20여 년간 한옥에 살았어요. 결혼을 하고 아파트에 여러 해 살다 보니 아이들에게 고향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집에 대한 향수와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집에 대한 감정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꼭 집을 지어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제가 건축주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통하는 좋은 이웃을 만나 의좋게 예쁜 집을 지을 수 있는 기회여서 단번에 결정하게 되었어요. 집짓기를 결정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된 거 같은데요. 그간 어떤 준비를 했나요?
안희근 일단 집 지을 땅은 결정된 상태였고, 그때부터 일산, 판교, 광주 등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집을 보고 제가 꿈꿨던 집의 청사진을 그렸어요. 물론 종윤 씨와도 의논을 많이 했고요.
김종윤 집을 지으면서 큰 레이아웃은 형님(안희근)이 그린 스케치 업이 반영되었어요. 내부와 외부 마감재와 벽지, 조명 등의 샘플을 보며 함께 회의를 해서 결정했어요. 건축가 섭외는 어떻게 했나요?
안희근 집을 짓기 전 기본적인 설계나 초안은 다 끝내놓은 상태였어요. 그 후 시공사를 많이 찾아다녔는데, 제 스케치를 현실로 옮겨줄 분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건축가 이중재 씨를 만나게 됐어요.
집을 지을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안희근 집을 짓다 보면 당연히 달라지는 부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집짓는 기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건축가와 나이도 비슷하고 아이가 있어서 저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었죠. 마음이 통하는 건축가를 섭외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정소연 시공하면서 계획했던 것보다 평수가 줄고 구조도 조금씩 바뀌었지만, 저희가 원하는 모습을 갖춰 만족해요.쌍둥이처럼 닮아 있는 두 채의 집이 인상적인데요. 내부 구조도 같은가요?
안희근 전체 대지는 991㎡고요. 저희 집은 132㎡, 종윤 씨 집은 105㎡예요. 저희 집이 조금 큰 편인데, 2층 아이 방 쪽으로 커다란 베란다를 내고 작은 풀장을 만들었어요. 거실과 주방, 방 3개의 구성은 같지만 레이아웃은 조금 달라요. 아파트에 비해 주택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을 거 같아요.
정소연 아파트에 살 때보다 정말 많이 부지런해졌어요.
안희근 가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에요. 종종 뭔가 고장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예요. 불편한 것보다는 주택의 이점이 많기 때문에 감수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 덕에 살도 많이 빠졌답니다. 주택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김경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아요. 놀이터에 데려다줄 필요가 없어졌어요.
안희근 계절을 즐기고 살 수 있다는 것. 아파트에 살 때는 밖에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크게 감흥이 없었는데, 이사 와서는 자연의 변화에 민감해진 것 같아요.
정소연 아이들이 작년에 심었던 식물을 알아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자연을 공부할 수 있게 된 거죠. 집 사이에 담장이 없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안희근 아파트에서 살 때는 옆집 사람들과 인사만 했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옆집 종윤 씨가 늦게 들어오면 걱정이 되더라고요. (웃음)
정소연 담장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두 집을 자유롭게 오가며 놀아요. 두 개의 집을 모두 서로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김종윤 아파트는 저층에 살지 않는 이상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받을 일이 없죠. 처음에 이사 왔을 때는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기가 조금 불편했는데, 그런 것들은 정말 금세 극복되더라고요. 집 지을 계획이 있는 분들께 조언을 해준다면요.
안희근 어린아이들이 있는 부부들은 특히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집을 선호하기 마련이에요. 그렇지만 자신이 확고한 방향키를 가지고 건축가를 찾는다면 어렵지 않게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종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집을 지으면 걱정과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어서 보다 합리적으로 결과를 도출해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 독특한 집을 지었는데 설계를 위해 건축가와 소통할 때 어땠는지 궁금해요.

이규엽 저희는 처음 건축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건축가가 편안하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죠. 이분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집이 나올까 기대를 안고 돌아갔어요. 그러고 처음 설계도를 봤을 때 감탄하면서 과연 이런 집이 가능할까 싶었어요. 저희도 마음에 들어서 설계를 몇 번 안 고치고 거의 첫 번째 도면 그대로 시공했죠.

박선희 집을 짓기 위해 남편이 문 소장님을 찾아갔는데 굉장히 독특한 집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처음엔 펄쩍 뛰었죠. 저는 평범한 것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개성 있는 걸 선호하다 보니까 많이 부딪혔어요. 처음 설계는 스타워즈 하우스가 아니라 우주선 비슷한 다른 설계였는데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것이 스타워즈 하우스였죠. 처음에는 너무 독특한 집이 저랑은 안 맞는 거 같아서 불편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하면서 잘 살고 있어요. 독특한 집을 시공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거 같아요.

김대성 같은 설계를 놓고도 건축가와 시공사가 보는 관점이 달라서 생기는 마찰은 어떤 집이든 발생하는 문제이지만, 문훈 소장님은 매번 새롭게 시도하는 것들이 많으니 시공 팀이 유독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에요.
박선희 저희는 시공할 때 창호만 따로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후회했어요. 건축가가 추천해준 창호 업체가 아닌 남편과 이리저리 따져보다가 창호만 개인적으로 계약을 했거든요. 저희 집이 벽면이 살짝 뒤로 누웠는데 각이 져서 올라가기 때문에 시공사도 굉장히 힘들어했고 또 창호 팀도 너무 힘들어했어요.
김대성 시공할 때 집주인이 따로 발주를 내버리면 시공사가 책임을 지지 않아요. 그러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건축주가 다 챙겨야 하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시공사 한 곳으로 몰아주는 게 좋더라고요. 완공하고 나서 다른 문제점은 없었나요?
이규엽 저희는 전면에 유리가 많은데요. 지난여름에 비가 많이 왔을 때 유리 사이사이 나무를 타고 빗물이 내려오더라고요. 창호 문제인 줄 알고 집 전체 창호에 실리콘 마감을 했는데, 알고 보니 지붕이 문제였어요. 지금은 수리해서 괜찮아졌어요.
박선희 저희는 물받이가 없는데 짓고 나니까 물받이를 할걸 조금 후회했어요. 외장을 스타코로 마감했는데 물받이가 없어서 비가 오면 빗물 자국이 생기는 게 아쉽더라고요.
김대성 벤트 지붕 공사를 한번 했어요. 벤트는 집이 햇빛을 받아서 뜨거워지면 그 공기를 밖으로 빼주는 구멍인데, 그게 없으면 집이 눅눅해져서 습기가 생겨요. 결로도 생기고 단열도 떨어지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한번 시공했지만 부족해서 다시 공사를 했죠. 집을 짓고 난 후에도 건축가와 연락을 하고 지내나요?
박선희 최근에 소장님이 먼저 연락을 해서 “3층에 있는 책장 써보니까 어때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여닫을 수 있게끔 책장을 디자인해서 책장을 열면 방이 나오도록 디자인했거든요. 책장이 무게가 있다 보니 여닫을 때 바닥 자국이 많이 나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이규엽 네. 저희도 그런 확인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1층에 창이 많은데 시공할 때 단열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겨울에 연락해서 많이 춥냐고도 물어보았죠. 시공하고 난 이후에도 잘 챙겨줘서 만족도가 높아요. 특이한 집을 짓고 나니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규엽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비용이었어요. 집이 워낙 특이하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도 거리낌 없이 구경을 와서 울타리를 쳤어요.
박선희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얼마 전에 방송에 한번 나오면서 더 심해졌어요. 울타리가 없으니까지 지나가던 사람들도 데크나 잔디 위에 올라와 내부를 들여다보는데 종종 섬뜩할 때도 있어요. 너무 오니까 좀 불편하더라고요. 내 집을 짓고 나니 가족의 삶이 달라졌다면요?
박선희 저희는 서울 생활을 계속하다가 용인 변두리에 내려온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분명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게 훨씬 더 많아요. 지금은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라고 하면 못 돌아갈 거 같아요. 아파트 생활만 쭉 하는 사람들은 편리함을 버리고 주택에서 생활하는 모험을 꺼릴지 모르겠는데 일단 한번 살아보면 그 생활에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집이 독특해서 내가 예술품 안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뿌듯할 때가 많아요.
김대성 저희 같은 경우는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집이 좀 작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죠. 또 답답하지도 않고요. 그런 장점을 경험하고 나니 일반적인 구조의 집에서는이제 못 살 거 같아요. 우리나라 주거 문화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박선희 평생 획일화된 아파트 공간 안에서만 살았다면 너무 재미없었을 거 같아요. 내 집을 짓게 되면서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 필요한 것들을 즐기게 되었어요. 저희도 주택 생활을 선택하면서 문화 생활이나 편리한 교통, 주변 시설 좋은 것은 포기했어요. 조금 외곽에 떨어져서 공기 좋은 데서 나에게 맞는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은 시간을 다시 되돌려도 변함이 없을 거 같아요.

한혜인 주택에서 사는 것을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독주택의 단점이나 안 좋은 선입견들이 아직은 많이 남아 있는 거 같은데 막상 살아보면 별거 아니거든요. 정화조나 수도, 가스 관리 같은 것을 누가 해주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사소한 것, 아무렇지 않은 것들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주택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봤으면 해요.
에디터 박명주 · 신진수 · 최고은ㅣ포토그래퍼 박상국